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TEU급 누리호 |
“HMM 인수 의사 없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매각을 놓고 유력 인수 후보군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해운업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몸값이 비싼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HMM 매각 작업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컨테이너 물류 운송 사업은 저희 주력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HMM을 인수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그 입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력 사업인 모빌리티 운송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후보군인 포스코홀딩스도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 중장기 사업 전개 방향과 HMM 인수는 전혀 맞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HMM 인수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나 LX인터내셔널 등 다른 인수후보군들도 명확한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다.
이는 HMM의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HMM 매각가로 5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여기에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2조7000억원 규모 영구채와 기타 비용까지 고려하면 최대 10조원 가까운 비용이 소모될 수 있다.
몸값은 비싼데 해운업황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임의 대표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기준 1037.07포인트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 수준이나 해운업이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70% 넘게 운임이 하락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가는 비싸고 업황은 좋지 않은 현 시점은 HMM을 인수하기에 좋은 시점은 아니다”라면서 “몸값이 더 떨어지면 본격적인 인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HMM은 국내 최대 해운사로 인수할 경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물류사업을 할 수 있고, 이미 물류 사업을 하는 회사의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분명 인수하겠다는 회사는 있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쯤 되면 인수 후보군이 대략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10일 HMM 매각 자문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양 기관은 7일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용역 수행기관인 삼성증권(매각자문), 삼일회계법인(회계자문) 및 법무법인 광장(법무자문) 등과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