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으로 물가 잡기 ‘한계’…“기후변화 대응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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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잡기에 2500억원 투입

도매가 여전히 높아

가격 하락 효과 “글쎄”

“단기 아닌 중장기 대책 요구돼”

시민들이 마트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마트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과일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 당국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으로 물가 잡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농·축·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긴급 투입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과·배 등 가격이 뛰어오른 과실류를 대체하기 위한 체리·키위 등 수입 과일 물량 확대와 관세 인하 조치도 실시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690억원을, 2~3월에는 23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올해만 총 3번에 걸쳐 2500억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 후 사과·배 소매가격은 10% 떨어졌지만, 도매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10kg의 중도매가격은 9만1780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0% 올랐다. 배(신고·상품) 15kg의 중도매가격은 10만8600원으로 7.3%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사과와 배는 각각 121.5%, 147.3%씩 올랐다.

2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4250원으로 일주일 전인 15일보다 11.6% 내렸다. 배(신고·상품) 10개 소매가격도 3만9312원으로 13.4% 하락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사과는 5.7%, 배는 44.4% 높은 상태다.

소비자, 정부 정책 실효성 “글쎄”

올해 국내 과일값이 비싼 이유는 냉해 피해와 탄저병, 일조량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3~40% 줄었기 때문이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수입 과일인 바나나의 경우 생산국 작황도 좋지 않아 도입원가 자체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입 확대를 통한 과일 가격 하락 유도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나온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부 A 씨는 “아침마다 사과를 먹어왔는데 최근에는 바나나로 바꿨다”며 “사과보단 훨씬 가격이 낮지만, 정부에서 권장하는 오렌지나 바나나도 작년보다 2~3000원 오른 상태로 크게 저렴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재정 투입 반복이 되려 물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시장인데, 반복된 예산 투입으로 가격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유통업자가 정부 지원금에 기대 공급량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의혹도 나온다.


서울시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B 씨는 “정부에서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몇천 원 남짓 떨어지는 것뿐, 여전히 당근이나 청양고추 등의 값은 1년 전보다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며 “여전히 체감 물가는 높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정부지원금이 실제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업자에게 떨어지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기후 위기 계속…단기 아닌 중장기 대책 요구돼”

기후변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대책이 아닌 재해 예방 시설·품종 개발 지원 등 근본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할인 지원 등의 대책이 시행될 때는 물가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애당초 공급량이 부족하기에 지원이 끝나면 다시 원위치로 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재해 예방 시설 설치 지원 등 중장기 대책과 더불어, 시설 재배가 불가능한 사과·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과일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하나로마트 성남점 물가 점검 현장에서 “내년에는 국민 여러분이 이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과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정부는 기후변화가 상시화할 것에 대비해 시설 지원과 비축 물량 확대 등 근본적인 생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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