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시작한 어선 감척 사업
2척 줄였는데도 전체 어선 그대로
자기 배 팔고 남의 어선 다시 사
반복 감척하며 지원금 노리는 경우도

30년 넘게 이어온 어선 감척 사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규모와 보상 기준, 사업 효과 등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보다 강도 높은 감척과 합리적 보상이 뒤따라야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근해어선 감척 사업은 1994년 시작했다. 1980년대 이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30∼150만t 수준에서 정체 상태였다. 어업 자원에 비해 어선 세력이 과다해 어장 생산성이 계속 떨어졌다.
이에 1990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을 제정해 감척 사업을 본격 준비했다. 199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어업 자원, 어업경영 실태, 어업별 적정 어획 노력 평가, 어선 감척 규모, 어선·어구 보상 기준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를 토대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5400여억원을 투자해 7000여척(약 13만7000t)을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해수부는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31년 동안 감척 사업을 통해 총 2만1747대의 배를 줄였다. 투입한 예산은 2조3758억원이 넘는다.
30년 넘는 감척 사업의 효과는 어떨까? 먼저 어선은 얼마나 줄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선 수는 거의 그대로다.
해수부에 따르면 감척을 시작하던 1994년 당시 연근해어업 등록 어선 수는 6만8629척이다. 해수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3년 등록어선 통계’에 따르면 등록 어선은 6만4233척이다. 지난 31년간 2조3758억원을 들여 2만1747척을 줄였는데, 결과적으로는 4400척 남짓 줄어든 게 현실이다.
30년 넘도록 수만 대에 달하는 배를 줄였음에도 전체 어선 수가 그대로인 가장 큰 이유는 배를 판 사람이 다른 배를 다시 사기 때문이다.
2019년 감사원이 내놓은 수산어촌 지원사업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감척 사업에 참여했다가 어업에 재진입한 어업원이 125명이다. 이 가운데 27%가량은 폐업 지원금을 받고도 무조업어선을 매입해 어업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배를 팔아 폐업 지원금을 받으면 5년(과거엔 3년) 내 같은 업종에 다시 진입할 수 없다. 이 경우 폐업 지원금 일부 또는 전체를 반납해야 한다. 감척 후 다른 배를 구매하 어업 행위를 다시 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지난 2021년 해당 규정을 마련했다.
문제는 재진입 금지 규정도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감척 후 3년이 지나지 않아도 다른 업종으로는 얼마든지 재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업종으로 재진입하는 방법도 있다. 아내나 자녀, 또는 친인척 명의를 빌리는 경우다. 어민들에 따르면 감척에 참여한 사람이 어업허가권을 가진 사람의 이름으로 배를 사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노리고 반복된 감척으로 폐업 지원금만 노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 지역 한 어민은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배를 처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부 예산(감척 지원금)이 그냥 돈벌이의 한 방법”이라며 “감척비를 그냥 주는 것에 끝낼 게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다시 어선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2022년 어선 감척 문제와 관련해 “감척 사업은 위헌성 논란과 폐업지원금, 감척 후 사후관리제도 등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지적돼 왔다”며 “어선 감척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효과 개선을 위한 과감한 실행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장사 안돼 접겠다는데, 매출액 많아야 돈을 준다니…”[씨 마른 바다⑦]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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