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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면 보상받는다고요?” 코웃음 친 Z세대와 환멸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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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한 세대가 “열심히 하면 보상받는다”는 경제적 약속을 들으며 자랐는데, 그 약속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Z세대(Gen Z)는 밀레니얼(Millennials)에게 먼저 물어볼지도 모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뒤에 이어진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 수백만 명의 삶을 바꿔놨기 때문이다. 꿈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궤도는 바뀌었다.

하지만 Z세대의 가장 나이 많은 구성원들이 30세라는 이정표에 다가오면서, 이들의 경제 습관은 오히려 그 위기를 ‘겪은’ 세대와 다른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금융 체제가 바뀌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의 반응이 더 독특해지는 셈이다.

Z세대는 ‘둠 스펜더(doom spenders)’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콘서트 티켓이나 해외여행에 수백 달러를 과감히 쓰며, 2021년 밈 주식 열풍 속에서 떠오른 ‘욜로 경제(YOLO economy)’를 더 단단히 굳혔다는 평가다. 동시에 빚도 크다. Z세대의 개인 부채는 평균 9만 4101달러로, 어떤 세대보다 높다. 밀레니얼(5만 9181달러)과 X세대(Gen X, 5만 3255달러)보다 훨씬 많다.

이런 모습은 “어리니까 돈 관리를 못 한다”는 말로 쉽게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전체를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Z세대의 경제관은 통념을 거부하는 태도이면서,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현실을 깊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영국 출신 Z세대 경제학자이자 작가 앨리스 라스먼(Alice Lassman)은 이 태도를 ‘환멸의 경제학(디스일루전노믹스∙Disillusionomics)’이라고 부른다. 불확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재정적 미래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방식이라는 뜻이다.

라스먼은 컬럼비아대(Columbia) 경험 이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이코노미스트 구두 제안을 받았다가 나중에 철회되는 일을 겪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개인적 환멸을 느꼈고 이를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썼다.

라스먼은 2025년 10월 가디언(The Guardian)에 이 개념을 소개했고,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만든 단어”라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는 흩어져 보이는 Z세대 트렌드들을 묶는 접착제가 뭔지 한동안 붙잡고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Z세대를 바라보는 방식의 바닥에는 이런 경제 현상이 깔려 있다고 그는 본다.

라스먼은 Z세대의 ‘전통적 재정 신중함’ 거부가 단순히 경기 침체 속에서 성인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Z세대 중에는 아직 중학생도 있다. 2008년 당시 밀레니얼보다 훨씬 어리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경제적 미래를 더 회의적으로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 케네디스쿨(Harvard Kennedy School) 정치연구소(Institute of Politics)도 이런 흐름을 지적했다.

라스먼은 “부모가 말하는 경제 시스템이 자신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감각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첫 경제 기억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영국식으로 말하면 초등학교(primary school) 시절이다. 그는 “그 뒤로 계속 위기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Z세대는 ‘경제가 이렇게 돌아간다’고 들은 이야기와 ‘실제로 겪은 세계’ 사이의 불일치를 훨씬 깊게 내면화했다는 주장이다.

주택 소유, 가족, 은퇴 같은 전통적 안정의 표식은 손에 닿지 않는 목표가 됐다. 16~24세 실업률은 지난해 10.8%로, 전체 실업률 4.3%보다 훨씬 높았다. Z세대의 3분의 1은 “평생 집을 못 살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계획하는 사람도 많다. 라스먼은 이런 환멸이 커질수록 Z세대가 ‘기존 룰대로 게임을 하지 않게 된다’고 본다. 정부, 언론, 기업 같은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라스먼은 기업가 데메트리 코피나스(Demetri Kofinas)가 만들고, 서브스택(Substack) 작가 카일라 스캔런(Kyla Scanlon)이 널리 퍼뜨린 ‘경제적 허무주의(economic nihilism)’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다만 자신의 개념은 “무엇이든 상품화되는 후기 단계(late-stage commodification)”에 더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어비앤비(Airbnb)가 “남는 방을 돈으로 바꿔라”는 모델을 밀어붙인 것처럼, Z세대는 그 논리를 극한까지 끌고 갔다고 본다. 대표 사례가 ‘하우스 해킹(house hacking)’이다. 필요한 것보다 큰 집을 빌린 뒤 방을 나눠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라스먼은 Z세대가 끊임없이 수입원을 다각화하려 하고, 콘텐츠 제작을 일종의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으로 여긴다고도 말했다.

스캔런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런 취지로 썼다. 전통적인 경로가 좁아질수록 사람들은 대안을 찾는다. 현실에서는 위험이 크더라도 ‘상승 여지’가 남아 보이는 곳으로 돈이 향한다. 사람들이 경제를 게임처럼 대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전통적 승리 방식이 더는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신호다.

라스먼은 Z세대가 신용카드보다 ‘선구매 후결제(BNPL, buy-now-pay-later)’ 서비스를 더 많이 쓴다는 점도 언급했다. 삶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BNPL이 유연성을 준다는 것이다. 다만 라스먼의 이론과 맞물리듯, Z세대는 전반적으로는 더 적게 쓰거나, 소비의 방식 자체가 윗세대와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글로벌 리테일 리더 켈리 페더슨(Kelly Pedersen)은 포춘에 “Z세대가 나이를 먹는데도 지출이 생각보다 적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연말 시즌에 Z세대의 소비가 전년 대비 10~12% 줄었다고 추정했다. “말한 것만큼 실제로 지출이 줄었다면 꽤 큰 변화”라는 평가다.

페더슨은 원래라면 이 세대의 소비가 가장 크게 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세대 중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는 Z세대를 오래 관찰한 사람이라면 이 현상을 예상했을 거라고도 했다. “이 세대는 전반적으로 가치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페더슨은 ‘듀프 문화(dupe culture)’도 거론했다. 비싼 럭셔리 대신 더 저렴한 대체재를 즐기는 경향이다. 그는 “가치를 빠르게 못 느끼면, 그들은 곧바로 듀프나 더 싼 대체재로 갈아탄다”고 했다. “결국 이 세대는 가치, 가치, 가치”라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디스일루전노믹스’는 럭셔리의 환상을 걷어내고, 물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제 가치를 더 노골적으로 따지는 태도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과 오래 쓰는 제품을 중시하는 경향도 지출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그는 덧붙였다.

라스먼은 Z세대가 때로는 더 ‘적대적(hostile)’ 태도를 보인다고도 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절도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에서 훔치는 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자원을 두고 ‘제로섬’으로 사고하거나, 경쟁이 치열해진 노동시장을 두고 더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라스먼은 Z세대가 나이와 돈에 대한 ‘왜곡 감각(dysmorphia)’을 겪을 가능성도 더 크다고 말했다. 늘 뒤처진 것 같은 불안이다. ‘트릿 컬처(treat culture)’ 같은 즉흥적 보상 소비, 단기 고수익 배당 투자 같은 유행은 물질적이면서도 심리적인 ‘생존 전략’이 된다. 생활비 위기가 지속될수록 이런 전략은 더 강해진다.

그는 “사람들은 시간을 잃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두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 불안해한다.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변동성이 큰 세계 속에서 공포가 커진다는 것이다.

‘경제적 허무주의’는 장기 계획이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제에 대한 또 다른 반응이다. 예측 시장, 스포츠 베팅, 가상화폐(cryptocurrency)로 재정을 ‘게임화’하면서, Z세대는 자신이 믿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라도 살 길을 만들려 한다.

라스먼은 포춘에 “Z세대가 자기 행동을 경제적으로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는 확신이 없다”고도 했다. 다만 이들은 성장하면서 21세기를 빚고 있다. “많은 건 그냥 반사적으로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각자 자기 수입원을 정의해 나간다”고 덧붙였다.

/  Jacqueline Munis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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