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겠니… 기아 EV9, 그리고 EV5 콘셉트카 [이건혁의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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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자동차 전시회 ‘2023 서울 모빌리티쇼’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11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각종 기사와 사진, 유튜브부터 관람객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후기까지, 각종 소식이 넘쳐나고 있죠. 행사 기간에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모빌리티쇼와 자동차, 그리고 산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두 번째는 기아의 신차 EV9, 그리고 중국서 공개된 EV5 콘셉트카에 대한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2.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니…. 기아의 신차 EV9, 그리고 EV5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는 ‘2023 서울 모빌리티쇼’ 공식 개막(31일)에 앞서 국내외 기자단을 상대로 한 프레스 데이가 진행됐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쌍용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등이 신차를 소개하고, 미래 전략 등을 발표하는 날이죠. 10~20분 간격으로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 발표에 나선 업체들은 미디어의 시선을 끌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입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2023 서울 모빌리티쇼’의 기아 전시장에서 진행된 기아 EV9 실차 공개 행사 현장. 수많은 취재진들이 차량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기아 제공크게보기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2023 서울 모빌리티쇼’의 기아 전시장에서 진행된 기아 EV9 실차 공개 행사 현장. 수많은 취재진들이 차량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기아 제공

하지만 미디어의 시선이 집중된 차량은 역시 신차, 그중에서도 기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기아 이브이 나인(The Kia EV9)’에 집중됐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미디어 관계자들도 있었는데요. 이들 역시 EV9을 취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EV9의 성능과 디자인 정보는 이미 많은 미디어를 통해 다뤄졌습니다. 간략히 요약해보면 우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500㎞ 이상 목표가 제일 눈에 띕니다. 아직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기아 측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인만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위해 99.8kWh(킬로와트시)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습니다. 여기에 SUV치고는 상당히 낮은 공기 저항 계수(cd) 0.26을 달성했습니다. 에너지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엄청난 크기입니다. 일반형 모델 기준으로 △전장(길이) 5010㎜ △전폭(너비) 1980㎜ △전고(높이) 1755㎜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 3100㎜입니다. 함께 전시된 EV9 GT라인은 전장 5015㎜, 전고 1780㎜로 약간 더 크게 제작될 예정입니다.

기아 EV9에 적용된 2열 스위블 시트. 의자를 돌려 후방을 볼 수 있다. 3열을  내려 공간을 확보한 뒤 차박을 하거나 업무를 보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크게보기기아 EV9에 적용된 2열 스위블 시트. 의자를 돌려 후방을 볼 수 있다. 3열을 내려 공간을 확보한 뒤 차박을 하거나 업무를 보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넓은 실내 공간도 인상적입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강점을 충분히 녹여낸 실내는 3열까지 다 펼쳐도 충분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줍니다. 2열 시트에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스위블 시트’는 꽤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2열을 돌려 뒤를 바라보게 한 뒤 3열을 접고 테이블을 놓으면, 제법 그럴듯한 업무·휴식 공간을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전기차들이 가지고 있는 ‘프렁크(앞 트렁크)’ 도 있습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입니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었던 밋밋한 앞부분을 개성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줍니다. 자동차 구매 후 추가로 다른 패턴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성능,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EV9은 기아에게 아주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이죠. 그러기에 EV9은 기아가 보유한 역량이 총동원된 자동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이 내놓은 자료들을 풀어내고 설명하기만 해도 하루가 다 갈 겁니다.

지금부터는 상대적으로 덜 공개됐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한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V9은 얼마일까요. 서울 모빌리티쇼 현장에서 EV9을 둘러보신 관람객이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미디어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EV9의 프렁크(앞 트렁크) 공간.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크게보기EV9의 프렁크(앞 트렁크) 공간.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몇 가지 힌트는 있습니다.

첫째, 5700만 원은 무조건 넘는다는 겁니다. 환경부의 2023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5700만 원 미만 차량은 국비 보조금 전액, 5700만∼8500만 원 차량은 절반이 지급됩니다. 8500만 원을 초과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원이 없습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30일 EV9 공개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조금) 100% 받기는 어려울 거예요. 아직은 (가격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보조금) 100%는 못 받고 50%를 받으려고, 최대한 많은 버전이 50%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송 사장의 발언은 EV9의 버전에 따라 보조금 적용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기아는 EV9을 이륜과 사륜구동 모델, GT라인 모델, 고성능 GT 모델 등 총 4가지 모델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이 4가지 모델 모두 보조금 50%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부는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겁니다.

기아 EV9의 후면. 3열 시트까지 다 펼쳤음에도 보이는 것처럼 비교적 넓은 적재 공간이 나온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크게보기기아 EV9의 후면. 3열 시트까지 다 펼쳤음에도 보이는 것처럼 비교적 넓은 적재 공간이 나온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는 EV9의 가격이 8000만 원대가 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이른바 ‘깡통(옵션이 없는 차량)’은 낮은 가격으로 하되, 옵션을 추가하면 8000만 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죠. 현대차 아이오닉6에서 사용된 전략인 ‘이라이트’ 트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오닉6는 보조금 100%를 받기 위해 여러 옵션을 제거한 5260만 원짜리(세제 혜택 적용 후 가격) 이라이트 트림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나머지 트림들은 세제 혜택을 적용했어도 5500만 원을 초과(2022년 전기차 보조금 100% 기준은 5500만 원입니다)했지만,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었죠.

두 번째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입니다.

통상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아 EV6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77.4㎾h를 장착해 5620만 원(세제 혜택 적용 전)의 가격이 책정돼 있습니다. EV6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29% 늘어난 EV9은 어떨까요.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의견을 내놓습니다. 배터리 수율, 조건, 생산 단가 등 모든 세부 조건을 무시한 채 단순 계산을 할 경우 EV9의 가격은 못 해도 7000만 원은 넘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형 전기 SUV인 EV9은 넓은 실내 공간이 인상적인 차량이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크게보기대형 전기 SUV인 EV9은 넓은 실내 공간이 인상적인 차량이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V9의 가격 수준은 판매량과 직결됩니다. EV9의 생산 목표는 연 10만 대입니다. 기아는 국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EV9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계약을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EV9의 대체 선택지인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제네시스 GV80 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EV9가 3열 좌석을 갖춘 대형 전기 SUV라는,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이 아직 내놓지 못한 차별화된 자동차입니다. 내연기관 차들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가격이 중요한 만큼 비슷한 크기의 SUV들을 두고 고민이 됩니다. 기아 역시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EV9의 가격을 놓고 끝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 아닐까요.

EV9를 향한 높은 관심은 자연스럽게 EV5의 출시 여부로도 이어집니다.

기아는 지난달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기아 EV 데이’를 통해 중국 및 글로벌 차종으로 개발할 ‘콘셉트 EV5’ 실물을 최초로 전시했습니다. EV5 콘셉트카는 외관상 EV9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올해 말 양산차를 개발해 주요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인데요. 이는 상당히 빠른 일정으로, EV9의 디자인 요소를 많이 활용해 제작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EV5가 중국에서 먼저 공개되면서 이 차량이 중국 전용이냐,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용이냐 등을 놓고 다소 논란은 있었는데요. 송호성 기아 사장이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기자들에게 “EV5를 국내에서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출시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EV5는 준중형 SUV로 개발되고 있는데요. 해당 차급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많다는 점, 호평받는 EV9의 디자인 요소가 상당 부분 적용될 점을 고려하면, 어쩌면 EV9 이상의 인기를 끌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기아가 3월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공개한 ‘콘셉트 EV5’는 EV9과 외관상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기아 제공크게보기기아가 3월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공개한 ‘콘셉트 EV5’는 EV9과 외관상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기아 제공

EV9을 살펴보면 새삼 국내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제조 역량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V9 실차가 공개된 후 세계 각 국 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졌습니다.

EV9은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요.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가격이 책정된다면, 판매 실적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V9도 앞서 선보인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처럼 세계 각 국으로부터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기를 기대해봅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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