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은? 제주도, 두 번째로 큰 섬은? 거제도, 세 번째로 큰 섬은? …
여기서 말문이 막히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곳 진도가 바로 세 번째로 큰 섬이며, 울돌목 명량대첩으로 글로벌하게 유명하신 이순신 장군님과도 연이 깊다. 물론, 1984년 울돌목 해협에 진도대교 완공되어 이제 완벽한 섬이라 말할 수 없는 섬이 되었다.
진도쌍계사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299-30 쌍계사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 진도 쌍계사
https://tv.naver.com/v/37711370
어떤 글에서 진도 쌍계사(雙溪寺)를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장소로 소개하는 내용을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만 바로 옆 운림산방과 함께라면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으로 인정할 만하다 생각했지만 단독으로는 부족하단 느낌이다.
여튼, 비 오는 날 여행 장소로 선택한 진도 쌍계사 일주문 현판에는 첨찰산(尖察山) 쌍계사(雙溪寺)라고 적혀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은행나무가 직립 도열하고 있어 마치 지나는 이들을 존중하는 예식을 치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혹시 이 길이 가을에 ‘덩’냄새로 가득한 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스님들 바쁘실 듯.
그렇구나 요즘 계절!
수국이 한창이다.
과거엔 5~6월 땡볕이 내려앉기 이전에 보던 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8월까지도 수국축제를 한다고 하니 계절 꽃이란 의미가 무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의 대표 꽃이었던 코스모스가 이젠 철모르고 쑥쑥 솟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여행이어서일까? 수국이 더욱 생기발랄할게 보인다.
갈림길?
뭔 갈림길일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왼쪽으로 야툼한 길은 첨찰산 등산로이고 오른쪽은 쌍계사로 들어서는 길이다.
첨찰산(尖察山)은 해발 482m의 높이며, 그 이름 자체가 생소하고 듣기에도 특이해 보이는 산이다.
곧게 뻗는 쌍계사 길을 몇 걸음 걸으면 사천왕문이 서 있다. 이건 마치 사천왕께서 드나드는 사람을 필터링하겠다는 의지의 문으로 보인다. 빼꼼하게 돌아서서 갈 수도 있겠으나 아무래도 그건 담치기 하는 기분이 들 듯하다.
빠질 자리 없는 느낌의 사천왕문.
아마도 저 사천왕문으로 들어서면 눈을 부릅뜬 사천왕들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텐데 그동안 사찰 기행을 꽤 다녔던 터라 익숙한 부릅뜸이라 이젠 무섭지도 않다.
방금 사천왕문을 지나왔는데
들어설 때의 현판은 사천왕문(四天王門)인데 사천왕상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려니 해탈문이라 적혀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삼문(寺刹三門) 또는 사찰산문(寺刹山門)이라 부르는 문은 일주문(一柱門) – 사천왕문(四天王門) – 해탈문(解脫門)이며 해탈문은 다르게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부른다.
해탈문과 불이문은 글자나 말이 다르지만 그 의미는 결국 하나의 맥락이므로 동일하게 생각하면 맞다.
각설하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건 들어설 때 사천왕문 나갈 때 해탈문 현판을 걸어두니 매우 경제적이란 것이다.
공사장임을 알려주는 구조물이 없다고 상상을 해보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울 듯하다.
아마도 그래서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이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 말했는지 모르겠다.
진도 쌍계사 우화루(雨花樓)
1층에는 종무소와 안내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 공사 중인 현장 사무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사찰을 다니며 느낀 건데 모든 사찰은 공사중이라는 것. 일부 작은 사찰을 제외하고 크다 싶은 사찰은 뭔 공사를 끊임없이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화루의 누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 보이는데 일주문 – 사천왕문(해탈문) – 우화루는 일직선상에 있고 중심 법당인 대웅전은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강렬하게 떨어지고 있는 빗줄기를 피해 우화루 아래 그대로 멈춰서 있다.
잔잔한 빗방울이 푸다다닥 쏟아지는 변화, 이 역시 비 오는 날 여행의 재미라 생각된다.
쌍계사 대웅전은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이 처음 지어진 것은 신라 문성왕 때인 839~857년 사이이며 도선 국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추정한다.
1982년 대웅전 지붕을 보수할 때 발견한 법당 상량문에 ‘강희 36년 정축’이라는 글이 확인되어 조선 숙종 23년인 1697년에 고쳐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의 대웅전은 2015년 해체 복원한 것이다.
그리고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배치한 목조삼존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이 불상은 보물 제1998호로 지정되어 있다. 어쩌면 보물로 지정된 목조삼존불상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이라 부르는 이유의 해답이 됐었을 수도 있겠다.
절 주변으로 수림이 깊다 생각했는데, 후에 자료를 찾아보니 19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라고 한다.
위에서 운림산방과 함께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었는데 그도 좋지만 산행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첨찰산 산행과 묶어 생각해도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으로 인정할 수 있겠다.
진도 쌍계사를 기점으로 왼쪽으로 오르면 상록수림이 나오고 그곳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오른쪽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첨찰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에서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해버리면 가장 짧은 등산 코스이고 다시 봉우리를 넘어 해발 398.9m의 덕신산을 찍고 운림산방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환종주를 해도 멋질 곳으로 보인다.
멀리 비 오는 날 여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렇게 비가 바람과 함께 오는 날에는 우산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 그래도 얼굴 젖지 않음 정도에 만족!
오른쪽으로는 시왕전이 위치하고 있다.
시왕전은 일반적으로 명부전이라 더 많이 부르는 전각이며 지장보살을 주불로 봉안하고 있어 지장전이라고도 한다.
시왕전에는 지장보살 외에 유명계의 심판관인 염라대왕 등의 십왕을 모시고 있어 시왕(十王) 전이라 부른다.
시왕전 뒤로 산신각이 배치되어 있다.
잠시 나무 아래 서 있자니 빗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듯 착각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무는 모든 상황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맑은 날 양산을 펼쳐 태양을 피할 때 나무 그늘 아래로 가면 태양 회피 작전이 극대화되고 비 오는 날 여행 장소에서 나뭇가지 아래로 들어가 서 있으면 빗소리가 더 강렬해지는 것이 그러하다.
시왕전 측면에서 바라보는 진도 쌍계사 경내의 풍경.
볼록하게 솟은 2개의 봉우리는 오른쪽 더 높은 봉우리가 해발 388.5m의 수리봉이고 그 왼쪽 볼록은 연결된 무명의 봉우리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명일 거라 생각된다.
반듯하게 서 있는 우화루 2층은 문이 닫혀 있다.
일반적으로 강론이나 설법 등에 활용되는 공간이고 평상시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되기도 하는데 여기 진도 쌍계사는 문이 닫혀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정면 2칸, 측면 1칸의 원통전(圓通殿).
원통전은 관음전(觀音殿)의 다른 호칭으로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데 관음보살이 주원융통(周圓融通)하게 중생의 고뇌를 씻어주는 분이라는 의미에서 원통전(圓通殿)이 파생되었다.
원통전 맞은편으로 진설당과 공양간이 있다.
스님들이 참선을 하는 선방인 진설당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밥 먹는 곳이 소박하게 돌아앉아 있다.
이런 분위기 참 좋다. 뭔가 준비된다면 마당에 이렇게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고 있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
음… 이 하나의 장면만으로 쿠니는 이곳을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으로 인정!
범종루가 비 오는 날에도 의연하게 서 있다.
계단 바닥돌은 색이 꽤 변했지만 윗돌 두 계단은 돌을 새로 얹은 듯 선명하고 깨끗하다.
목재부분은 단청을 새로이 해야 할 듯.
비 오는 날 여행,
진도 쌍계사.
전라남도 가볼 만한 곳.
그러나 쿠니는 단독으로 인정 못하겠다.
그런데…
이 기분 좋은 느낌은 뭐지?
시원하게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