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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사우디 AI 기업을 세번이나 언급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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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회사 매출 성장을 이끄는 고객들의 이름을 하나씩 언급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클라우드 빅3’와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일론 머스크의 xAI처럼 잘 알려진 AI 스타트업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기 더해 비교적 생소한 사우디아라비아 스타트업 휴메인(Humain)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것도 세 차례나 반복해서 그랬다.

휴메인은 설립된 지 겨우 6개월 남짓이지만,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판에서 빠르게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세운 회사로, 1조 달러 규모 사우디 국부펀드(PIF·Public Investment Fund)가 뒷배를 맡고 있다. 2034년까지 전 세계 AI 연산 능력의 6%를 공급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내걸었다.

황 CEO가 실적 콜에서 휴메인을 거듭 언급한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콜 전날, 2018년 이후 처음 미국을 찾은 사우디 왕세자를 위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 방문에 맞춰 휴메인은 엔비디아, 아마존과의 대형 딜을 발표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조성 중인 새로운 ‘AI 존(AI Zone)’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칩 15만 개를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최신형 그레이스 블랙웰 300(Grace Blackwell 300)도 포함된다.

휴메인은 xAI와도 상징적인 거래를 체결했다. 사우디에 xAI를 위한 5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를 짓는 계약이다. 이 데이터센터 역시 엔비디아가 칩을 공급한다.

황은 실적 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일론과 xAI와 아주 깊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사우디, 그러니까 KSA로 가져올 수 있었다. 휴메인이 xAI를 위한 호스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휴메인은 아람코(Aramco) 출신 타레크 아민(Tareq Amin) CEO 지휘 아래 ‘풀스택(full stack) AI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AI 모델이 돌아가는 데이터센터만 짓는 게 아니라, 직접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까지 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이미 ALAM이라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학습·출시했다. 아랍어 관련 작업에서 경쟁 모델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내도록 설계했고, 문화·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피하도록 튜닝한 것이 특징이다. AI 네이티브 노트북과 ‘휴메인 원(Humain One)’이라는 AI 운영체제(OS)도 내놨다.

휴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점은 AI 인프라 구축이다.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다른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러나 AI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사우디는 풍부한 태양광과 석유·가스 자원, 그리고 인허가·건설 과정이 상대적으로 빠른 제도 환경을 무기로 내세운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같은 수준의 AI 연산을 제공하는 것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과 이어지는 탄탄한 광케이블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휴메인은 중동과 아시아 상당수 국가에서 선호받는 AI 인프라 제공자가 될 수 있고, 더 먼 지역의 워크로드까지 끌어올 수 있다.

AI 패권에서 미국·중국 외 ‘제3의 축(third pole)’이 되려는 나라가 사우디뿐인 것은 아니다. 역내 라이벌인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비슷한 야망을 품고 있다. UAE는 국부펀드를 통해 G42라는 회사를 키워 왔다. 이 회사 역시 풀스택 AI 개발 전략을 내세운다.

G42는 2018년 설립돼, 생성형 AI 모델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서 휴메인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안보 당국은 G42의 중국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를 문제 삼았다.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수출 승인도 잇따라 지연됐다. 미국 측은 이 기술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들 위험을 우려했다.

2024년 4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G42에 15억 달러를 투자하는 딜이 미국 정부의 중재 아래 성사됐다. 엔비디아 칩 수출 길을 터주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G42 양측 모두, 미국 상무부가 투자 이후에도 엔비디아 칩 수출 승인을 지나치게 더디게 내주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휴메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다. 사우디는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중국과 방산 기술 이전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아람코를 비롯한 일부 사우디 기업들은 중국 AI 업체 딥시크(DeepSeek) 등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그럼에도 미국 상무부는 이번 주 사우디와 UAE에 엔비디아 GPU 수만 개를 수출하는 건을 승인했다.

한편 휴메인은 엔비디아 외에도 다양한 AI 칩 공급사와 손을 잡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대 라이벌 AMD와는 100억 달러 규모 딜을 체결했다. 향후 5년 안에 AMD 칩 기반 AI 컴퓨팅 500메가와트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퀄컴(Qualcomm)과는 AI200·AI250 칩을 기반으로 2026년부터 200메가와트 규모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AI 칩 스타트업 그록(Groq)과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 글 Jeremy Kah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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