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은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증상 중 하나다. 가려움이 느껴지면 무의식적으로 해당 부위를 문지르거나 긁게 된다. 어떤 종류의 가려움은 이렇게 함으로써 잦아들기도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가려움증의 경우, 긁는 것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고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이에 관해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살펴본다.
알레르기 피부염의 원인과 증상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특정 물질에 대해 어떤 사람은 전혀 문제가 없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알레르기는 해당 물질에 대해 면역계가 과민 반응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증상, 눈이 가렵거나 충혈되는 결막염 증상, 복통이나 설사가 일어나는 소화기 증상, 전신 쇼크가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하 알레르기 피부염)도 그중 하나다. 세제나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특정 성분, 라텍스, 특정 금속 등이 대표적인 알레르기 피부염의 원인이다. 음식 중에는 ‘옻나무’로 인한 알레르기가 잘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피부염이 나타나면 가장 기본적으로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이 생긴다. 물집이 잡히거나 각질이 생기기도 하고, 해당 부위가 부어오르기도 한다. 가려움증은 피부 건조, 혹은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질환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피부염인 경우는 염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알레르기 피부염, 긁으면 더 악화돼
가려움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문지르거나 긁게 된다. 이는 일시적으로 가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가려움증의 경우 문지르거나 긁는 행위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쨌거나 피부를 자극하는 행위이므로 자칫 가려움이 더 심해질 우려도 있다.
알레르기 피부염은 일반적인 가려움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피부염의 경우 문지르거나 긁음으로써 염증이 악화되거나 2차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피부과 및 면역학과 연구팀에서는 가려움이 느껴질 때 무의식적으로 긁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의식적으로 참아내려 해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긁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염증을 더 심하게 하고 자연적인 치유를 더 늦어지도록 한다.
연구팀은 쥐 모델을 활용해 이를 검증하고자 했다. 정상적인 쥐와 가려움을 감지하는 뉴런을 제거한 쥐(가려움증이 없는 쥐)로 분류하고, 쥐들의 귀 부분에 알레르기 물질을 사용해 습진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했다.
정상적인 쥐는 가려움을 느끼고 긁기 시작했는데, 이와 함께 알레르기 부위가 부어올랐다. 해당 부위를 확인한 결과 염증성 면역 세포로 채워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염증과 부기는 가려움증이 없는 쥐에게서도 나타났지만, 그 정도는 훨씬 덜했다.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정상적인 쥐에게 엘리자베스 칼라를 씌워 가려움을 느끼더라도 해당 부위를 긁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가려움증이 없는 쥐와 마찬가지로 염증과 부기가 훨씬 덜하게 나타났다. 즉, 긁는 행위가 알레르기 피부염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가려운 부위 긁으면 시원한 이유
알레르기로 인해 가려운 부위를 긁으면 일시적으로나마 시원함을 느낀다. 연구팀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려운 부위를 긁게 된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행동이 더 적절한 것으로 여겨지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연구팀은 긁는 행위가 ‘황색포도상구균’의 양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감염에 관여하는 가장 흔한 박테리아 중 하나다. 즉, 긁는 행위로 인해 가려움을 유발하는 균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가려움은 가볍게 긁거나 문질러서 해소되기도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알레르기 피부염 또는 그 외 원인으로 인한 만성적인 가려움에는 반대다. 긁는 행위는 통증 감지 뉴런으로 하여금 특정한 화합물을 방출하게 한다. 이는 지방 세포를 활성화해 중성구를 모집하고 가려움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즉, 가려운 부위를 긁어서 황색포도상구균의 양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심한 가려움과 염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피부 염증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긁는 행위가 지방 세포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을 토대로, 지방세포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여 염증을 억제하는 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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