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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누르기’ 방지책 실효성 논란…정부 “보완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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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개미들의 절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희망이다’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책이 대주주의 절세 유인을 충분히 없애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 저평가 기업을 선별해 주식 평가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주가를 낮게 유지할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상대평가 혹은 절대평가…엇갈린 해법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개미들의 절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희망이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가진 한계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소액주주연구회가 공동 주최했다.

주가 누르기는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원칙적으로 상속·증여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주가 평균을 활용한다. 주가가 낮아지면 주식 평가액도 줄어 대주주의 세금 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대주주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소극적으로 대응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8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 등을 선별해 과거 주가를 더 길게 반영하는 방식이다. 업종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문 기업 등이 대상이다. 장기 저평가 기업에는 최대 6년 6개월간의 주가를 활용한 평가액과 현행 평가액의 1.3배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반면 이훈기 의원이 지난 8월5일 발의한 개정안은 주식 평가액에 하한을 두는 방식이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의 가치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한다. 이때 최소한 순자산가치의 80% 이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두 방안의 가장 큰 차이는 적용 기준이다. 정부안은 업종 내 상대적인 저평가 수준과 주가 하락 원인을 따진다. 반면 의원안은 세법상 순자산가치라는 절대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개미들의 절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희망이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정부안이 업종별 상대평가에 의존하고 시가 중심의 과세 방식을 유지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정부안은 업종 내에서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기준만 벗어나면 적용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시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기업가치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도 시가 중심 평가방식의 한계를 짚었다. 김 교수는 “옛날에는 시가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이니 객관적이라는 취지에서 상장기업에 적용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면죄부가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순자산가치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순자산가치는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조정하기 어렵다. 비상장주식에 이미 적용하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과세의 일관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이사는 “순자산가치는 단기간에 조작할 수 없고 기업의 역사와 함께 누적된 숫자”라며 “상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절세할 수 있다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가스 PBR 0.25배인데…정부안 적용은 2029년 이후

정부안의 한계는 김 이사가 제시한 상장사 서울가스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 서울가스의 시가총액은 2688억원이었다. 이는 순자산 1조911억원의 약 25%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도 8371억원으로 시가총액의 3.1배에 달했다.

주주환원에도 소극적이었다. 서울가스의 보유 현금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약 2122억원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배당 총액 증가분은 약 4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서울가스는 정부안의 장기 저평가 요건을 당장 충족하기 어렵다. 2022~2023년 주가가 급등하면서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한때 1.5배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과거 주가가 높았던 기간 때문에 정부안의 저평가 판정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서울가스가 2029년 하반기까지 정부안의 장기 저평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상속세 부담도 평가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서울가스 최대주주 측 지분 36.18%를 상속한다고 가정해 분석한 결과 현행 방식에 따른 상속세는 약 585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이훈기 의원안을 적용하면 약 1579억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정부안의 조정 평가방식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상속세는 약 760억원에 그쳤다. 비상장기업이었다면 약 1895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 이사는 “똑같은 사업을 하는 기업인데 상장했다는 이유로 대주주는 약 1300억원의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며 “일반주주와 국가가 희생해 최대주주가 절세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개미들의 절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희망이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훈기 의원도 정부안이 주가를 낮게 유지해 얻을 수 있는 세금상 이익 자체를 차단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토론회 환영사에서 “업종 전체가 저평가돼 있어도 하위 비율 밖에 있으면 제외된다”며 “과거 주가까지 계속 낮았다면 평가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고려해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만수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정부안과 의원안은 주가가 눌린 경우 시가가 아닌 적정가격으로 평가해 과세하자는 기본 취지가 같다”며 “정부안의 적용 대상이 좁고 추가 과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귀담아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증여세법 개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고민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상 규율을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곧 국회 조세소위가 시작되는 만큼 합리적인 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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