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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 맞은 동남아 테크, 반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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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막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싱가포르 기반 벤처캐피털 몽크스힐벤처스(Monk’s Hill Ventures)의 프린시펄 아룬 파이(Arun Pai)는 지난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포춘 이노베이션 포럼(Fortune Innovation Forum)에서 동남아 테크 산업의 ‘세대차’부터 짚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지역 테크 생태계는 인도보다 10년, 중국보다 20년, 실리콘밸리보다 50년은 뒤에 출발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남아 테크 업계에는 낙관론이 넘쳤다. 딜이 쏟아졌고, 자금도 빠르게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침체 국면이다. 투자 자금은 말라붙었고, 인도네시아의 수산 양식 스타트업 이피셔리(eFishery) 같은 굵직한 실패 사례는 지역 전체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동남아 대부분 국가의 경제 발전 단계가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도 부담이다. 파이는 최근 말라야대학교(Universiti Malaya)가 주최한 패널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나라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이 말은 곧, 여러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꺼이 사줄 만한 수요를 확보하기가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파이는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기반으로 한 일부 창업자들이 이웃 국가를 겨냥하기보다,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패널에 함께 자리한 언록 AI(Unloq AI) 공동 창업자이자 영국 웨스트미들랜즈(West Midlands) 지역을 테크 허브로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이아니스 마오스(Yiannis Maos)도 비슷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투자 자본이 내 지역에 없다면, 다른 곳을 보라. 그게 내가 스타트업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곳곳에 삐걱거림이 있지만, 파이는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상황이 꽤 잘 풀릴 것이라고 꽤 자신한다”고 했다.

우선 창업자들의 경험치가 달라졌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두 번째, 세 번째 창업에 나선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그는 이들이 이전 도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사과를 향해 손을 뻗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미·중 갈등 심화도 동남아에겐 역설적인 기회다.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이 높아지면서, 기업인과 창업자들이 새로운 거점으로 동남아를 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는 이런 움직임이 이 지역에 더 많은 기술과 자본,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각국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도 창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다. 파이는 정부가 “자본 흐름의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하며 창업자들이 한 발 더 과감하게 나설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 그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가 반도체 전략(National Semiconductor Strategy)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밀어올리는 정책을 꼽았다.

양자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Q-컨트롤(Q-CTRL)의 제품 담당 부사장 알렉스 시(Alex Shih)는 퀀텀 컴퓨팅 같은 첨단 기술을 키우려면 학계·산업계·정부의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실 안에서 논문을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을 검증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민간 부문과의 협력, 공공재원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다국적 협력이 있어야 단순한 과학적 시연에 그치지 않고 상용 제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동남아 출신 ‘성공한 창업자’들의 존재 자체가 더 많은 도전자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파이는 일론 머스크(Elon Musk·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메타 창업자)처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한 기업가들”이 전 세계 젊은 창업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파이는 “이제 동남아에서도 그런 사례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차량 호출·배달 플랫폼 기업 그랩(Grab)을 키워 상장시킨 앤서니 탄(Anthony Tan)을 언급했다. “앤서니 탄 같은 인물이 등장해 회사를 키우고 상장까지 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창업자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 글 Angelica An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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