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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에 눌린 반도체…벌어진 ‘악어 입’ 내년에는 닫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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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악어가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입천장이 한껏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입천장에 해당하는 것은 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 고금리 환경입니다. 반대로 입의 바닥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업황과 실적, 주가는 극단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고물가·고긴축·고금리의 과대평가가 AI와 한국 반도체의 과소평가로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투자 인사이트 LIVE’ 세미나에서 최근 반도체주 하락의 이유를 이같이 진단했다. 금리 상승이 빅테크의 투자 여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기업의 주가까지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벌어진 입이 다시 닫히려면 금리 부담 완화와 기업 실적 확인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 김 팀장의 시각이다. 그는 물가와 금리 불안이 정점을 통과하는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내다봤다. 당장은 주요 반도체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외국인의 우려가 잦아들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불안에 수급 부담까지…한국 반도체 ‘이중고’

김 팀장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빅테크의 투자 지속 여부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내년 말까지 미국 연준이 서너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빅테크가 늘어나는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같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려야 관련 반도체 수요도 늘어난다. 반도체기업의 실적 전망이 좋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투자가 이어질지 시장에서 확신하기 어려워지면, 기업 주가에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이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투자 인사이트 LIVE’ 세미나에서 국내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안타증권 유튜브 캡처

김 팀장은 한국 반도체기업의 경우 고객사 투자에 영향을 받는 중간재·자본재 성격이 강해 충격도 더 크게 받는다고 봤다. 그는 “미국 빅테크는 최종재 또는 서비스재의 면모가 강한 반면 한국 반도체기업은 이들에게 납품하는 중간재·자본재 성격이 강하다”며 “금리 환경에 지극히 민감한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매도가 국내 반도체주에 쏠리는 데는 파생시장의 영향도 있다고 봤다. 한국 파생시장이 외국인의 아시아 시장 위험을 헤지(회피)하는 주요 창구로 쓰인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물 주식만 상장된 게 아니라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도 함께 상장돼 있다”며 “아시아 헤지펀드들이 한국 비중을 줄이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대만이나 중국 쪽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주로 충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부담 커진 빅테크…여전히 탄탄한 현금 창출력

김 팀장은 빅테크가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계속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 자체는 타당하다고 봤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2분기부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쓴 돈을 뺀 것으로 추가 투자와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다.

알파벳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8억5500만 달러로 전 분기 101억1600만 달러에서 적자전환했다. 알파벳이 영업활동으로 390억6900만달러를 벌었지만 설비투자에 이보다 많은 449억2400만달러를 쓴 결과다.

김 팀장은 미국 ‘빅5’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말 잉여현금흐름 합계도 마이너스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설비투자가 줄어드는지를 쫓아가면 늦다”며 “투자할 수 있는 종잣돈 역할을 하는 현금흐름이 줄어드느냐가 선결 변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팀장은 잉여현금흐름 감소만으로 지금이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같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요 빅테크는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많은 데다, 이런 현금 창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업에서 현금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상황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주요 빅테크는 기본 사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실적이 압도적으로 크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가 워낙 커 당장 쪼들리는 부분이 잉여현금흐름의 마이너스로 나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금리 안정과 실적 확인…올해 3분기가 시험대

김 팀장은 핵심물가를 낮출 요인으로 고용시장 둔화와 임금상승률 하락, 주거비 안정 등을 꼽았다. 이런 요인의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고물가와 긴축 우려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김 팀장은 과거의 저금리 환경이 돌아온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장금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빠질 일은 없다”며 “초고물가·초고긴축·초고금리에서 고물가·고긴축·고금리 정도로 나아가는 것이지 저물가·저금리가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대한 공포가 줄어드는 동시에 기업도 시장 예상에 걸맞은 이익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8~5% 안팎으로 낮아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면 주가 저점이 점차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금리 ‘피크아웃’이 나타나면 AI 투자 사이클에 대해 커졌던 의문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기업이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이익을 확인해준다면,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저점이 서서히 계단식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AI·반도체 밸류체인 대표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외국인의 우려를 덜어낼 계기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업들의 전례 없는 이익 증가를 투자자가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점도 외국인 매도의 배경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금리 부담 완화 및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내년 상반기에 8000선을 회복하고, 내년 연말에는 10000포인트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김 팀장은 내다봤다.

그는 “코스피 6000선 밑에서는 투자자가 너무 두려워하거나 주저할 필요는 없다”며 “가격 싸움에 매몰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분할해서 투자 비중을 늘려갈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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