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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산·저소득층 경제 악화일로…K자형 충격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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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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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들은 현재 놀라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글로벌투자위원회(GIC)는 그 흐름에 본격적인 시련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 눈길을 끈다. 소비 지출이 여전히 명목 5~6% 성장세를 유지하며 2026년 미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해왔지만, GIC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CIO 겸 GIC 대표는 17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가 심상치 않다며, 특히 중산층 이하 소비자에서 ‘진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전체 소비의 40%만 차지하고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한계 소비 증가분’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집단이다. 미국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올해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으로 구조가 흔들린 상황에서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샬렛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해 “추가 소득 1달러를 쓸 가능성이 최저소득층이 최고소득층보다 6배 이상 높다”며 “이들의 소비 둔화는 2026년 경제 전망을 점점 더 위태롭게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 여부는 결국 돈을 쓸 여력이 있는 중·저소득층의 지갑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샬렛은 지난 3년간 소비 지출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주식의 80%를 보유한 상위 40% 가구의 자산 효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소득 하위 60% 가구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어 2026년 전망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경고는 같은 날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켈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어스텐 슬록 등 월가 대표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비슷한 의견을 내놓으며 힘을 얻었다. K자형 구조와 ‘감당 가능한 삶(affordability)’ 문제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물음표로 남아 있다.

켈리는 별도 보고서에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상황을 시계 바늘에 비유하며 “부유층은 뚜렷한 상승을 누리는 반면, 그 외 계층은 소폭 개선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 체감은 오히려 경기침체 국면과 더 가깝다”고 했다.

그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를 인용해 “응답자의 45%가 ‘작년보다 형편이 나빠졌다’고 답했다”며 “미국인 다수가 자신이 경제적으로 뒷걸음질한다고 느낀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 압박을 크게 느끼는 집단이 분명 존재한다며 ▲줄어드는 연방정부 인력과 ▲높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 부담에 짓눌린 청년층 ▲2026년 보험료가 두 배로 오르는 ACA(오바마케어) 가입자 2400만 명 등을 들었다.

켈리는 “4300만 명이 평균 3만 9000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보유 중이며, 미국의 첫 주택구입 평균 연령은 40세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혼인 평균 나이 역시 50년 동안 22세에서 29세로 높아졌다.

슬록 역시 일일 보고서에서 “주식·부동산·금융자산 수익이 집중되면서 상위층은 강한 자산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저·중소득층 상황은 정반대”라며 K자형 경제 심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수개월간 소비재 섹터에서도 고가 소비 중심인 ‘컨슈머 디스크리셔너리’가 필수 소비재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자들이 사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다는 의미다.

샬렛은 최근 데이터를 보면 소비가 ‘시들기 시작하는(wilting) 조짐’이 분명하다며, 특히 중·저소득층에 나타나는 3가지 위험 신호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신용 스트레스 급증

저소득층 신용 스트레스가 ‘노란불’을 켜고 있다. 저축률이 4.6%로 40년 평균(6.4%)이나 80년 평균(8.7%)을 크게 하회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다. 자동차 서브프라임 60일 연체율이 6.7%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30일 연체율은 5.3%를에 달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 ‘감당 가능한 삶’ 위기

중·저소득층은 고물가와 3%대로 고착화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생활필수품 가격의 ‘두더지 게임(whack-a-mole)’ 급등을 겪고 있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상품이 달걀·커피·전기요금·자동차 보험·의료비 등 필수품이어서 충격을 키운다. 임금 상승세는 2023~2024년보다 둔화된 2.5%로 내려앉아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3) 악화되는 노동시장 심리

고용시장 체감도 역시 나빠지고 있다. 채용 공고는 720만 건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에 비해 기업 감원 발표는 급증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상황이며, 향후 1년 고용전망은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고소득층에서도 생성형 AI 영향으로 일자리 불안을 호소하는 응답이 증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GIC는 “2026년이 ‘상승하는 조류가 모든 배를 띄우는’ 한 해가 되려면, 중·저소득층 소비가 재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하위 60% 가계의 압력이 계속 커진다면 소비 둔화 → 소매판매 감소 → 실질 가처분소득 위축 → GDP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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