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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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즐겨 찾는 카페에 모인 그레타 최와 김도연 자매.

두 사람이 즐겨 찾는 카페에 모인 그레타 최와 김도연 자매.

자매, 재혼 가정, 국제결혼…. 두 사람을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이 관계를 어떻게 말하고 싶나요

그레타 저는 서른셋, 언니입니다. 동생은 완전 ‘요즘 애들’이에요. 엄청 외향적이거든요. 서로 반대이지만 우리는 서로 다름을 그냥 받아들여요.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도 않죠. 도연 언니의 세 살 아래 동생인 저는 언니가 당연해요(웃음). 부모님에게는 할 말 못할 말 구분해서 하는데, 언니에게는 모든 걸 드러낼 수 있어요.

두 사람의 10대 시절, 그레타의 중국인 어머니와 도연의 한국인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자매가 됐습니다. 언어도 국적도 다른 자매가 생긴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그레타 제가 13세 무렵, 도연이가 10세쯤에 우리는 자매가 됐어요. 처음부터 한국에서 함께 산 것은 아니고, 재혼 1년 후에 도연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엄마가 도연이를 데리고 제가 살던 하얼빈에 왔거든요. 하얗고 작고 정말 귀여운 아이였어요. 도연 언니와 만나자마자 친해져서 첫날부터 손잡고 잤어요. 저는 그때가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언니의 존재가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레타 어머니는 지금 다문화 중국어 강사로 일하시고, 저도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 다행히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죠. 도연 저는 언니 덕분에 한국어를 사용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레타 도연이는 아직도 중국어를 못해요(웃음)!

자매이지만 성과 국적이 다른 이유는 선택이었나요? 혹은 제도적 문제일까요

그레타 저는 아직 중국 국적입니다. 훗날 한국으로 귀화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중국에서 살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언니 그레타(33)는 중국 국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중이다.

언니 그레타(33)는 중국 국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중이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소개로 어머님과 아버님이 만났다지요. 국제 재혼이신 부모님과 자매. 네 사람 사이에 문화적 차이는 없었나요

도연 그냥 ‘사람 차이’만 있었을 뿐이에요. 생활습관이나 소비습관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엄마와 아빠, 언니는 고수를 잘 먹는데 저는 못 먹어요. 명절에도 중식이나 한식으로 구별하기보다 그냥 맛있는 걸 함께 만들어 먹죠. 그레타 아빠와 도연이는 육식파, 저와 엄마는 채소파예요. 도연 네 사람에게는 각자 가정이나 자라온 환경 차이만 있을 뿐이에요. 지금까지도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서로에게 서로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우리 가족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에요. 그레타 저희도 그런 부모님을 보며 자라났죠.

어릴 적부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였군요

도연 부모님이 저희가 자연스럽게 자매가 되게끔 발판이 돼주셨어요. 그레타 누구도 서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엄청 노력하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서로를 인정하는 일이 쉬웠던 것 같아요. 도연 앞으로는 우리가 부모님의 교두보가 돼드려야죠. 우리 세대는 서로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일에 익숙하잖아요. 어떤 관계든 그냥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다고, 있는 그대로만 봐주면 될 것 같아요. 어렵지 않죠.

동생 도연(30)은 취미 많은 회사원이자 ‘오타쿠’로 ‘갓생’을 사는 언니와 취향이 많이 다르다.

동생 도연(30)은 취미 많은 회사원이자 ‘오타쿠’로 ‘갓생’을 사는 언니와 취향이 많이 다르다.

타고난 관계도 있지만 두 사람처럼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 즉 사람의 의지로 탄생한 가족도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도연 사실 별거 없어요. 저희 자매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살아요. 국적과 성이 다른 혹은 자라온 환경이 다른 자매라고 소개되지만, 저희는 ‘그냥’ 자매거든요.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레타 흐르는 강물 같은 사이죠.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흐르지만 결국 한 바다에 모이는 것처럼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났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든 건데 자꾸 타인에 의해 규정되면 될수록 편견과 프레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니 특별하지 않은 것이 우리 사이의 특별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도연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로 받아들였으니까 나이 들어서도 언니가 뭘 하든 저는 그저 언니로 바라보고, 제가 뭘 하든 언니도 저로 바라볼 거예요.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자매라도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레타 그래서 우리 자매에게는 오히려 ‘언니니까’ ‘동생이니까’ 하는 식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아요.

우리는 ‘사이’에 겁을 먹고 일종의 경계를 치곤 합니다. 경계를 뛰어넘는 데 용기를 주는 한 마디를 전한다면

그레타 어떤 이름으로 둘러싸여 있든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죠. 대학교 때 한국의 모시 조각보를 만든 적 있어요. 모시 원단을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잇는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갔지만, 꽤 아름다운 조각보가 완성됐죠. 각각 다른 색의 원단이라도 서로 조금씩 스며들고 정성을 들인다면 그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요?

두 사람은 ‘그냥’ 자매네요. 서로를 대할 때 잊지 않으려고 하는 점은

도연 그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우리는 상대의 과거를 모두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상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요구하지 않으려 해요. 어떤 이름으로든 각자의 선을 존중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예요!

저희 자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냥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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