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카니발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영원한 MPV의 1등으로 군림하는 카니발도 트라제, 카렌스 등 경쟁자와 한껏 굴러다닌 시간이 있었다. 어째서 카니발만 남은 것일까. 아빠의 차로 사랑받던 MPV 시장이 이젠 카니발만 홀로 남았다.
기아, THE 2025 카니발 공개
기아가 자사 MPV 차량 카니발의 연식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THE 2025 카니발은 차선유지보조, 정전식 스티어링 휠 감지 기능 등의 선택 사항을 기본 적용하는 등 상품성 강화를 꾀했다.
현대 스타리아도 같은 MPV지만 좀 더 상용성이 강한 반면, 카니발은 탑승자를 위한 측면을 강조해 가족 자동차로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카니발의 독주 체제가 시작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지금이 SUV 시대라면, 과거에는 MPV가 득세 했던 시절이 있었다. 트라제, 카렌스가 그 대표격이다. 하지만 이젠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어째서 카니발만 살아 남은걸까.
이제 이민 가버린 카렌스
어느새 사라저 버린 트라제
카니발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반면 동시대를 같이 누빈 트라제와 카렌스는 모두 사라졌다. 은퇴를 앞둔 차들이 도로 위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종종 보이지만 그뿐이다.
카렌스는 IMF 시절 기아를 이끈 공신이자 가장이었다. 7인승 준중형 MPV로서 가족에게 어울리는 차로 탄생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MPV라는 호칭은 덤이었다.
또한 LPG 엔진까지 품어 유류비 부담도 덜었다. 정말 가장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차였다. 하지만 점차 큰 차를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그 동안 카니발은 태생부터 건장했던 덩치로 가족 자동차의 휘장을 넘겨 받았다.
결국 카렌스는 2018년 단종됐다. 2016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SUV도 7인승을 거느리고, 3열 공간조차도 더욱 쾌적한 차량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불안한 입지를 겨우 붙잡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인도와 동남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이름을 지우지 않았지만, 국내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이제는 같은 집안이 된 현대에도 카니발의 호적수가 존재했다. 트라제 XG는 고급 유럽형 MPV를 표방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에쿠스의 전륜 서스펜션을 공유하며 상품성을 꾀한 것이 이름에도 드러났다. 고급차량으로 대접받던 그랜저 XG와 같은 항렬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다.
트라제 XG는 세미보닛 형태로, 기존 원박스카 승합차 그레이스, 봉고 등이 지적받던 안전성 문제를 일부분 해결했다. 또한 LPG+9인승의 조합으로 세제혜택도 챙기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또한 카니발에 비해 낮은 배기량으로 상대적인 세금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고급성을 강조하고자 방수처리를 하지 않은 부품들이 문제가 생겼다. 트라제에게 따라다니는 부식 꼬리표가 이 때문에 생긴 것. 이외에도 각종 결함과 오작동으로 수많은 리콜을 진행했다.
결국 카니발의 선전, SUV의 등장, 그리고 만성 질환을 가진 트라제 본인 문제까지 겹치며 결국 2007년에 명맥이 끊겼다. 그랜드 스타렉스가 현대 MPV를 이어갔으나 고급차 이미지를 원한 트라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SUV에게 파괴당한 MPV 생태계
겨우 살아남은 카니발은 강자가 됐다
카니발은 최근 SUV의 침공에도 홀로 MPV 시장을 지키고 있다. 이미 트라제와 카렌스 외에도 산타모, 카스타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스타리아는 아직까진 어색한 먼 친척이다.
하지만 카니발은 더욱 강해졌다. 비록 원하지 않은 독주 무대지만 유약하게 굴어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도요타 시에나와 알파드를 비롯한 수입 미니밴들이 국내를 두드려도 여전히 굳건하다.
좋은 몸집에 넉넉한 3열-7인승을 안겨주는 SUV도 많아졌다. 여기에 카니발 자신의 특기인 9인승도 SUV가 넘보고 있다. 연말 공개를 앞둔 팰리세이드 풀체인지가 9인승 트림을 탑재하기 때문이다.
이젠 카렌스도, 트라제도 없다. 카니발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잊힌 친구들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카니발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13일, 기아에 따르면 카니발은 올해 9월까지 누적 6만2352대를 판매했다. 국산, 수입차를 통틀어도 쏘렌토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부분 변경으로 하이브리드까지 품으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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