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지난해 39만 5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들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튀르키예나이트 뮤지엄 프로젝트(Night Museums Project)’가 올해 6월부터 한층 확장된 규모로 돌아왔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나이트 뮤지엄 프로젝트’는 밤에도 문화유적지를 개장,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낮과는 다른 밤 매력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튀르키예는 전역 81개 도시로 관광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는 총 25개의 유적지가 해가 진 뒤에도 문을 연다. 관광객이 몰리는 낮 시간을 피해 조용하고 여유롭게 유적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이라는 시간대에만 느껴지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지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까지, 도시의 밤이 살아난다
낮 동안 붐비던 문화유산들이 조용한 밤공기 속에서 다시 숨을 쉰다. 이스탄불에서는 고고학박물관(일부 구역 제외), 아야 소피아 역사체험관, 튀르키예 및 이슬람 미술관이 밤 10시까지 문을 열고, 갈라타 타워는 밤 11시까지 환한 불빛 아래 방문객을 맞는다.
수도 앙카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히타이트 문명의 유물이 가득한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아타튀르크의 첫 임시 안식처였던 민족학박물관이 밤 9시까지 개장된다. 무거운 역사와 조명이 함께하는 공간은 마치 살아 있는 교과서 같다.

바닷바람 따라 걷는 고대의 시간 – 에게 해와 지중해의 밤
이즈미르의 에페소스를 걸을 때면,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얀 대리석 기둥과 반쯤 무너진 극장은 조명을 받으며 더욱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유적지는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 11시까지 개방된다. 인근의 ‘문화예술팩토리’ 역시 인상 깊다. 140년 전 알산작 테켈 공장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산업과 예술, 유산이 만나는 현장이며, 밤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보드룸의 수중고고학박물관에서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대 선박과 유물들이 환한 조명 아래 물결처럼 전시되어 있고, 파묵칼레의 히에라폴리스는 야간 관람이 오히려 더 신비롭다. 하얀 석회암 지대에 걸린 달빛과 유적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면, 그 풍경은 여행자가 아닌 예술가의 시선을 불러일으킨다.
안탈리아로 이동하면, 박물관과 유적들이 줄줄이 밤을 밝힌다. 아스펜도스의 대극장, 시데 해안의 고대 유적지, 그리고 파타라의 황금빛 해변 유적까지, 지중해 바닷바람 속에서 역사를 마주하는 경험은 그 어떤 가이드북보다도 강렬하다.
아나톨리아 대지의 밤, 더 깊은 이야기로 들어가다
동틀 무렵의 넴루트 산 정상은 이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콤마게네 왕국의 안티오코스 1세가 세운 거대한 석상들이 해돋이를 마주하고 서 있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한정 개방되는 이 시간대에 방문하면,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석상들의 얼굴에 빛이 스며드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카파도키아에서는 지하도시들이 조명을 밝힌다. 데린쿠유, 카이막르, 외즈코낙 등 깊고 어두운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그 안은 오히려 따뜻하고,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이 지하도시들은 모두 밤 9시까지 운영된다.
밤이면 밤마다, 역사가 깨어나는 튀르키예
불이 꺼진 도시에서 유적이 조명을 밝히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살아 있는 시간, 움직이는 이야기, 그리고 조용한 감동이 스며드는 공간이 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붐비는 관광지를 피해 한적하고 의미 있는 여행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이번 여름, 튀르키예의 밤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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