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급한 불 끄던 카카오, 인적분할로 돌파구
비즈워치 조회수
핵심 자회사로 보기 어려운 회사들의 문제해결에 경영진의 집중력과 자원을 썼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카카오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은 지난 21일 진행된 지배구조 개편 설명회에서 카카오의 현 상황에 대해 솔직한 자기진단을 내놨다.
카카오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가장 큰 명분은 ‘복합기업 할인 해소’였지만,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그 동안 카카오의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카카오는 이번 인적분할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고, 향후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 성장 동력 확보와 신사업에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선 카카오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향후 성장에 대한 청사진에는 물음표를 붙인 상태다.

계열사 55개 정리하며 소모된 에너지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계열사가 한 때 147개(2023년 5월 기준)에 달했던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취임한 2024년 이후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비핵심 계열사들을 과감히 정리하며 현재 계열사는 92개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경영진은 AI 등 미래 사업에 대한 구상보다 위기에 빠진 비핵심 계열사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었다. 최근 5년간 카카오 이사회 비경상 안건 27건 중 23건, 지난해 투자심의기구 안건 32건 중 27건이 자회사 지원과 구조 개편에 쏠려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게임즈, 포털 ‘다음’ 등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을 차바이오그룹에 매각했다. 올해 초에도 포털 다음을 업스테이지에, 카카오게임즈는 라인야후에 경영권을 넘겼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 관련 회의보다 실적이 안 좋은 자회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에 경영 전략이 쏠려있었다”며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일에 자원이 쓰였다”고 말했다.
방향은 맞지만…청사진 실현될까
카카오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을 인적분할 배경으로 꼽았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추산한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부분합산가치평가)는 34조2000억원인데 비해 최근 3개월 평균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카카오AI는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AI기업으로서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카카오X는 테크핀·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 사업 등을 축으로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 공감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카카오 T 등 각 플랫폼이 시너지를 내왔던 부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은정 DB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원 재분배와 기업 재평가 측면에선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테크핀과 콘텐츠, 모빌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와 카카오톡 플랫폼 연계성은 카카오의 밸류 하방을 지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인적분할 후에도 카카오X 서비스와 카카오톡의 협력 관계는 지속한다는 계획이지만 카카오톡과 핵심 서비스들이 분할되는 만큼 주가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분할이 합산 가치를 자동으로 높이지는 않는다”며 “카카오X는 상장 자회사(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SM엔터테인먼트 등) 비중이 커 순자산 할인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카카오X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지주형 회사라 보유 지분 시가총액을 더해도 카카오X 자체 주가가 이를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후 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