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유럽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가을 시즌 항공권 검색량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포도 수확기와 맞물리는 9~10월, 와이너리와 오래된 마을로 향하는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이탈리아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인상이 달라지는 나라다. 그중에서도 가을은 풍경과 감각이 가장 크게 변화하는 시기다. 포도밭은 황금빛으로 바뀌고, 언덕 위 성당과 마을은 저녁 햇살 아래 고요한 분위기를 띤다. 가을에 가면 좋을 이탈리아 대표 럭셔리 호텔 4곳을 소개한다.
토스카나의 원형을 간직한 마을, 카스텔팔피 Castelfalfi
피렌체에서 차로 한 시간. 토스카나의 전형적인 풍경 한가운데, 중세 마을 전체를 하나의 리조트로 운영하는 곳이 있다. 카스텔팔피(Castelfalfi)다. 마을과 포도밭, 올리브 숲과 전통 농가, 호텔과 빌라, 골프장과 부티크까지, 1100ha(헥타르)에 달하는 땅 위에 모두 들어 있다.
원래 8세기에 형성된 실제 마을이었지만, 이후 이탈리아 부동산 개발회사가 전체를 리노베이션하며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호텔, 빌라, 레스토랑, 포도밭, 스파, 골프장, 장기 체류형 레지던스까지 하나의 시스템 아래 통합했다.
객실은 지역 장인이 제작한 목재 가구와 자연 소재로 꾸몄다. 창밖으로는 토스카나의 언덕 풍경이 펼쳐진다. 옛 담배 창고를 개조한 타바카이아 객실은 농가 고유의 감성을 담았고, 프라이빗 빌라는 전담 셰프와 버틀러, 야외 수영장과 테라스를 갖춰 독립적이고 여유로운 휴식을 제공한다.
유기농 방식으로 운영하는 포도밭과 올리브 농장에서 수확을 직접 체험하고, 와인과 올리브 오일을 시음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요가와 하이킹, 자연 속 웰니스 프로그램, 지역 장인과 함께하는 요리 수업과 도자기 워크숍도 열린다.
리조트 내 레스토랑은 토스카나 식재료와 현지 와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메뉴를 선보인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이 지역의 시간과 풍경을 그대로 담은 미식 경험으로 연결된다. 최근에는 태국 방콕에서 시작된 글로벌 웰니스 브랜드 락싸(RAKxa)와 협업한 스파 시설도 문을 열었다.
올해 카스텔팔피는 장기 체류형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면서 장기 거주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호수 위의 낭만,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 Grand Hotel Tremezzo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가 “사랑 이야기를 쓰려면 코모 호수를 배경으로 하라”고 말했듯,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는 이곳의 풍경을 상징하는 존재다. 1908년 개관 후 지금까지 아르누보 양식을 유지해왔다. 건물과 주변 경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구조 위에 놓여 있다.
호수 위에 띄운 플로팅 수영장은 호텔의 대표 시설이다. 수상 요가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스위트 객실에서는 벨라지오 마을과 그리녜 산맥을 조망할 수 있다. 리노베이션을 마친 ‘T 스파’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웰니스 시설로 터키식 하맘과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가 걸린 트리트먼트 룸, 인피니티 풀 모두가 호수 풍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호텔이 소유한 클래식 보트를 타고 떠나는 ‘할리우드 투어’는 조지 클루니의 별장부터 빌라 발비아넬로, 인근 자매 호텔 파살라콰에서의 점심까지 이어지며 영화 같은 하루를 완성한다.
로마의 영혼을 품은 호텔, 발리오니 호텔 레지나 로마 Baglioni Hotel Regina Rome
발리오니 호텔 레지나 로마는 로마 비아 베네토 거리 중심에 있다. 과거 마르게리타 여왕의 궁전에서 시작해, 지금은 이탈리아 영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객실은 이탈리아산 대리석,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 고풍스러운 가구로 채웠다.
객실은 이탈리아산 대리석,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 고풍스러운 가구로 꾸몄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구성해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베스파를 타고 도시를 누비는 투어는 ‘로마의 휴일’을 실현하는 방식이고, 해리스 바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마셨던 칵테일 메뉴도 그대로 운영 중이다.
테마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사진 작가와 함께하는 ‘라 돌체 비타 포토 투어’, 클래식 피아트를 직접 몰아보는 ‘피아트 500 드라이브’, 도시 속 정원을 누리는 ‘빌라 보르게세 피크닉’이 대표적이다.
이곳에 머물면 로마라는 도시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예술, 역사, 영화, 일상이 응축된 도심 한가운데에서 로마를 가장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돌로미티의 숨결과 함께하는 웰니스 리트릿, 포레스티스 FORESTIS
이탈리아 북동부 돌로미티 산맥 해발 1,800m. 세상과 거리를 둔 듯한 이 고지대에 자리한 포레스티스(FORESTIS)는 웰니스를 공간으로 구현한 리조트다. ‘물, 공기, 햇빛, 기후’ 네 가지 자연 요소에 맞춰 스파, 요가, 명상, 켈트 전통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롯이 조용히 머물며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최근 오픈한 레스토랑 ‘예라(YERA)’는 산속 동굴 안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다. 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앉는 좌석, 포크 없이 손으로 먹는 코스 요리, 직접 만든 발효 음료까지 더해져 평소 접하기 어려운 미식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객실은 자연광과 환기를 최대한 극대화했다. 창밖으로는 돌로미티의 압도적인 뷰가 펼쳐진다. 단 하나뿐인 ‘포레스티스 빌라’는 1200㎡ 규모다. 전용 스파, 시네마, 풀바, 하이킹 가이드까지 갖춰진 완전한 프라이빗 공간이다. 가을을 조용히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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