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역사를 품은 도시…아이와 함께하는 대만 화롄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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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을 잡고 어디로 갈까 고민이라면 대만 화롄을 먼저 떠올려도 좋다. 태평양과 중앙산맥이 맞닿는 독특한 지형 위에 역사 유적과 해양 생태 체험 그리고 아이가 직접 만지고 먹고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한 도시 안에 고루 자리한다.
칠성시호박물관(七星柴魚博物館)

칠성시호박물관(Chisingtan Katsuo Museum, 七星柴魚博物館)은 화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칠성담 바로 옆에 자리한 대만 유일의 가쓰오부시(말린 가다랑어포) 테마 해양 생태 산업 박물관이다.
과거 화롄 앞바다의 쿠로시오 해류를 이용해 가다랑어를 가공하던 실제 대규모 공장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재생한 역사 공간이기도 하다. 3층 규모의 목조·석조 건축물 안으로 들어서면 오랜 세월 배어든 훈연 향이 먼저 반긴다. 신선한 가다랑어가 증기와 수십 차례 훈연 과정을 거쳐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일식 육수와 타코야키 위 가쓰오부시 플레이크로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옛 가공 시설과 시각 자료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곳이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우리 식탁 위 식재료의 뿌리를 대만 동부 해안의 해양 생태 문화와 연결 지어 배울 수 있어서다. 아이와 함께 직접 타코야키를 굽거나 전통 방식 그대로 딱딱한 가다랑어 포를 전용 대패로 밀어보는 현포(現刨) DIY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눈으로만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온몸으로 기억하는 체험 공간이다.
Chisingtan Katsuo Museum
No. 148號, Qixing St, Dahan Village, Xincheng Township, Hualien County, 대만 971
사팔고지 전역터널(四八高地戰備坑道)
박물관에서 화롄의 바다를 한껏 느꼈다면 이번엔 그 바다 아래로 내려갈 차례다. 화롄 해안 절벽 지하에 숨겨진 군사 요새이자 역사 유적인 사팔고지 전역터널(Four-Eight Highland Battle Tunnel, 四八高地戰備坑道)이다.
해발 약 48m 높이의 해안 돌출 지형에 자리하며 일제강점기부터 태평양 방어 목적으로 개발됐고 장제스 정부 시절 정비를 거쳐 실제 군사 작전과 해안 초소로 쓰였던 천연 지하 터널이다.
오랫동안 군사 기밀 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다가 최근에야 무료로 개방됐다. 지상은 넓은 꽃 정원과 푸른 잔디밭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지만 그 아래로 발을 들이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늘하고 긴장감 흐르는 콘크리트 지하 터널이 길게 이어지고 과거 군인들이 보초를 서던 초소와 작전 회의실 태평양을 향해 포를 겨누던 포대 요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국의 철원 노동당사나 DMZ 땅굴과는 전혀 다른 해안 요새 터널이라는 점에서 시각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어두운 터널 내부를 따라 걷다 끝자락 출구에 도달하면 좁은 콘크리트 프레임 너머로 새파란 태평양과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이 갑자기 펼쳐진다. 그 대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평화로움을 안긴다. 아이들에게는 역사 안보 교육과 모험심을 동시에 채워주는 탐험 코스다.
Four-Eight Highland
970 대만 Hualien County, Hualien City, Hai’an Rd, 華東路
아이오븐(iOven)

터널을 빠져나오면 슬슬 배가 고파진다. 화롄 시내 주택가 골목 안에 조용히 숨어 있는 수제 화덕 베이커리 겸 피자 전문점 아이오븐으로 향할 차례다. 화롄으로 이주한 외국인 셰프가 운영하며 매일 아침 천연 효모로 유기농 밀가루 반죽을 직접 만들어 장시간 발효시킨다.
매장에 들어서면 고소하게 탄 밀가루 향과 장작 화덕 특유의 훈연 향이 함께 코를 찌른다. 오픈 키친 구조라 셰프가 도우를 던지고 화덕에 피자를 넣는 장면을 아이와 나란히 앉아 바라볼 수 있다. 대만 특유의 기름지거나 향신료 강한 음식에 슬슬 지칠 타이밍에 들르면 가장 반갑다. 유럽 현지에서 먹는 듯한 투박하고 정직한 빵 한 조각이 속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추천하는 메뉴는 수제 마르게리타 피자와 수제 시나몬 롤이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얇고 쫄깃한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와 흘러내리는 모차렐라 치즈 생 바질만 올려 화덕 고온에 단번에 구워낸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살아있어 아이와 함께 한 판을 금세 비워내기 딱 좋다.
iOven
No. 45, Lane 315, Linsen Rd, Guohua Village, Hualien City, Hualien County, 대만 970
언컨디셔널 커피(Unconditional Coffee, 無條件咖啡)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느긋하게 앉아 숨을 고를 시간이다. 아이오븐에서 골목 몇 개만 돌면 화롄의 또 다른 아지트가 나타난다. 화롄 시내 오래된 가옥을 미니멀한 현대적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한 스페셜티 카페 언컨디셔널 커피다. 화롄의 젊은 아티스트와 커피 매니아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장 이름처럼 번잡한 도심의 소음과 완전히 차단된 채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와 은은한 재즈 선율 로스팅 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주인장이 전 세계 산지에서 직접 엄선한 생두를 매장에서 로스팅하며 기계 대신 전통 융 필터로 한 방울씩 내린다. 그 모습 자체가 조용한 퍼포먼스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성수동이나 한남동 하이엔드 카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디자인 감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만 동부 청년 특유의 차분하고 진정성 있는 로컬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대표 메뉴는 핸드드립 필터 커피와 홈메이드 흑당 카라멜 푸딩이다. 산미와 바디감을 취향대로 골라 주문하는 드립 커피에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카라멜 푸딩을 곁들이면 어른에게는 완벽한 쉼이 되고 아이에게는 인생 푸딩의 맛이 된다.
UNCONDITIONAL COFFEE ROASTERY【無攝限咖啡】
970 대만 Hualien County, Hualien City, Guofeng Village, Guofeng St, 84號 由林政街進入
원웅해양공원(遠雄海洋公園, Farglory Ocean Park)

커피 한 잔으로 오전의 피로를 털어냈다면 이제 화롄 여정의 하이라이트다. 남쪽 쇼우펑 향 해안 언덕에 자리한 대만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해양 테마파크 원웅해양공원이다. 중앙산맥 자락과 태평양이 만나는 절벽 지형을 통째로 깎아 약 51ha 규모로 조성했으며 150억 대만 달러를 투입해 10년에 걸쳐 완성된 화롄의 랜드마크다.
놀이기구만 있는 유원지가 아니다. 거대한 수족관을 품은 해양 생태 보존 구역과 클래식한 마린 스타일의 테마파크가 하나로 합쳐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크리스탈 캐슬·돌고래 라군·언더워터 킹덤 등 총 8개 테마 존으로 나뉘며 익스트림 롤러코스터부터 어린아이용 실내 잠수함 놀이기구까지 연령대 스펙트럼이 넓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게 있다. 태평양을 직접 마주하는 뷰를 가진 놀이공원이라는 점이다. 공원 하부에서 크리스탈 캐슬까지 연결되는 해상 케이블카를 타면 발밑으로 공원 전경이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태평양의 거대한 파도가 끝없이 밀려온다. 해양 생물학자들과 연계해 운영하는 돌고래·바다사자 생태 설명회와 국제 수상 퍼레이드는 아이들에게 해양 환경 보호의 의미를 시각으로 각인시킨다.
Farglory Ocean Park
974 대만 Hualien County, Shoufeng Township, Yanliao Village, 福德189號
공오오 랍스터 시푸드(055 Lobster Seafood, 055龍蝦海鮮餐廳)
하루의 끝은 바다를 보며 해산물로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원웅해양공원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태평양 절벽 위에 자리한 로컬 해산물 전문 대형 레스토랑 공오오 랍스터 시푸드가 나타난다. 현지 어민들이 그날 아침 태평양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올린 살아있는 랍스터와 제철 활어 조개류를 대형 수족관에 채워두고 손님이 무게와 조리법을 고르면 바로 조리해 낸다.
매장이 바다를 향해 완전히 열려 있어 식사 내내 태평양 파도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린다. 시각과 청각과 미각이 한꺼번에 채워지는 식당이다. 한국의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기장 대게 골목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활 랍스터를 깨끗한 환경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솔깃하게 다가온다.
먼저 시켜야 할 메뉴는 지하 용천수로 키운 증기 랍스터 구이와 달콤 짭조름한 갈릭 플라이 조개 볶음 그리고 아이들 밥에 비벼주기 좋은 새우 볶음밥이다. 생물 랍스터를 그대로 쪄서 내는 증기 구이는 양념을 최소화한 덕에 탱글하고 쫄깃한 식감과 천연 단맛이 살아있다. 반찬 투정 하던 아이도 손으로 직접 살을 발라내며 그릇을 비운다.
055 Lobster Seafood
974009 대만 Hualien County, Shoufeng Township, Yanliao Village, 132號
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