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기다려” GV80 쿠페의 화려한 도발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현대자동차(회장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글로벌 입지를 확장하고자 브랜드 첫 쿠페SUV를 준비하고 있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GV80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올 가을경 출시할 계획이다.
GV80은 2020년 초 제네시스가 내놓은 첫번째 SUV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1억원대 넘는 경쟁 수입SUV에 비해 저렴한 6000만~8000만원대를 형성하는 가격 경쟁력과 국산차의 편리한 애프터서비스(AS) 등을 장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는 거의 존재감 없던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기여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0년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2021 캐나다 올해의 차 SUV부문 등 각종 자동차상을 휩쓴 것이다.
2021년에는 세계적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가 대회 VIP용으로 제공된 GV80을 몰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수차례 차량이 구르는 사고를 당했는데 일부 골절상에 그쳐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를 갖기도 했다.
GV80은 디자인 면에서 완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번 부분변경에서 큰 변화를 가져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도 없었기 때문에 2.5 가솔린 터보, 3.0 디젤, 3.5 가솔린 터보 등으로 운영되는 파워라인업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고속도로자율주행(HDP) 기능 탑재 가능성은 높다. HDP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3에 해당하는 최신 기능이다. 현대차그룹 차량에선 올 가을 출시될 기아 EV9 GT에 첫 탑재가 결정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내년초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GV80 기반 쿠페 모델이다.
GV80 쿠페는 제네시스가 처음 선보이는 쿠페SUV다. 쿠페는 뒤로 갈 수록 지붕이 낮아지는 자동차 디자인을 일컫는다. 일반적 SUV도 쿠페 스타일을 따르는 게 유행이지만, 본격적 쿠페는 뒷좌석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에서 손해를 본다. 실용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유려한 디자인과 주행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독일 럭셔리 브랜드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별도 쿠페 모델을 내놓고 있다. 예컨데 BMW는 준대형SUV 라인을 일반 SUV인 X5와 쿠페 모델인 X6로 운영한다.
지난달 제네시스가 공개한 GV80 쿠페 콘셉트에서도 주행성을 강조한 요소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GV80 쿠페는 전면부 범퍼에 곡선 형태의 에어벤트(공기흡입구)를 배치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두 줄’ 헤드램프는 휠아치를 뚫고 측면으로 튀어 나오게끔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후면부에는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비행기 날개 모양 스포일러를 장착해 ‘달리기 위한 차량’이라는 성격을 잘 보여준다.
내부 이미지를 보면 뒷좌석도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독립형 시트로 배치돼 4인승 차량임을 알 수 있다. 각 좌석은 고속주행이나 급격한 커브시 몸을 꽉 잡아주는 형태의 버킷시트가 장착됐다. 주로 레이싱카에 쓰이는 시트다.
주행성을 강조한 모델 답게 대표 외관 색상은 연한 빨강의 ‘마그마’ 색상으로 선택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사장은 “(빨강은)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색상”이라며 “한국적 성향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GV80 쿠페는 주행감성을 특히 중요시 하는 미국 등 글로벌 무대를 겨냥해 내놓는 모델로 판단된다. 콘셉트 모델 공개도 미국 뉴욕에서 이뤄졌다.
최근 해외에서 제네시스 차량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회사 입장에서 고무적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는 어떻게 이렇게 쿨해졌나(How Did Hyundai Get So Cool?)’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특히 GV80 개발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이 영입한 해외 스타 디자이너 역할과 빠른 의사결정 과정 등을 집중 조명했다.
이상엽 현대차·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 디자인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정의선 회장은 경쟁사 흉내내기를 그만두고 앞서 나가기를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호평은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네시스는 국내를 벗어나면 유독 힘을 쓰지 못 하는 브랜드였지만, 최근 기세는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제네시스는 2020년 미국 판매량이 1만6484대였으나 2021년 4만9621대, 2022년 5만6410대로 급격하게 확대됐다. GV60·GV70·GV80 등 SUV 모델이 현지 시장에 투입된 효과다.
한편, GV80 쿠페 가격은 일반 SUV 모델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풀옵션 모델이 1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