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앞 몸사린 공공기관장… 고가 관용차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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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만 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 시행 이후 고가의 관용차 등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두색 번호판을 의식한 공공기관장들이 8000만 원 미만 차량으로 급을 낮춰 구매한 것으로 해석된다.

9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입수한 연두색 번호판 등록현황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총 9490대가 등록됐다. 하루 평균 60여 대가 등록된 것을 고려하면 곧 1만 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고가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됐다. 관용차를 포함해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 법인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산차는 8000만 원 이상 고가 차종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연두색 번호판 등록 차량 중 6045대는 수입차로 나타났다. 3대 가운데 2대 꼴인 셈이다. 8000만 원 이상 국산차는 ‘회장님차’로 불리는 제네시스 G90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도 시행 이후 고가의 관용차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없었던 지난해 1~5월 배기량 3000cc 이상 국산 관용차량은 총 93대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월과 비교해 5월의 3000cc 이상 법인차량은 오히려 1대가 감소했다.

고가의 제네시스 G90을 선택할 경우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공공기관장들이 급을 낮춰 8000만 원 미만 차량으로 구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1~5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관용차는 총 2대였다. 전라남도의장의 관용차인 G90과 경기 광주시장의 카니발 하이리무진이다. 하이리무진은 다른 트림과 달리 넓은 실내공간을 갖춰 가격이 9200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트림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존 관용차가 노후되고 내구 연한이 경과해 구매했다”고 답했다.

연두색 번호판 부착 차량은 가격대별로는 8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차량이 3308대로 가장 많았고, 1억~1억2000만 미만이 2426대로 뒤를 이었다. 1억6000만 원 이상 차량도 1600대를 차지했다.

17개 지방자치단체 권역별로는 부산(1921대), 인천(1896대), 경남(1146대), 제주(1066대), 서울(899대) 순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박은석 이사는 “국가 채권을 법인차 가격의 일정비율로 사야하는 공채매입이 부산과 인천 등에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제주는 렌터카 법인이 많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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