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수, IMF 외환위기 때보다 적어
폐업이 개업 추월… 실업급여·폐업공제금 역대 최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IMF 때도 이렇게 무너지진 않았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로 인해 최근 두 달 사이 20만 명 넘는 자영업자가 사라졌다. 하루 3천 명꼴로 가게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적은 숫자다.
지난해 11월 570만 명이었던 자영업자 수는 단 두 달 만에 20만 명 이상 감소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장기화된 내수 경기 침체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영업 비용 증가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 등을 꼽고 있다.
기대했지만… 버티던 가게들, 결국 폐업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외식업, 소매업 등 소비자와 밀접한 업종에서 폐업이 개업을 앞질렀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 밀접 업종(서비스업·외식업·소매업)의 폐업 수는 7만4897개로 개업 수(6만307개)를 1만4590개 이상 초과했다.
특히 외식업의 타격이 컸다. 올해 2월 기준 외식업 폐업 업체 수는 2만7328개로 개업 업체 수(2만6472개)를 웃돌았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할 것 없이 모든 음식점이 어려움을 겪으며 문을 닫고 있다.
이러한 폐업 증가세는 실업급여 지급액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실업급여 지급액은 188억2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지급자 수도 1만370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줄고 비용은 늘고… 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급격히 늘어난 운영 비용이 더 큰 부담이라고 호소한다.
부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가 너무 올라 이제는 남는 게 없다”며 “코로나 때부터 겨우 버텼는데 이제는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가게를 정리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도 “버터, 밀가루, 우유 등 안 오른 게 없는데, 손님은 계속 줄어드니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항목은 원자재·재료비(22.2%)와 인건비(21.2%), 임차료(18.7%) 순이었다.
또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3% 감소했다고 응답한 자영업자는 72.0%에 달했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드물다. 올해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62.2%, 61.2%로 조사됐다.
전문가들 “자영업자 위한 지원책 시급”

전문가들은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폐업은 단순히 가게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다른 일자리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중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창업을 장려하며 자영업자 수를 늘려왔지만, 이제는 폐업 후 생계를 위한 지원이 더 중요해졌다”며 “폐업한 자영업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일자리 연계 사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월 전국 소상공인 1024명을 대상으로 한 경영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92.3%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류필선 전문위원은 “대다수의 자영업자가 올해 경영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내수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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