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해수욕장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동해로 가는 길.
잠시 휴게소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한다.
동해 방문 목적을 달성하고 망상해수욕장 노지캠핑 장소로 이동하던 중 만난 공원.
조명이 예뻐 들렀는데 습지의 고인 물이라 그런지 하루살이 등의 날벌레가 어찌나 많던지 진득하니 둘러보질 못하고 후다닥 둘러보는 것으로 끝낸다.
보기에는 참 예쁘고 좋은데 어쩌자고 이리도 날벌레가 많은지 아쉽다.
지금부터 9월까지는 이런 현상이 쭈욱 이어지려나?
그렇다면 이곳은 3개월 정도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공원이 될 듯.
잘 가꿔 놓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연계된 그 무엇도 없다. 꼴랑 이것 하나뿐이고 망상해수욕장의 끝자락이라 유동인구도 그리 많을 듯하지 않다. 여하튼 날벌레만이라도 없어진다면 좋겠구먼.
습지 공원을 지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캠핑 장비를 나른다.
이 솔밭길 끝에 망상해수욕장 끝자락 모래사장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오늘 나의 강원도 노지캠핑 장소가 나온다. 더도 덜도 아닌 딱 1인 캠핑하기 좋은 곳.
망상해수욕장 끝자락의 시설물인데 동해시에서 시설을 해 놓은 것인지 부근에 있는 상가에서 해 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산책하듯 오가는 분들을 여럿 만났다.
꽤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실루엣으로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곳.
강원도 노지캠핑을 위해 방문한 망상해수욕장이긴 하지만 장소가 예쁘니 급 사진 욕심이 생겼는가 보다.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하늘에는 청보랏빛 어둠만이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아득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
오늘 사용할 텐트는 알파인클럽의 벨라쉘터.
이 녀석을 펼치느라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돔 텐트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 덕분에 혹시라도 폴이 부러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펼쳐놓고 보니 그런대로 잘 버텨주고 있다. 평상시 거의 하지 않던 스톰가드 스트링도 당겼다.
바닷가에서는 아무리 조심을 해도 모래알이 텐트 안에 들어오게 마련인데 그런 게 싫어서 선택한 야침 + 테이블 + 벨라 쉘터 모드였다. 하지만 바람이 이렇게 심하게 부는 줄 알았다면 쉘터보다는 돔 텐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저녁 식사는 해야겠다.
어쩐 일인지 배가 사정없이 고프다. 오늘의 저녁 식사를 하림 미식 흑미밥에 쿠클리 로제 소스 맛 주꾸미볶음.
이전에 사용하던 코베아 캠프 4와 티에라 버너는 캠핑을 새로 시작한 후배들에게 각기 하나씩 전달했고 난 최근에 영입한 캠피닉 버너를 애용 중에 있다. 무엇보다 화력이 마음에 든다.
쿠클리 로제 주꾸미가 익어가는 쉘터.
오늘 나의 강원도 노지캠핑 장소인 망상해수욕장에서의 캠핑 스타일은 딱 요 모양이다.
쿠클리 로제 주꾸미 볶음은 2인분인데 흑미밥 1개만 넣으니 밥이 모자라 보인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가지고 온 즉석밥은 그거 하나뿐인지라.
그리고 하나를 더 넣으면 너무 배가 부르다.
아쉬운 대로 하나만 먹는 걸로.
허기를 메우고 난 뒤 묵호 덕장마을에서 구입한 황태 껍데기 튀각에 맥주 한 캔으로 저녁 시간을 꾸미고자 한다.
바람이 꽤 불긴하지만 쉘터 안에서는 그런대로 괜찮다.
이제부터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긴긴밤을 잘라나가려고 한다.
내용이 조금 지루한 느낌이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딱히 할 일이 없다. 게다가 바람이 거칠어 어느 정도 잦아들 때까지는 잠을 잘 수 없을 듯하다.
현재 시각 23시 36분.
대략 3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에구 삭신이야.
나름으로는 이 자세 저 자세 다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 목, 어깨, 팔, 엉덩이, 넓적다리까지 불편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런 것에서부터 나이 먹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과거 선배들이 하시던 말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라는 말이 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둘째 날
새벽 3시경 너무도 거칠게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잠이 깨어 텐트 주변을 돌아보며 체크하느라 설쳐댔더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여명 시간에 맞춰 알람을 호출했는데 듣지 못한 채 30여 분 정도가 흘렀던가 보다.
수평선 위로 해가 올라와 버렸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수평선 가까이에 구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오메가 일출이었을 것 같다.
생각하니 점점 더 아쉬움이 크다.
크아~ 좋다.
떠오르는 태양이 진즉부터 좋았고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다.
망원렌즈 없이 스마트폰으로 당기니 화질이 이렇게 좋다. 그냥 다 좋은 것 같다.
쉘터 머리 위로 솟는 태양을 그대로 두고 이제 아침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왜케 귀찮냐.
잠시 야침 위에 앉아 멍하게 태양을 바라본다. 덕분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늦어졌다.
아무래도 서울 올라가는 동안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
정신을 가다듬고 아침 준비를 하려는데 테이블 위 틈새로 모래 쌓인 것이 보인다.
쉘터 아래쪽은 더 심하다.
지난밤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 덕분이다.
여기저기 모래가 올라서지 않은 것이 없다.
물로 대충 헹궈내고 아내가 마련해 준 떡국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참으로 고마운 아내다.
캠핑 간다고, 여행 간다고 수시로 돌아다니는 나임에도 식사 잘 챙기라 말해주고 이렇게 떡국도 챙겨주니 말이다.
산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은 먹고사는 것에 대한 문제보다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 때문이라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는 아내와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감사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내를 만나 참으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사람다워진 것.
어머니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아내로부터 힘을 받아 그나마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내는 또 믹스커피 마시지 말라며 드립 커피까지 챙겨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매번 캠핑 파우치 안에 들어있는 드립 커피.
오늘은 드립 한 봉을 내려 카카오 프렌즈 보온병에 담고
다시 한 봉을 내려 이곳 강원도 노지캠핑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망상해수욕장은 전에도 그랬듯 1인 캠핑하기 딱 좋은 곳으로 기록되고 다시 기억되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내의 감사함을 담아내고 있는 중.
그 향긋함이 참 기분 좋다.
다시 드립 커피 한 봉을 내리는 중.
요건 이 자리에서 마실 커피다.
아침 식사와 드립 커피를 내리는 와중에 해는 이미 붉은빛을 떨구고 하얗게 빛나며 온 세상을 비추고 있다.
어제의 그 미친 바람은 완전히 사라지고 세상 모든 온화함을 다 끌어모은 듯 다른 모습으로 망상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비추고 있다. 어제의 그 바람이라면 강원도 노지캠핑의 허탈감으로 기록될 수 있었을 텐데 다행스럽게 잘 버텨 준 알파인 클럽 쉘터에게도 고마움이 생겨난다.
찬란하게 빛나는 동해바다의 빛무리.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잠이 쏟아질 것만 같다.
짐을 다 정리하고 마지막 짐을 자동차로 옮기기 전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본다.
혹시라도 떨어진 쓰레기나 휴지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
노지캠핑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좋은 공간을 내어준 자연에 대한 보답이라면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그래야 또 다른 이가 기분 좋게 이용할 것이며 내가 다시 올 때 지금처럼 행복한 마음이 들 것이다.
갈매기였으려나?
저 끝에서부터 나 있는 쪽으로 걸어온 흔적은 있는데 새는 보이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은 바쁘게 움직인다 했어도 그리 급하지 않게 여유로움을 부렸던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느릿하게 움직이고 느릿하게 사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주 가끔은 말이다.
강원도 노지캠핑 망상해수욕장 1인 캠핑하기 좋은 곳 영상 1분 5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