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18곳, 의무공개매수제도 보류 요청…“지배주주 선행매수 안돼”
비즈워치 조회수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인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 보류를 요청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는 제도안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보유 지분 매각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한 주체가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제도다. 일반주주도 기존 지배주주와 마찬가지로 인수 과정에서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회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보류하고 지배주주의 선행매수를 제한할 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제도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쳐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10월1일 본회의에 올라올 예정이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담긴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 경영권 인수자가 기존 지배주주의 보유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했다. 그 뒤 인수자가 쥔 지분이 ‘50%+1주’보다 적다면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모자란 물량만큼 공개매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기존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했다면, 인수자는 이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살 수 있다. 그 뒤 인수자가 일반주주로부터 ‘10%+1주’를 같은 가격으로 공개매수하면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다. 다만 일반주주가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물량이 10%+1주보다 많다면 이들은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공동성명을 낸 자산운용사들은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전부 팔지 못한 상태에서 인수자가 과반 지분을 가지면, 일반주주는 경영을 견제하기 어려워지고 남은 주식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만약 지배주주가 지분 50%+1주 이상을 소유했고 인수자가 이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면, 인수자는 일반주주의 주식을 공개매수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점을 놓고 자산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찬성하나 지배주주만 보유한 지분 전량을 먼저 팔 수 있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경영권이 바뀔 때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동등한 조건의 매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라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다면 선행매수 대신 비례적 공개매수를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례적 공개매수는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똑같이 인수자의 공개매수에 응모하게 해서 인수자가 모든 주주로부터 같은 비율로 주식을 사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들은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기업 인수자가 40%를 선행매수한 뒤 10%+1주만 일반주주에게서 공개매수로 사들일 경우, 지분 60%를 쥔 일반주주가 공개매수에 모두 응모해도 각자 가진 주식의 6분의1 정도만 팔 수 있다”며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50%+1주보다 많은 회사일 경우 인수자가 이 지분을 먼저 모두 사들이면, 공개매수로 살 물량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일반주주는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국회가 50%+1 조건을 유지하면서 비례적 공개매수 방식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는 인수자의 공개매수에 양쪽 모두 응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지배주주 보유 지분율이 40%인 A기업의 인수자는 지배주주로부터 약 20%, 일반주주로부터 약 30%를 공개매수로 사들이게 된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각자 소유한 A기업 지분의 절반 정도를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셈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위의 예시에서 인수자가 사는 A기업 주식 가격과 전체 수량은 선행매수를 허용했을 때와 그대로이기 때문에 인수자금 부담이 늘어나지 않고 달라지는 것은 누가 얼마나 파느냐뿐”이라며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다면 ‘같은 가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같은 비율’로 팔 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자산운용사는 △라이프자산운용 △레인메이커자산운용 △머스트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블래쉬자산운용 △슬기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캄투자일임 △쿼드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페트라자산운용 △MY.ALPHA 매니지먼트 △오아시스매니지먼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