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해외여행 중 가장 많이 다녀본 지역이 일본인데, 일본어라고는 시간별 인사와 감사하다 미안하다 정도.
그럼에도 딱히 불안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믿음 때문이다.
오메가 공원
917 Kamitsushimamachi Omasu, Tsushima, Nagasaki 817-1715 일본
이곳은 상대마 오메가 공원이라 부르는 곳.
넓은 주차장과 주변의 잔디밭이 잘 가꿔져 있지만 오가는 사람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마도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일 거라 생각되며 나아가 한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의 접근성은 물론, 일본 자국민들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원이라 이름 붙은 곳이기에 크든 작든 화장실은 존재하며 아무리 사람이 오가지 않는 공원이라 해도 항상 청소를 하기 때문에 깔끔하다. 시설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청결도를 말하는 것이다. 일본 자유여행을 다니며 보게 되는 장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도 일단 만들고 나면 관리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좋아 보인다.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은 오메가 공원이라 이름을 지어놓았는데 왜 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내겐 그저 대마도 여행 중에 만난 하나의 공원이고 일본 자유여행에서 얻는 휴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정표에 ‘1号展望步道(1호전망보도)’, ‘1号親水步道(1호친수보도)’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2호나 3호도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우선 1호 전망 + 친수 보도를 향한다. 여기서 친수는 물가에 위치한 길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일본어를 몰라도 중학교 때 나름 한자 공부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약어로 써놓아 헛갈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어느 정도 된다.
오르막 계단 몇 개를 올라 다시 내려가니 곧바로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이곳 대마도는 리아스식 해안이며 대마도라는 섬 안쪽으로 숨은 듯 위치하고 있어 파도가 무척 잔잔하다.
덕분에 호수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대마도에 연못을 제외한 호수는 없다.
이렇게 물가로 걷는 길을 아마도 ‘親水步道’라고 한 듯하며 걷는 길이 끊어진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진다.
알지 못하는 곳이지만, 천천히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여유로움이 참 좋다.
유명한 관광 지도 아니고 글을 써 놓아봐야 누가 읽기나 할는지 모를 장소지만 언젠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 일본 자유여행 장소다.
바다이긴 하지만 물이 얕고 엄청 맑다.
바닥상태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수영을 해도 좋을 듯하고 스노클링을 즐겨도 좋을 듯.
이쪽은 그래도 파도가 좀 있네 싶었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직선으로 쭈욱 나가면 우리나라와 규슈 사이의 바다 대한해협(大韓海峽), 즉 현해탄이기에 나름의 강한 파도가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봐야 찰랑이는 정도지만.
혼자 걷기에 너무 아까운 풍경.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은 그런 곳이다.
이제 정말로 길이 끝났나 보다.
억지로 바위를 타고 가볼까도 싶었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안전하게 편하게 걸을 수 있을 만큼만.
세월이 흐르며 점점 스타일이 변해가고 있고 이번 일본 자유여행 장소인 대마도 여행에서도 동일하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좋은 땅 두고 이 험한 바위에 붙어자라는 녀석들.
하긴 너네들이 거기서 자라고 싶어 선택한 건 아닐 듯하다. 그저 바람에 실려왔거나 파도에 실려왔을 수도.
다시 오메가 공원으로 돌아간다.
푸른 하늘에 구름 몇 송이.
따가운 햇살이 쬐금 부담.
소소한 트레킹으로 즐기는 대마도 여행.
이어서 ‘2号親水步道(2호친수보도)’로 향한다.
저 멀리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커플 발견.
오늘 이곳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다.
지나며 들어보니 일본 사람 맞다.
연령대는 대략 20대 중 후반.
‘2号親水步道(2호친수보도)’를 걷고 다시 오메가 공원으로 나왔다. 전체적으로 잘 가꿔진 공원인데 찾는 이가 그다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차는 그대로 두고 갈까 싶었는데 이도 귀찮아서 차를 이동시켜 또 다른 공원으로 향한다.
안쪽으로 굽어 들어오는 자리에 선착장이 보이고 그 앞으로 떠 있는 사각형은 아마도 양어장인가 싶다.
배가 한 척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양어장을 관리하는 분들이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을 해본다.
조금 전에 거닐었던 장소에서 약 400m 정도 거리에 위치한 또 다른 공원. 소풍 온 기분이 드는 곳.
테이블은 없고 그냥 의자만 있다.
지인들과 마트에서 도시락 사들고 와서 먹고 쉬고 걷고 그러면 딱 좋을 듯한 공간이다.
일본 자유여행을 하며 종종 느끼는 감정인데 이곳 대마도 여행 중에도 어김없이 느끼게 된다.
이곳에도 화장실이 있다.
저 앞의 철근으로 만든 것은 무언가 설명이 있긴 한데 뭔 소린지 모르겠고 쇠줄로 지탱하고 있다.
쇠줄의 굵기가 쿠니의 팔뚝만 하다.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니 현재 이곳이 오메가 공원(オメガ公園)이라 적혀 있고 아까 그 공원은 상대마 만남의 광장(上対馬ふれあい広場)이라고 적혀 있다. 즉, 전체적으로 공식 명칭은 오메가 공원인 거고 좀 전의 그 공원은 만남의 광장인 것. 그동안 그렇게 많은 대마도 여행을 했음에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처음 와 봤다.
아는 곳이라 생각을 해도 천천히 걷다 보면 새로운 곳을 만나게 되듯 이번 일본 자유여행에서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