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금지·예타 면제, 설익은 정책 막던지는 정부…“아마추어보다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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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위해성 80개 품목 ‘직구 금지’

소비자 반발하자 “전면 차단은 아냐”

전임 정부 ‘예타 면제’ 비판할 땐 언제고

전액 삭감했던 R&D 마저 ‘예타 면제’

최근 판매제품 일부에서 안전성 논란일 발생한 C-커머스 로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홈페이지 최근 판매제품 일부에서 안전성 논란일 발생한 C-커머스 로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홈페이지

정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같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가 시장 비판에 뭇매를 맞고 사실상 철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건전재정을 최우선시한다면서 수백억원 이상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기본적인 경제성마저 따지지 않기로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최근 ‘알리’, ‘테무’와 같은 중국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일부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6일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해 직접구매를 사전 차단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경우, 신속한 차단 조치를 통해 국민께서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하실 수 있게 하겠다”면서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가 없으면 해당 제품의 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발표 3일 만에 직구 금지 방안을 사실상 철회했다.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나 충전기 등 일상 전자제품 등 위해성과 관계없는 일부 제품까지 금지 품목에 포함하면서 큰 반발을 낳았다.

이에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80개 품목에 대해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함께 집중적으로 위해성 조사를 하고, 위해성이 없으면 직구를 금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금대로 직구해서 쓰셔도 된다”고 해명했다.

갈팡질팡하는 정부 행정에 여권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KC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소비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는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눠 먹기식’ 비판 1년 만에 예타 전면 폐지

연구개발(R&D) 예산에 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겠다는 정책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예타를 거치면서 신속한 기술 개발이 어렵다고 지적해 온 여론을 근거로 한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문제는 ‘시간 지연’ 등을 이유로 예타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이다. 예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 300억원 이상 투입하는 신규 사업과 관련해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하는 기초 조사다.

대규모 재정 사업을 하기 전에 해당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재정집행, 즉 예산 낭비 요소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한 작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예타는 경제성은 물론 정책성, 지역 균형발전, 기술성 등을 고루 살피도록 하고 있다. 단순 경제성을 넘어 아니라 사업의 목적에 따른 재정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꾀하기 위한 방안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R&D 예타 폐지에 반대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정부 재정정책 기조와 반대된다는 점 때문이다. ‘건전재정’을 위해 사실상 긴축 예산까지 편성하면서 정작 수백억원 규모 사업에 관한 타당성 조사마저 건너뛴다는 것은 최소한의 거름 장치마저 없애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R&D 예산을 ‘나눠먹기식’이라고 비판하며 일괄 삭감했던 정부가 불과 1년 만에 예타까지 면제하면서 지원하겠다는 건 어디에서 근거한 판단이냐는 물음이 뒤따른다.

이복직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일보를 통해 “예타 대상 한도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애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옥석 가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간 예타에 탈락했던 사업들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사업이 대부분이었고, 예타를 거치면서 사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재기획하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 출범 직후 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목적으로 예타를 강화했던 것과도 상충한다. 지난 2022년 9월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120조원 규모 사업을 예타 없이 집행해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고 비판하면서 예타 면제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조 정책위원장은 “지금도 대통령이 지정한 사업은 R&D 예타를 얼마든지 면제할 수 있고, 예타를 전면 폐지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예타를 일괄 폐지하면 엉망진창인 사업들을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이 사라진다. 이는 예타를 내실화하라는 과학계나 시민사회의 요구와도 맞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 수도권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예타 논란을 보면 정부가 중심 없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예타가 (R&D)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고 덜컥 제도 자체를 폐지하면서 건전재정은 무슨 수로 확보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하는 정책을 보면 아마추어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예타 폐지 결정에 기재부(기획재정부) 관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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