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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잡아도 ‘이것’ 놓치면 표심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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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이런 수수께끼를 떠올려 보자. 이름은 인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아니고, 물가가 충분히 진정됐다는 데이터를 들이밀어도 거의 반박하기 불가능한 것. 답은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감당 가능성)’다. 즉, “이 월급으로 이 삶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의 감정이다. 현직 정치인의 공공의 적이자, 2025년 정치의 새로운 버즈워드이고 어쩌면 그 이후에도 계속 남을 단어다.

어포더빌리티는 올해 11월 미국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할 때 등장한 공통 키워드였다. 뉴욕의 진보파 조흐런 맘다니(Zohran Mamdani), 뉴저지의 중도 성향 미키 셰릴(Mikie Sherrill), 버지니아의 아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모두 이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최근에는 시애틀에서 조란 맘다니와 비슷한 색채의 케이티 윌슨(Katie Wilson)이 있다. 43세에 그 어떤 선출직 경험도 없던 그는 ‘어포더빌리티’를 내걸고 시애틀 시장 선거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UBS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번은 어포더빌리티라는 말이 매우 미끄러운 개념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은 이 단어 덕을 보는 정치인도, 내일은 이 단어와 싸우는 쪽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반(反) 현직’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도노번에 따르면 어포더빌리티는 극도로 주관적인 잣대이자, 객관적인 경제 지표라기보다는 정치 무기로 자주 활용되는 말이다. 유권자를 끌어들이려는 정치인은 명확하지 않거나 계속 변하는 기준 위에서라도 해결책을 약속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 기준을 부풀리는 데는 소셜미디어의 내러티브가 큰 역할을 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일종의 마약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가 됐다. 여기서 생성되는 강렬한 ‘놓칠까 두려운(FOMO)’ 감정은 경제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도노번은 주간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어포더빌리티에는 어떤 형태로든 ‘열망’이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합니다. 대체로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원하고,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소셜미디어가 이상화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여줄 때, 그는 이것이 “감당할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노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포더빌리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가 과거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는 문제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노번에 따르면 “나는 저걸 감당할 수 없다”라는 감정이 지금 이 시기의 분노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이, 인플레이션이 실제로는 진정되고 있다는 후행 지표와 좀처럼 화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노번은 이렇게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가격 상승입니다. 반면 어포더빌리티는 보통 주택 구입 같은 특정한 대형 지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기반한 인플레이션은 상위 소득층 소비 패턴에 편향된 ‘금권적(plutocratic) 통계’입니다. 반면 어포더빌리티는 정치적 개념이자, ‘민주적’ 개념입니다.”

즉, 경제학자들의 통계에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있지 않더라도, 유권자들은 여전히 물가에 분노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 앰허스트 그룹(Amherst Group)의 션 돕슨(Sean Dobson) CEO는 최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역학을 설명하려 했다. 그는 연준이 측정하는 인플레이션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돕슨은 뉴욕에서 열린 레지데이(ResiDay) 컨퍼런스에서 포춘과 만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소비자가 그것을 느끼는 시점에서 측정합니다”라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는 전월 대비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보이더라도, 누군가가 새 아파트를 구하거나 집을 사려고 할 때 그동안 몇 년에 걸쳐 누적된 가격 상승을 한 번에 마주하면 ‘스티커 쇼크’를 겪게 된다는 뜻이다. 과거의 인플레이션이 최근까지 이어진 결과다.

돕슨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모두가 ‘연준이 너무 늦게 움직인다’고 말하는 겁니다. 실제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고 있고, 임대료 상승률도 한참 전에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 임대료 상승이 모든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닿지는 않을 뿐입니다.”

연준 입장에서 보면 사정은 또 다르다. 돕슨은 “연준은 ‘예상’을 근거로 정책을 만들 수 없습니다. 반드시 뒤를 돌아보는 하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세 번 연속 임대 계약을 갱신하는 동안 월세가 거의 오르지 않았고, 그다음 갱신에서 갑자기 “같은 집이 2배 비싸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점진적으로 진행된 인플레이션이 통계에만 반영되고, 개인의 체감에는 한 번에 튀어 오르는 식이라는 이야기다.

레지데이 행사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도 이런 현실에 분노를 드러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 이사 빌 펄트(Bill Pulte)는 전화 연결을 통해 연설하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은 식고 있는데 연준이 대부분 미국인이 겪는 어포더빌리티 문제에 눈이 멀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데이터를 안 보는 게 아니다”라며, 통계상 인플레이션은 “훨씬 낮아졌다”고 주장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6%를 훌쩍 넘는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정말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불과 며칠 뒤, 펄트는 정부가 내놓은 한 아이디어를 “게임 체인저”라고 치켜세웠다. 바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도입 구상이다.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 대책이라는 포장과 함께였다.

그러나 여러 전망치는 이 아이디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UBS 계산에 따르면 50년 만기 대출은 월 상환액을 약 119달러 줄여줄 수 있지만, 전체 기간 동안 내야 하는 이자는 30년 만기 대출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다. UBS의 도노번은 이렇게 말했다. “어포더빌리티를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포더빌리티는 미묘하게 다른 개념이고,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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