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호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주민 문화 계승자가 내놓은 특별 프로그램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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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호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주민 문화 계승자가
내놓은 특별 프로그램 정체
호주 5개 도시가 그리는 원주민 이야기
도시 순회전·트리엔날레 등 대형 전시 등
선 하나, 색 하나에도 수만 년의 시간이 담긴다. 캔버스 위로 대지의 기억이 흐른다. 붓을 든 손끝에서 선조의 이야기가 되살아난다. 호주 원주민 예술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다.
호주 원주민 문화는 6만5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 중 하나로 꼽힌다.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은 오랫동안 땅과 선조의 이야기를 예술로 전해왔다. 지금도 회화와 영상, 설치 등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그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호주관광청은 전 세계 원주민의 문화와 권리를 되새기는 유엔 지정 ‘세계 원주민의 날’인 8월 9일을 기념해 호주 원주민 예술 프로그램 5선을 선정했다.
◇ 앨리스 스프링스

사진 = 호주관광청
호주 정중앙에 자리한 앨리스 스프링스에 가면 호주의 대표적인 미술가 에밀리 캄 응와레이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응와레이 작가는 내년 호주 5개 도시 순회전을 연다. 그 첫 일정이 앨리스 스프링스다.
응와레이는 2025년 호주 작가 최초로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관람객 12만2951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스위스 오팔 재단과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서도 전시가 열리며 국제적인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호주 국립 미술관은 내년 4월 9일, 앨리스 스프링스의 아랄루엔 아트 센터에서 첫 전시를 연다. 이후 케언즈와 퍼스, 뉴캐슬, 태즈메이니아주 버니까지 총 5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앨리스 스프링스 / 사진 = 언스플래쉬
응와레이는 호주 중부에 뿌리를 둔 원주민 공동체 안마티에르 출신 작가다. 70대 중반에 캔버스 작업을 시작해 약 8년 동안 3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고향인 알할케르 컨트리의 땅과 식물, 계절, 선조의 지식을 강렬한 색채와 선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순회전에서는 여러 기관의 소장품을 모아 초기 바틱부터 대형 캔버스와 소규모 회화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첫 일정이 작가의 고향과 가까운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만큼 화면 속 색과 선이 어떤 땅과 이야기에서 비롯됐는지 함께 짚어볼 수 있다.
◇ 시드니

사진 = 호주관광청
시드니의 호주 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 10월 19일까지 토니 앨버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명하는 첫 대규모 전시 ‘낫 어 수비니어(Not a Souvenir)’가 열린다. 관광 기념품과 대중문화 속 호주 원주민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 150점 이상이 한자리에 모인다. 친숙한 이미지 이면에 자리한 고정관념과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시드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시드니 / 사진 = 언스플래쉬
‘기념품이 아니다’라는 뜻의 전시명처럼 앨버트는 친숙한 관광 이미지와 일상 속 사물을 특유의 유머와 도발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처음에는 익숙하거나 유쾌하게 보이는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호주 원주민의 모습이 누구의 시선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돼 왔는지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호주 원주민 문화나 현대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친숙한 이미지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 골드코스트

사진 = 호주관광청
골드코스트의 HOTA 아트센터에서는 올해 9월 27일까지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호주 전역의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를 함께 소개하는 호주 국립 미술관의 대표 정기전 ‘내셔널 인디지너스 아트 트리엔날레’의 다섯 번째 행사다.
호주 국립 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뒤 골드코스트에서 호주 순회 첫 일정을 시작했다. 공간 전체를 활용한 10개의 대형 몰입형 설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골드코스트 / 사진 = 언스플래쉬
‘비가 그친 뒤’를 뜻하는 전시명에는 어려움과 변화 이후 찾아오는 새로운 시작 그리고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문화적 유산에 대한 의미가 담겼다. 토니 앨버트가 예술감독을 맡아 영상과 사운드, 조각을 결합한 작품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호주 원주민 공동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각의 설치 작품이 하나의 독립된 공간처럼 펼쳐져 있어 관람객은 전시장 안을 이동하며 작품이 만들어내는 장면과 이야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 멜버른

사진 = 호주관광청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는 올해 12월 13일부터 내년 4월 11일까지 ‘NGV 트리엔날레 2026’을 무료로 개최한다. 3년마다 열리는 대형 현대미술 행사다. 35개국에서 약 100명의 작가와 예술가 그룹이 참여한다.
미술관 4개 층 전역에서 80개 이상의 프로젝트와 세계 최초 공개 신작 25개가 선보인다. 회화와 사진부터 패션, 디자인, 영상, 대형 설치 작품까지 한 공간에 펼쳐져 미술관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세계 각국의 최신 예술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

멜버른 / 사진 = 언스플래쉬
세계 각국의 신작이 펼쳐지는 가운데 호주 원주민 작가들은 미술관의 상징적인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바꾼다. 안젤리나 카라다다 부나는 구름에 머물며 몬순 비를 가져오는 선조적 존재 ‘완지나(Wandjina)’를 빛으로 재해석해 미술관 입구의 워터월 전체에 펼쳐 보인다.
크리스천 톰슨은 세 개의 화면과 오페라 형식의 영상을 통해 언어와 목소리, 문화 전승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물과 빛의 설치부터 전시장을 채우는 음악과 영상까지 오랜 원주민 문화가 동시대적인 예술로 확장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 퍼스

사진 = 호주관광청
퍼스에서는 예술을 눈으로만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원주민 작가이자 문화 가이드 저스틴 마틴이 운영하는 ‘드주란디 드리밍(Djurandi Dreaming)’은 도심 관광에 원주민의 이야기와 예술을 더한 체험을 제공한다.
퍼스 지역의 전통적 소유자인 와드주크 공동체에 뿌리를 둔 마틴은 해 질 무렵 엘리자베스 키를 걷는 ‘드리밍 인 더 키(Dreaming in the Quay)’ 투어에서 공공 예술 작품과 스완 강을 배경으로 세대를 거쳐 전해진 드리밍 이야기와 퍼스의 과거와 현재를 들려준다.

퍼스 / 사진 = 언스플래쉬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는 2시간 미술 워크숍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원주민 미술에 사용되는 상징과 선, 색채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현지 작가와 도시를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나아가 직접 그림까지 그려볼 수 있어 호주 원주민 문화가 낯선 여행객도 부담 없이 참여하며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하기 좋다.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