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였는데 왜 살림살이 팍팍할까” 어포더빌리티가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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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가격 통제 정책으로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49_44327_550.jpg)
가격 통제는 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정책의 전형적 사례로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일부 경제학자는 생활비 동결을 약속한 민주당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한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며 가격 통제에도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임대료 동결을 공약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는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전기요금 동결을 내건 미키 셰릴(Mikie Sherrill)은 뉴저지 주지사로 선출됐다.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닐 머허니(Neale Mahoney)와 전 백악관 경제 고문 버러트 라마무르티(Bharat Ramamurti)는 일요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많은 미국인이 겪고 있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위기’를 감안하면 더 많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가격 통제를 내걸고 선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포더빌리티란 단순한 물가 수준이 아니라, 가계가 현재 소득으로 집세·식비·공과금·의료비 같은 필수 지출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즉 ‘살 만한지’의 체감 능력을 뜻한다. 물가가 조금 내려가도 월급이 그대로이거나 빚·이자가 늘면 어포더빌리티는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런 흐름은 가격 통제를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해 온 많은 경제학자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일일 수 있다”면서도 “좋든 싫든 유권자들은 단기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한시적 가격 통제만이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고 적었다.
물가 상승에 맞서기 위해 동원되는 전통적 정책 수단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아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는 공급을 늘릴 수 있지만, 실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빨리 늘면서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머허니와 라마무르티도 가격 통제가 생산자에게 “더 많이 만들고 비용을 낮추라”는 시장 신호를 왜곡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들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 상한을 도입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급등하는 임대료와 공공요금이 가계 예산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래서야말로 비용을 눌러주는 한시적·선별적 가격 통제와, 새로운 생산을 장려하는 공급 측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할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맘다니와 셰릴이 내놓은 구상도 이와 비슷한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주택 분야만 보더라도, 기존 주택에 임대료 상한을 두는 동시에 공공 투자를 통해 신규 주택을 늘리고, 토지이용·용도지역·인허가 제도를 손보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한시적이라고 도입된 정책이 의도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이 만들어낸 수혜 계층이 형성되면, 이들이 정책 유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로비에 나서기 때문이다.
머허니와 라마무르티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활용하거나, 가격 통제를 아주 좁은 영역에만 적용하는 방식이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당장 눈앞의 구제를 택하는 대신, 장기적인 투자 여력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타협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은 “생활비 위기 상황에서, 개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쟁점이 아니다”라며 “오늘의 구제를 제공하면서도 내일 새로운 문제를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이라고 적었다.
2022년 9%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큰 폭으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물가는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여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관세 전쟁이 시작된 뒤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끈적거리게 높은 수준에 머물렀고, 되레 소폭 올랐다.
최근 실시된 오프이어 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 밖 참패를 당하면서, ‘어포더빌리티’ 문제는 정치 전면에 떠올랐다. 유권자들이 말하는 어포더빌리티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통계가 아니라 실제 집세·장보기·의료비·대출 상환을 하고도 남는 돈이 있느냐, 저축을 할 수 있느냐에 더 가깝다. 체감 지불 능력이 나아지지 않으면, 공식 물가가 내려도 어포더빌리티 위기는 계속된다는 인식이다.
트럼프는 이미 일부 대표 관세를 되돌려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려 하고 있다. 공화당은 치솟는 의료비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연장도 논의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전반적인 ‘어포더빌리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가격이 더 천천히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격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정부가 발표하는 CPI가 아니라 본인 통장에 남는 돈과 월말 잔고에 맞춰져 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번(Paul Donovan)은 금요일 메모에서 “사람들은 어포더빌리티 상실에 분노하고 있고, 그 책임을 현 집권 세력에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포더빌리티를 ‘생활비 위기’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보는 유혹이 크지만, 둘은 미묘하게 다르며 어포더빌리티의 문제는 훨씬 오래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포더빌리티가 ‘물가 수준’이 아니라 ‘소득·부채·금리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살림살이의 여유도’를 가리키는 만큼, 정책으로 해결하기 더 어렵고 오래가는 정치 리스크라는 뜻이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