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나라’ 스페인. 그 어느 때 여행을 가도 축제를 즐길 수 있다.
1년 내내 크고 작은 도시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조금 더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스페인의 이색 축제를 소개한다.
01
칼솟타다 축제
(Gran Fest de la Calcotada)
장소: 스페인 발스(Valls)
날짜: 매년 1월 말
발스 칼솟타다 축제 / 사진=플리커
우리나라의 대파와 유사한 칼솟(Calcot)을 숯불에 구운 것이 ‘칼솟타다(Calcotada)’이다. ‘칼솟타다’ 축제는 ‘칼솟타다’의 본고장 발스(Valls)에서 1월 말에 열린다. 발스는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카탈루냐 타라고나(Catalunya Tarragona)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축제의 중심이 되는 ‘칼솟타다’는 코스요리로 즐긴다. 장작불 위에 그릴을 얹고 겉면이 타도록 칼솟을 굽는다. 이후 작아진 불 위에 소시지와 돼지고기를 굽고 마지막으로 빵을 굽는다.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된다.
‘칼솟타다’ 축제는 발스의 시청 광장에서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퍼레이드에 나온 대형 인형들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탈루냐 마을의 수호성인, 칼솟 인형, 농부 등 발스의 칼솟 역사와 관련된 인형들이다. 광장 주위로는 마을 주민들이 칼솟을 이용해 만든 먹거리를 판다. 마음에 드는 먹거리를 먹으면서 퍼레이드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퍼레이드를 본 후 발스의 올리 광장(Plaça de l’Oli)에 가면 칼솟이 구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카탈루냐 전통 농부 의상을 입은 주민들이 직접 칼솟을 굽는다. 1인당 10유로(약 1만 3500원)를 내면 주민들이 구워준 칼솟을 즐길 수 있다. 남은 불에 직접 소시지, 돼지고기, 빵을 사 와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칼솟을 찍어 먹는 로메스코(Romesco) 소스와 와인도 직접 준비해야 한다. 미리 마트에 들려 장을 본다면 완벽한 ‘칼솟타다’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작은 대회들이 열린다. 첫 번째는 품질이 좋은 칼솟을 뽑는 ‘칼솟 대회’다. 여러 전문가가 칼솟의 품질을 확인해 순위를 결정한다. 그 옆에서는 ‘로메스코 소스 대회’가 열린다. 로메스코 소스는 각 집마다 레시피가 다르다. 관광객들은 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의 로메스코 소스를 먹고 최고의 소스를 뽑는다. 축제에 참여해 현지인들이 직접 만든 로메스코 소스를 먹어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한쪽에서는 ‘칼솟 많이 먹기 대회’도 열린다. 18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니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직접 참여해보자.
02
페리아 데 아브릴
(Feria de Abril)
장소: 스페인 세비야(Sevilla)
날짜: 매년 4월 말
세비야 페리아 데 아브릴 / 사진=플리커
스페인의 큰 축제 중 하나인 ‘페리아 데 아브릴’은 스페인 세비야(Sevilla)에서 열리는 축제다. ‘페리아 데 아브릴’은 스페인어로 4월의 축제라는 뜻으로 4월 말에 약 1주일 동안 진행된다.
칼솟타다 축제와 마찬가지로 퍼레이드가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세비야 전통의상을 입고 마차를 탄 주민들의 퍼레이드가 대표적이다. 퍼레이드를 본 후 페리아 데 아브릴 광장으로 향하면 1000개가 넘는 천막을 볼 수 있다. 바로 카세타(Caseta)다. 광장 내 축제 안내센터에는 각 카세타를 설명하는 ‘카세타 지도’가 있다.
사람들은 카세타에서 색색의 전통 옷을 입고 전통춤 세비야나스(Sevillanas)를 춘다. 카세타 안에는 전통음식 페스카이또(pescaito) 생선튀김, 화이트 와인과 사이다를 섞은 레부지토(Rebujito)가 있다. 카세타는 지인만이 방문할 수 있는 ‘카세타 프리바다(Caseta privada)’와 모든 사람이 방문할 수 있는 ‘카세타 푸블리카(Caseta pública)’가 있다. 관광객들은 카세타 지도에서 카세타 푸블리카를 찾아 축제를 즐기면 된다.
카세타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세비야의 모든 거리는 전통 옷을 입고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스페인의 열정을 느끼고 싶다면 ‘페리아 데 아브릴’ 기간에 세비야 여행을 추천한다.
03
파티오 축제
(La Fiesta de los Patios)
장소: 스페인 코르도바(Córdoba)
날짜: 매년 5월 초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 / 사진=플리커
‘파티오 축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cía)에 있는 코르도바(Córdoba)에서 5월 초 12일간 열린다. 2012년 유네스코에 의해 국가 관광 축제 및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축제다.
스페인의 작은 중정 ‘파티오(Patio)’는 역사를 담고 있다. 로마제국의 침공으로 코르도바에는 로마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그 잔재가 ‘파티오’로 로마 ‘아트리움’이 원형이다. 이후 이슬람 세력이 코르도바를 차지하며 파티오는 사교의 공간으로 바뀌면서 꽃을 가꾸게 됐다. 이렇게 로마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융합된 ‘파티오 축제’가 시작됐다.
‘파티오 축제’는 주민들이 파티오를 자랑하는 축제다. 축제 기간 각 피티오에서는 화려한 꽃과 향기가 퍼진다. 코르도바 주민들은 축제를 위해 1년 내내 파티오 가꾸기에 열중한다. 약 50개의 파티오가 시청으로부터 경연대회 참가 자격을 받는다. 축제에 참여한 가정집은 방문객들에게 파티오를 공개하고 방문객들은 올해의 정원을 뽑는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개인 집에서 축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관에는 파티오 오픈일과 오픈시간이 게시돼있다. 몇몇 파티오에서는 와인과 타파스를 제공하고 전통 노래, 플라멩코 공연이 펼쳐진다. 파티오 뿐 아니라 축제 기간의 코르도바는 안달루시아 지역 특유의 흰색 벽들이 색색의 꽃들로 장식된다.
앞서 소개한 두 개의 축제와는 다르게 ‘파티오 축제’는 조금 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축제보다 개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전통을 느끼고 주민들과 직접 융화하고 싶다면 5월 코르도바로 향해보자.
04
하로 와인 축제
(Batalla Del Vino De Haro)
장소: 스페인 하로(Haro)
날짜: 매년 6월 29일
하로 와인 축제 / 사진=플리커
‘하로 와인 축제’는 유명 와인 생산지 스페인 북부 라 리오하(La Rioja) 지역의 하로(Haro)에서 열린다. 6월 29일 축제날이 되면 작은 마을 하로에 수천 명이 모여든다.
‘하로 와인 축제’는 옛 전쟁에서 유래됐다. 하로 지역의 작은 두 마을은 수십 년간 정복 전쟁을 벌였다. 전쟁 종결 후 화합의 의미로 합동미사를 드리던 것이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미사가 끝난 뒤 와인을 퍼붓는 와인 축제가 됐다.
축제 전날인 28일에는 전야제가 열린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거리로 나와 와인을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춘다. 이런 분위기에 취해 너무 많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진짜 와인 축제에 참여하려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참가자들은 하얀 옷과 빨간 띠를 두른 채 아침 7시 산펠리체(San Felices) 산에 모인다. 오전 9시 시장이 말을 타고 산펠리체 산에서 예배당까지 약 6㎞ 행진한다. 참가자들은 주전자, 물총, 병, 등등 와인을 담을 수 있는 모든 통에 와인을 담고 그 뒤를 따른다. 예배당에 도착하면 시장은 미사를 드린다. 미사가 끝나면 로켓이 발사된다. 와인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의 흰옷은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매년 ‘하로 와인 축제’로 약 7만ℓ의 와인이 소모된다. 온몸이 와인으로 적셔지는 이색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6월 스페인 북부 여행을 계획해 보자.
스페인의 다양한 축제는 각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다.
축제는 그 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스페인 여행 일정에 맞는 축제를 찾아 직접 참여해보자.
글=김주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