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여행지 고민이라면···향기 가득한 순천 저전마을로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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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전(楮田)’이란 마을의 이름은 ‘닥나무 저’에 ‘밭 전’자를 합쳐 만들었다.

온 마을에 닥나무가 가득해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지 생산을 중단하면서 나무를 다 베어버려서 지금은 마을에서 닥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빈자리를 정원이 채웠다.

마을 곳곳에 있는 정원에 서 자라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구경하다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새싹이 고개를 들고 날씨는 따뜻해지는 이 계절. 봄을 부르는 마을 ‘비타민 저전골’에 다녀왔다.

저전마을은 어떻게 정원마을이 됐을까?

저전마을 팸플릿/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저전마을은 국가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 성공사례다.

마을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 넣고자 ‘비타(VITA)민(民) 저전골’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2018년~2022년까지 5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모든 정원의 이름을 적은 벽/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저전동 주민 소통터/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사업 초기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다시금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주민들의 수고와 노력이 모여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견학을 오는 정도가 됐다.

곳곳에서 보이는 마을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저전마을에는 아기자기한 정원이 가득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마당 앞 텃밭에 집주인의 색깔을 담았다.

독특한 점은 담장이 낮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지나가다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을정원 조성사업의 조건 중 하나가 문은 있지만 담장이 터져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야 정원 주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월의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정원은 전문가들의 조언과 정원주인의 의견을 모아 현재의 모습으로 꾸몄다.

또한 효과적으로 정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원 가꾸기 수업도 진행했다.

현재는 사업 기간이 종료된 상태다.

이제는 주민참여예산을 배분받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정원을 관리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저전마을 대표 정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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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정원

오월의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이름처럼 오월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다.

정원을 지나가는데 마침 정원주인이 나와 있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안에 들어와도 된다고 문까지 열어주셨는데 가까이서 보니 훨씬 예뻤다.

향이 가득한 허브와 아름다운 꽃 그리고 난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정원 내부/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직접 키우시는 난/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좌=튤립 원종, 우=개량종/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처음 보는 꽃도 있었는데 특히 튤립원종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익히 알려진 튤립은 사실 개량종이라고 한다. 원래 이런 모습이라고 하니 정말 신기했다.

로즈마리 향도 맡아보라며 일부를 잘라 주셨는데 참 향기로웠다.

‘호월’이라고 부르는 식물도 있었는데 굉장히 독특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로즈마리/사진=강찬미 여행+기자

호월과 대접해주신 커피/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언제부터 식물을 키웠는지 여쭤보니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입이 떡 벌어졌다.

공무원 발령 후 난을 선물 받았는데 쉽게 죽지 않아서 이건 키워도 되겠다 싶었단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책도 보고 난 공부를 많이 해서 ‘난 박사’라고도 불렸다며 웃음을 지었다.

백종남 정원주가 아끼는 만리홍콘페/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정원을 오랫동안 가꾸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알고 보니 만능 재주꾼이셨다.

하모니카 연주도 하고 매실 농원도 크게 운영하고 계신다고.

나중에 집도 직접 지었다고 전해 들었는데 놀라움에 ‘우와’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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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향기 정원

보랏빛 향기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허브와 꽃이 가득한 정원이다. 처음 정원을 조성했을 때는 주로 허브를 심었다고 한다.

허브의 꽃은 보라색이나 흰색이 많기 때문에 이름에 보랏빛을 붙이셨다고.

그런데 문제는 허브가 생명력이 상당히 강해서 다른 나무까지 죽이는 경우가 생겼고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다른 꽃들도 함께 심으신다고 했다.

무스카리, 수선화, 히아신스 금낭화 등 다양한 종류의 꽃과

프렌치라벤더, 카모마일, 초코민트, 파인애플 세이지 등 향긋한 허브들이 조화롭게 심겨 있었다.

‘어서와’푯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보랏빛 향기 정원은 담장이 전혀 없는 정원이다.

정원 입구에서부터 ‘어서와’ 푯말이 사람들을 반겨준다.

언제 방문하면 가장 좋냐고 물으니 5~9월이 최적기라고 했다.

정원뿐만 아니라 에벤에셀 꽃 공방도 함께 운영한다.

방문 며칠 전에 예약하면 다육이, 수경재배 등 식물을 활용해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보랏빛 정원 내 에벤에셀 꽃 공방/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사장님은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곳이 자신에게는 힐링 공간이자 놀이터라며

아침에 출근해서 차를 마실 때 굉장히 행복하다고 했다.

재밌는 점은 마을 어르신들이 자신이 잘 못 키우는 식물을 조용히 정원 앞에 갖다 놓으면 사장님은 그걸 또 정성스럽게 돌본다고 했다.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다고 했다.

보랏빛 향기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아직 마을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저전마을은 ‘정원에 산다’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평온한 곳이에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화합해서 만들었으니 많이 놀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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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가로 정원

빗물가로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빗물가로 정원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 화단처럼 길게 조성한 정원이다.

집 앞마당이 아니라 도로변에 정원을 만든 이유를 물으니 역류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하수구가 역류해 집 안까지 물이 들어왔다고.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이제는 꽃밭으로 빗물이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정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빗물가로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빗물가로 정원은 할머니 여러 분이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취재 당시 정원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 영상 촬영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알았다고 하셨다.

손을 흔들면서 활짝 웃으시는데 그 모습이 무척 정겨워 촬영하는 동안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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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정원

디딤돌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정원 입구에서 잘 다듬어진 큼직한 디딤돌이 반겨준다.

강 위의 돌다리 건너듯 조심조심 걷다 보면 어느새 항아리가 가득한 공간이 보인다.

골동품을 수집하는 정원주인이 항아리를 워낙 좋아해 하나씩 모으다 보니 어느새 350개나 됐다고 했다.

디딤돌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이곳은 국립수목원에서 발표한 ‘가보고 싶은 정원 100’에 포함된 곳이다.

‘다심정가’라는 이름으로 목록에 올랐다.

꽃보다는 돌이 가득한 정원으로 총 1200개의 다듬잇돌을 사용해 정원을 조성했다.

좌=겨울카페,우=황토방/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정원·숙소·캠핑장·카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기왓장으로 만든 겨울카페, 직접 지은 황토방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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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먹거리 정원

숲먹거리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텃밭으로 조성한 건강 먹거리 정원이다.

토마토, 상추 그리고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딸기가 눈에 띄었다.

익지 않은 딸기/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저전마을에 있는 순천남초등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생태수업도 한다고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을 정원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니···아이들이 정말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숲먹거리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마을 연주회도 열었다고 했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주민들이 모여 음악회를 연다는 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원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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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룡 메모리얼 정원

남승룡 메모리얼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메모리얼 정원은 순천 출신 마라톤 선수 남승룡을 기념하는 정원이다.

남승룡 선수는 일제강점기에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출전한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1947년에 보스턴 올림픽에선 태극마크를 달고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때는 아쉽게도 메달을 따진 못했으나 베를린 올림픽 때 일장기를 달고 시상식에 서야 했던 아픔을 씻었다.

남승룡 메모리얼 정원/사진=강찬미 여행+기자

메모리얼 정원은 저전마을에서 가장 먼저 조성한 시민 정원 1호다.

정원 담벼락에서 남승룡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와 그림을 볼 수 있다.

‘1947’은 그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감격해했던 1947 보스턴 올림픽을 의미하고

갈색 모양 사람 형상은 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나타낸다.

빗물 저금통/사진=강찬미 여행+기자

옆에는 올림픽 시상대의 모습을 표현한 빗물 저금통도 있다.

빗물 저금통은 실제로 빗물을 모아 정원을 가꾸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 정겨운 풍경이 가득해 돌아다니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정원에 대해 하나라도 더 설명해 주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마을 정원을 얼마나 아끼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마당에 핀 꽃들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들의 모습에서도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순천(전남) / 강찬미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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