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국채에 46조 투자…금리 하락에 운용 실적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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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채 자산 2조 넘게 증가

대규모 평가손실에서 이익 전환

하반기 금리 인하 본격화 긍정적

국채 이미지. ⓒ연합뉴스 국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국공채 자산이 지난해에만 2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46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나긴 금리 인상기를 지나면서 채권 운용에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자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주요국들의 긴축 사이클 종료로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익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은 앞으로도 채권 투자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이자 수취와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한 국공채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6조2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2조527억원) 늘었다.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내주고 남은 여유자금을 신용도가 높은 채권 등에 투자한다. 조달자금을 대출로만 운용할 때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국공채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조1555억원으로 전년보다 12.4%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2조198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조6544억원으로 각각 7.2%, 3.0% 증가했다. 반면 하나은행만 9조2607억원으로 6.2% 줄었다.

은행들이 국공채 투자를 확대한 상황 속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값은 오르게 된다.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예측 모형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70%를 넘어섰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3.280%로 지난해 초(3.480%)와 비교하면 0.20%포인트(p) 하락했다. 이 기간 국채 1년물과 3년물도 3.351%, 3.270%를 기록하며 각각 0.236%p, 0.29%p 떨어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이 새로울 것 없는 금리 인하 기조를 시사했음에도 시중금리 동향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채권시장과 연준의 인식 차이가 크게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채권 운용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실제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채권 평가이익은 약 2조5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손실충당금 변동분을 가감한 것으로, 전년 같은 기간 2조2984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관련 채권 평가이익은 6962억원으로, 1년 전 4672억원의 평가손실에서 이익 전환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7886억→7743억원) ▲하나은행(-5788억→5709억원) ▲우리은행(-4637억→5323억원) 등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에서 일제히 벗어났다.

올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도 채권 투자에 우호적 환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높은 수준의 금리가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위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호적 채권 수급 상황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금리가 추가 상승할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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