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정선 일대 동강 절벽에서만 자라는 꽃이 있다. ‘동강할미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같은 기후, 고도, 토양을 만들어도 동강 바깥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외국은 물론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재배에 실패했다.
동강할미꽃은 석회암 절벽과 독특한 기류, 온도, 습도 등 복합적인 조건을 갖춰야만 싹을 틔운다. 정선 동강 유역의 지형적 조건을 완벽히 따라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일부에서는 ‘지구에 단 하나뿐인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꽃과는 다르다… 동강할미꽃만의 특별함

동강할미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지만 일반적인 할미꽃과 다르다. 먼저 꽃이 핀 다음 잎이 자라난다. 대부분의 할미꽃은 꽃과 잎이 동시에 돋는다. 줄기 끝에 하나씩 피며 처음엔 아래를 향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위로 방향을 튼다. 꽃이 진 뒤에는 씨앗에 깃털 모양의 털이 달려 퍼지게 된다.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며 땅바닥에 밀착된 채 자란다. 식물 전체에 흰 털이 나 있고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절벽 틈에서 자라는 탓에 주변 지형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바위 틈에도 뿌리를 내리고 자생하는 강한 생존력을 갖췄지만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살아남지 못한다.
멸종위기종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지정 보호종이면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생육지가 극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선 동강 유역 외에는 발견된 사례가 없다. 개화 시기는 3월 말~ 4월 중순까지로 해가 갈수록 시기가 짧아지고 있다.
꽃이 자라는 구간은 석회암이 깎인 절벽으로 사람의 접근도 쉽지 않다. 환경보호단체들은 해당 구간을 ‘관찰은 가능하지만 채취는 절대 불가’한 생태 보존지로 관리 중이다. 강원도청과 국립공원공단은 매년 개화 시기에 맞춰 임시 통행 제한구역을 설정해 훼손을 막고 있다.
2000년대 초 정부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강에 대형 댐 건설을 추진했으나 곧 중단됐다. 동강할미꽃의 자생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이려던 댐 사업을 멈췄다. 단 하나의 식물을 지키기 위해 대형 국책사업이 전면 철회된 사례는 드물다.
현재 동강 유역은 국가지정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생육지 일부는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제한되며 사전 신청을 통한 탐방만 가능하다.
동강할미꽃 보러 비행기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피는 꽃인 만큼 동강할미꽃은 관광 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봄이 되면 수천 명이 꽃을 보기 위해 정선을 찾는다. 생태관광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방문객도 늘고 있다. 단 며칠에 불과한 개화 시기에 맞춰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시에 보호를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꽃이 피는 절벽은 지정 탐방로 외에는 접근할 수 없다. 안내원 동행 없이 무단출입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꽃을 꺾거나 훼손하면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동강할미꽃은 아직도 생존 조건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식물이 자라는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 토양의 미세성분까지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특성보다는 환경과의 관계가 생존의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일부 연구진은 토양에 특정 균류가 공생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해당 균의 분리조차 실패하고 있어 실험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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