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 덕분에 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제작 영화사집)이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받는 상황에 주연배우 송혜교가 한 말이다. 중학교 3학년 때 교복 모델로 데뷔해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1998~2000)와 KBS 2TV 드라마 ‘가을동화'(2000)에 출연하며 스타로 발돋움 한 후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데뷔 30년차 배우의 겸손한 말이다.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로 ‘두근두근 내인생’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송혜교는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해 “기분 좋다”고 하면서도 어려워진 영화계와 극장 상황을 걱정했다. “영화 시장이 너무 어려우니까 정말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냥 제 바람은 만든 분들의 수고가 담긴 작품이니까 손익분기점만이라도 넘겼으면 좋겠어요.”
● 오컬트 장르보다 두 여성의 연대에 끌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다루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주연으로 활약한 ‘검은 사제들’은 2015년 개봉해 544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오컬트 열풍의 시초가 됐다. ‘검은 사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인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와 전여빈을 주연으로 내세워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혜교가 김범신(김윤석) 신부의 제자인 유니아 수녀로 금지된 구마 의식에 나선다. 송혜교의 첫 오컬트 장르 도전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검은 사제들’을 봤다고 밝혔다.
“유니아 수녀가 김범신 신부의 제자예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묘하잖아요. 보통의 제자는 스승을 싫어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스승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닮는 것 같아요. 유니아에게도 김범신 신부의 모습이 있을 것 같았어요. 김윤석 선배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보고 싶어 다시 봤죠.”
송혜교는 전편의 흥행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편과 차별화된 ‘검은 수녀들’만의 매력에 끌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수녀들이 그들보다 더 약자인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가 극적으로 다가온다.
“제가 해보지 않은 장르여서 끌리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드라마에 더 끌렸어요.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여성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연대하는 이야기에 끌렸어요.”
특히 송혜교가 연기하는 유니아 수녀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교리를 저버리고 밀어붙이는 강단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교단과 스승을 향해서 짜증을 내거나 욕설을 내뱉은 송혜교의 얼굴은, 전작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문동은과 또 다른 ‘걸크러시’ 매력을 보여준다.
“만약 나라면, 가족도 아닌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아이를 위해서 유니아 수녀처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어요. 저는 그만한 용기가 없어서 못 해요. 저한테 없는 유니아 수녀의 용기와 대담함이 멋있게 다가왔어요.”
● 이젠 후배들이 훨씬 더 많아…”연기할 땐 다 같은 배우”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로 오랜만에 활동하면서 달라진 환경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홍보를 위해서 TV와 유튜브 예능에 출연하며 작품 밖의 소탈한 일상을 공개해 자신에게 덮씌워진 ‘신비주의 이미지’를 단박에 씻었다. 특히 유튜브 출연을 통해 공개된 사적인 모습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가리는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보여줘야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나갔을 때에는 어른들이 좋아해주시고, 유튜브 ‘요정재형’ ‘브이로그’에 나갔을 때에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주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 유튜브 잘 봤다면서 같이 사진 찍자고 말할 때는 신기했어요.”
무엇보다 촬영 현장에서의 변화를 크게 느낀 그다. 송혜교는 “이제 현장에서 가장 연장자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후배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살펴보니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빼고는 다 저보다 어리더라고요. 어렸을 때 데뷔해서 마냥 감독님, 선배님이 어렵고 무섭고 현장에서 눈치 보던 저였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우나 스태프 할 것 없이 ‘선배님, 오셨습니까’라는 인사를 받으면 아직도 어색해요.”
강산이 세 번 바뀔 정도의 경력이 쌓였지만, 송혜교는 선후배를 따지지 않는다. 동료 배우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연기를 함에 있어 선후배가 따로 없다”는 게 송혜교의 지론이다.
“(전)여빈씨와 연기할 때에도 제가 극을 이끈다고 생각하지 않고 여빈씨와 함께 극을 이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밖에서는 선배, 후배 하지만 연기하는 동안에는 다 같은 배우일 뿐이에요. 다만 현장에서 여빈씨나 저, 우리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그럴 때는 선배로서 조금 더 나서기도 해요.”
● 송혜교의 새 얼굴…사이코패스도 도전해보고파
‘검은 수녀들’은 최근 언론에 첫 공개된 뒤 송혜교의 새 얼굴 발견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를 계기로 새로운 연기에 하는 재미에 눈을 떴다며 ‘검은 수녀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임을 밝혔다. ‘검은 수녀들’은 기도문을 읊조리는 등 평소에 쓰지 않는 말투로 대사를 소화해야 해 걱정도 했지만 “‘더 글로리’ 때처럼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배역,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바람도 전했다.
“제가 촬영 초반 한, 두 번째 감정을 놓치면 큰일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틈만 나면 기도문을 달달 외웠어요. 툭 치면 툭 나올 정도로요. 기도문을 읊으면서 동시에 감정을 잡아야 하니까 연기하기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도문을 읊으면서 악령과 싸우고 하는 연기가 처음이니까 또 재미있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작품도 시대극이라서 또 새롭고 기대가 커요. 계속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아요. 악역도 해보고 싶고, 사이코패스 역할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그가 언급한 시대극은 노희경 작가의 새 작품 ‘천천히 강렬하게’다. 송혜교는 2008년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2013년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이어 노 작가와 벌써 3번째 작품 호흡을 맞춘다. 최근 촬영을 시작했다는 그는 작품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다면서 시대극이어서 머리를 짧게 잘랐고 공유 등 배우들과 호흡이 좋아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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