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고 먹고 쇼핑하고 정상까지 오르는 베트남 사파 하루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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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부 고산 지대에 자리한 사파는 웅장한 산맥을 품고 있어 베트남의 스위스라고도 불린다. 유럽풍 건축물과 소수민족 전통문화가 함께 존재한다.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 (Hotel de la Coupole – MGallery)

사파에서 어디에 묵을지 고민이라면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Hotel de la Coupole – MGallery)를 먼저 보자. 세계적인 리조트 건축가 빌 벤슬리(Bill Bensley)가 설계한 이 호텔은 1920년대 프랑스 인도차이나 시대의 화려함과 사파 소수민족의 문화를 정교하게 섞어 놓았다.
빌 벤슬리는 파리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1920년대 빈티지 폴카 도트 모자와 베트남 소수민족 전통 모자가 겹쳐진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호텔 전체 콘셉트를 설계했다. 외관은 프랑스 오스만 양식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벽면과 돔(Coupole)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에는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패션 모티프와 소수민족의 강렬한 자수 패턴, 수공예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호텔 2층과 3층이 판시판(Fansipan) 산 정상으로 향하는 푸니쿨라 역인 선 플라자(Sun Plaza)와 바로 연결된다. 안개와 비가 잦은 사파 날씨 특성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는 점은 실질적인 장점이다.
호텔 안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실내 수영장 그랑 바생(Le Grand Bassin)이다. 아르누보 양식의 에메랄드빛 대리석 기둥, 화려한 샹들리에, 수영하는 여인들을 묘사한 거대한 벽화가 한 공간에 있다. 온수풀로 운영해 계절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식음 공간인 시크(Chic) 레스토랑은 런웨이를 형상화한 긴 테이블 배치와 프랑스 패션 잡지, 빈티지 의상들로 가득하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구름이 발아래로 흐르는 계단식 논(Terraced Rice Fields) 풍경을 보며 조식을 먹을 수 있다. 각 층 복도와 객실은 색상별로 테마가 나뉘고, 레드 자오(Red Dao)족 장신구를 형상화한 조명과 헤몽(H’mong)족 자수 패턴을 활용한 벽지 등 세밀한 요소들이 공간 곳곳에 있다. 빌 벤슬리가 수집한 1000여 점의 골동품과 패션 스케치를 산책하듯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간다.
Hotel de la Coupole Sapa – MGallery Collection
1, Hoang Lien Street Sapa District, Lao Cai Province Sapa, Sa Pa, Lào Cai 033000 베트남
인디고 캣 (Indigo Cat)

호텔에서 나와 판시판 거리를 걷다 보면 인디고 캣(Indigo Cat)이 나온다. 사파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기념품점과는 분위기가 다른다. 프랑스인 남편과 몽족 아내인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텍스타일 숍으로, 현지 소수민족 여성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깊고 푸른 쪽빛(Indigo)이다. 직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천연 삼을 직접 재배하고, 실을 뽑아 베틀로 짠 뒤 천연 쪽으로 수십 번 염색하는 전통 방식을 그대로 쓴다. 직물 위의 바틱 문양도 눈여겨볼 만하다. 벌꿀 왁스를 녹여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고, 염색 후 왁스를 녹여내면 그 자리에만 하얀 문양이 남긴다. 완성품만 진열된 게 아니라 전통 도구와 염색 과정까지 박물관처럼 전시해 두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간 유통 없이 소수민족 여성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는 구조라 소비 자체가 현지 공동체를 직접 지지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스카프, 가방, 쿠션 커버 등 주요 품목은 전통 문양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인테리어나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에 어색하지 않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쪽 염색 및 바틱 워크숍(Indigo Dyeing & Batik Workshop)도 경험해볼 만하다. 약 2시간에서 2시간 30분 동안 현지 장인의 지도 아래 자신만의 문양을 새긴 천을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Indigo Cat
Sapa, 039A tổ 7b đường Phan Xi, Pang Sapa, Sa Pa, Lào Cai, 베트남
리틀 사파 (Little Sapa Restaurant)

쇼핑을 마쳤다면 점심은 동 로이(Dong Loi) 길목의 리틀 사파 레스토랑(Little Sapa Restaurant)으로 가면 된다. 사파 광장과 돌 성당(Stone Church)에서 걸어서 2분 거리다. 현지인 가정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으로, 지역에서 채취한 향신료와 허브를 가장 순수하게 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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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식 특유의 감칠맛은 살리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낯설 수 있는 강한 향신료는 자극적이지 않다. 소고기 쌀국수(Pho Bo)와 베트남식 튀김 만두(Fried Spring Roll)는 꼭 맛봐야 한다.
기름기를 적절히 뺀 볶음 쌀국수와 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분짜(Bun Cha)도 놓치지 말자. 나무 소재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고산 지대의 서늘한 공기를 상쇄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파 특유의 안개 낀 거리 풍경을 감상하며 맥주 한 잔을 곁들여도 좋다. 사파 인근 무옹화 계곡에서 공수한 제철 채소와 현지 특산물인 송어(Trout) 요리도 있다. 관광지 한복판에서도 가격 거품 없이 푸짐한 양을 낸다.
리틀 사파
05 Đ. Đông Lợi, TT. Sa Pa, Sa Pa, Lào Cai 33000 베트남
르 게코 카페 (Le Gecko Café)

식사 후에는 깟깟 마을 방향 길목에 자리한 르 게코 카페(Le Gecko Café)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보자. 1990년대 중반, 사파가 여행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절 프랑스인과 베트남인 부부가 문을 열었다. 지금은 호텔과 식당을 아우르는 사파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굽는 크루아상(Croissant)과 바게트(Baguette)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다. 연유를 넣은 베트남식 아이스 커피인 카페 쓰아 다(Ca Phe Sua Da)와 함께 먹으면 고소함과 달콤함이 균형을 맞춘다.
식사 메뉴로는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철판 스테이크나 파스타류도 수준급이라, 점심 식사를 건너뛰었다면 이곳에서 때워도 된다. 목재 인테리어와 빈티지 소품, 사파 소수민족 문화를 담은 장식들이 공간을 채운다. 2층 테라스에 자리 잡으면 사파 광장과 성당이 한눈에 들어오고, 구름이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는 장면도 그대로 목격할 수 있다. 사파 광장과 성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 좌석은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Le Gecko Café
02 Ngũ Chỉ Sơn, TT. Sa Pa, Sa Pa, Lào Cai 330000 베트남
판시판 썬월드 레전드 (Sun World Fansipan Legend)

커피까지 마셨다면 오후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판시판이다. 해발 3143m의 인도차이나 최고봉 판시판 정상까지 6292m 길이의 케이블카로 15분에서 20분이면 오른다. 사파 시내 인근의 호앙 리엔(Hoang Lien) 역에서 출발해 판시판 역에 도착하는 동안, 창밖으로 므엉화(Muong Hoa) 계곡의 계단식 논과 겹겹이 펼쳐진 산맥이 파노라마로 보인다.
정상에 도착하면 거대한 불상과 영주보탑(Bao Thap) 등 불교 건축물이 운해와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안개가 짙은 날에는 구름 속에 잠긴 사원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맑은 날에는 봉우리들 사이로 시야가 끝없이 확장된다. 정상석(Peak Marker) 앞 기념사진은 판시판 방문의 상징적인 코스다. 곳곳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발밑의 구름을 감상하는 것도 판시판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판시판 썬월드 케이블카 역
8RPF+QM, Nguyễn Chí Thanh, Sa Pa, Lào Cai, 베트남
컬러 바 사파 (Color Bar Sapa)

판시판에서 내려온 뒤 하루를 마무리할 장소는 사파 시내 골목의 컬러 바(Color Bar Sapa)다. 사파의 예술가와 여행자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형형색색의 소품과 빈티지한 가구, 현지 소수민족의 수공예품이 뒤섞인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주인장의 감각이 묻어나는 수제 칵테일과 베트남 로컬 맥주를 마시며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된다. 화려한 클럽보다는 조용한 대화나 혼자만의 사색에 더 잘 맞는 분위기다.
좁지만 아늑한 다락방 같은 구조로, 낮에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밤에는 촛불 아래에서 사파의 짙은 밤 공기를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Color Bar Sapa
56 Fansipan, TT. Sa Pa, Sa Pa, Lào Cai 31100 베트남
판시판에서 자연의 거대함을 체감했다면, 컬러 바에서는 사파의 밤을 가장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 하루 코스의 끝으로 이보다 잘 맞는 장소는 없다.
글=권효정 여행+ 기자 / 사진=각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