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베를린 최대 규모 박물관이 14년간 문을 닫는다. 영국 매체 타임아웃(Time Out)은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이 건물 보수 공사로 인해 장기간 문을 닫는다고 보도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대규모 보수 공사를 위해 올해 10월 23일부터 14년 동안 폐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22일까지만 남쪽과 북쪽 구역을 개방하고, 이후 2027년에는 북쪽 구역만 우선 개방한다. 남쪽 구역은 2037년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매년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던 명소다 보니, 박물관이 폐장되기 전 급하게 방문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1910년부터 1930년까지 지어졌고 이후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은 ‘페르가몬 제단’과 이라크에서 발견된 바빌론 시대 ‘이스타 문’, 1886년 터키에서 발굴된 그리스 건축물 등 다양한 전시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박물관은 이런 역사적인 유물들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박물관 측은 “건물이 전시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열악하고 불안정한 상태”라며 보수공사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베를린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망가졌지만 당시 제대로 수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건물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박물관의 높은 습도와 허술한 관리 시스템 등 다른 요소들도 문제 삼았다. 이번 공사로 인해 방문객이 끊긴 틈을 타 박물관의 습도 문제와 전시품 관련 기술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물관은 보수공사에 총 12억 유로(약 1조 7000억)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남쪽과 북쪽 구역으로 나뉘는데, 이 중 남쪽 구역의 보수만 약 7억 3천만 유로(약 1조 356억)에 달한다.
현재 박물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헬레니즘 홀과 페르가몬 홀을 포함한 북쪽 건물과 중간 부분을 먼저 시공할 계획이다. 새로운 상설 전시회도 준비할 예정이다. 남쪽 건물은 북쪽보다 훨씬 상태가 나빠 야외시설을 정비하고, 건물과 다리까지 재건할 예정이다.
글= 장주영 A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