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규제’ 1거래소·1은행…’동상이몽’ 정부에 은행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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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불안감이 현재는 성장의 걸림돌

은행 수익 다변화·고객 유치 기회지만

완화 미루는 정부에 은행권 고심 깊어

은행권에서 1거래소·1은행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이른바 ‘1은행·거래소’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나의 가상자산거래소에 하나의 은행 계좌만 연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이 규제가 완화되면 수익 구조 다변화, 신규 고객 유치 등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자 보호 및 금융 안정 등의 이유로 사실상 관련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1거래소·1은행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거래소·1은행 규제란 하나의 은행이 복수의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하거나 하나의 가상자산거래소가 복수의 은행과 제휴하지 않고, 일대일로만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규제다.

법적으로 명시된 규제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등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법률들이 제정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고, 거래소들은 강화된 규제 하에 자금 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이 규제가 오히려 금융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그림자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은행 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제한하고, 투자자들이 더 다양한 거래소를 이용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입장에서는 해당 규제가 완화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예대마진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입 등 수익원을 다변화 하면서다.

또한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있는 잠재 고객층을 유치하면서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젊은 세대의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뜨거운 만큼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이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규제가 풀리면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증대되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투자자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른 이점들을 놓치는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법체계가 곧 통과되면 범죄 예방과 신뢰 제고 등 규제의 유용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며 “거래소 상장 절차 투명화, 수수료 비교공시 등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은행 간 가상자산 관련 자금 이동 자체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투자자는 여러 거래소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자금 세탁 위험도 분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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