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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젭바운드 인류 첫 ‘수면 연장 약’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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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GLP-1 계열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약물이다. 이 약들은 수십 년간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돼 왔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부각되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Zepbound)’가 잇따라 승인되면서 두 회사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이 초대형 신약 카테고리가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혜택으로 ‘수명 연장 효과’가 거론되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이 인류 최초의 진짜 수명 연장 약물이 될 수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알렉스 자보론코프(인실리코 메디슨 설립자 겸 CEO)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포춘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최고 과학자들 역시 GLP-1 계열이 단순히 비만·당뇨를 넘어 더 광범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자보론코프는 “이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여러 연령 관련 질환의 발병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일부 중추신경계(CNS) 질환뿐 아니라 간 질환, 신장 질환의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소득 수준이 오르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전 세계 비만율은 빠르게 상승 중이다. 영양학자이자 다이어트 전문가인 아델 웡(Nutrition Track)은 “지금은 말 그대로 비만 팬데믹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 성인의 절반 이상이 비만이거나 과체중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말레이시아는 특히 위험하다. 이미 말레이시아 성인의 절반가량이 비만인데, 기름진 현지 음식 문화, 가공식품 접근성 확대, 자동차 중심의 좌식 생활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웡에 따르면 이로 인한 의료비·돌봄 비용, 조기 사망에 따른 경제 손실, 생산성 저하 등을 모두 합치면 말레이시아 경제가 매년 640억 링깃(약 154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동남아를 포함한 신흥 지역에서 GLP-1 계열 약물 도입 속도는 아직 더디다. 웡은 “이 약물의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함께, 체중 감량 약은 ‘손 쉬운 편법’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비만은 하나의 질병입니다. 아픈데 약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건 너무 당연하죠.”

엄밀히 말하면 위고비 같은 약은 ‘다이어트 약’이라기보다 식욕을 억제하는 치료제에 가깝다. 노보 노디스크 말레이시아 법인장 프라풀 차카르와르는 “GLP-1 계열 치료제는 비만 환자가 식욕을 조절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웡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비만 환자들은 머릿속에서 음식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는 ‘푸드 노이즈(food noise)’에 시달립니다. 그러니 채소를 챙겨 먹고 운동하러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지는 거죠. 그런데 GLP-1 약을 복용하면 놀라울 정도로 이런 기본적인 건강 습관을 실천하기가 쉬워집니다. 제 클라이언트들은 이 약이 ‘희망을 준다’고 표현합니다.”

앞으로 GLP-1 관련 연구는 더 가속할 전망이다. 차카르와르는 “현재 제약업계는 GLP-1과 관련한 여러 신약 개발의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근육량 감소나 황반변성(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안과 질환) 등 GLP-1 계열의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보완 치료제 개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복용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차카르와르는 “당뇨,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많아 복용하는 약만 해도 상당하다”며 “이들이 매일 수차례 알약을 먹는 대신, GLP-1 계열을 주 1회 또는 월 1회만 맞으면 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업계의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러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 입장에서는 매일 알약을 여러 개 먹는 것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사나 약을 맞는 편이 훨씬 편할 수 있습니다.”

GLP-1 계열이 비만과 당뇨를 넘어 연령 관련 질환 위험까지 낮추는 ‘수명 연장 약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인류의 다음 10~20년을 가를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 글 Angelica An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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