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숲길이나 계곡을 걷다 보면 대나무처럼 곧게 뻗은 줄기에 동그란 잎이 달린 풀이 눈에 띈다. 바로 감절대다. 이름은 낯설지만 알고 보면 봄철엔 줄기를 꺾어 나물로 먹고, 늦가을엔 뿌리를 캐 약재로 활용해온 식물이다.
생김새 때문에 나무처럼 보이기도 하고, 호장근과도 종종 헷갈린다. 하지만 잎의 모양, 줄기 굵기, 자라는 장소 등을 보면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초여름이면 이미 키가 2m를 넘기며, 줄기와 잎 전체에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대나무처럼 생겼지만 매년 자라는 풀

감절대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겨울이 지나면 지상부는 완전히 말라 사라지고, 다음 해 봄 다시 새순이 돋는다. 줄기는 곧게 자라며 키는 1~2.5m 정도, 줄기 마디는 대나무처럼 선명하고 굵다. 표면에는 선형의 털이 드물게 나고, 녹색 바탕에 붉은 반점이 도는 경우가 많다.
땅속줄기는 지름 1.6cm 안팎으로 굵고 단단하며, 약재로 활용되기 충분한 두께다. 줄기 윗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가지가 갈라지고, 잎은 어긋나며 전체 형태는 나무를 닮았다. 잎은 원형에 가깝고, 길이 6~11cm, 폭은 5~9cm 정도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끝은 살짝 뾰족해져 잎의 경계가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꽃은 6월에서 8월 사이 핀다.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원추형 꽃차례가 자라며, 흰색 또는 연둣빛을 띤다. 화피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수술은 여덟 개, 암술대는 하나로 끝이 세 갈래로 나뉜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맺히는데, 길이 4~5mm의 타원형 수과다. 열매의 크기나 모양 역시 감절대를 식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감절대는 습기를 머금은 환경에서 자란다. 주로 계곡 바닥, 하천가, 산기슭 그늘진 곳에서 발견된다. 햇볕이 강한 곳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건조한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으며, 보통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깊은 숲속에서 자생한다. 생태적 특성 때문에 한 번 자리 잡은 곳에서는 매년 같은 자리에 다시 자라난다.
줄기 생김새만 보면 나무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연하다. 어린순은 손으로 꺾어 생으로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수분이 풍부하다. 줄기 껍질을 벗기면 속살이 드러나고 약간 신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신맛 덕분에 입맛을 돋우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식용부터 차까지… 활용도 높은 식물

봄철 연한 시기에는 고추장에 찍어 샐러드처럼 먹거나, 데친 뒤 초무침, 양념 무침, 볶음, 튀김 등에 활용된다. 멸치, 버섯 등과 함께 볶아도 맛이 좋고, 잘게 찢어 밥에 비벼 먹기도 한다. 줄기는 보기와 달리 질기지 않고 조리하면 식감이 부드럽다. 단, 수산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데쳐서 찬물에 헹궈 사용해야 한다. 데친 감절대는 쌈밥 반찬, 된장국 재료, 전 등에도 두루 쓰인다. 고기와 곁들여 먹기에도 잘 어울린다.
여름철에는 잎과 줄기를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한다. 말린 감절대를 물에 우려내면 은은한 향이 퍼지며, 장운동을 도와 변비 완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냉장 보관이 어려운 계절에는 건조 후 보관해두는 방식이 선호된다.
가을 이후에는 뿌리를 약재로 쓰인다. 약간 쓴맛이 돌고 성질은 차다. 한방에서는 감절대 뿌리가 혈액 순환을 돕는 식물로 본다. 혈액이 탁하거나 어혈이 쌓인 상태를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며, 생리통, 월경불순, 폐경기 통증 같은 여성 질환에도 활용됐다. 예로부터 ‘피고름을 빼주는 풀’로 알려져 있으며, 어혈로 인한 통증이나 막힘을 해소하는 데 사용됐다.
관절계 질환에도 쓰인다. 감절대에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류머티즘, 퇴행성 관절염, 팔다리 저림 같은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줄기와 뿌리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특히 엠오딘이라는 성분은 암세포 전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전해진다. 간 기능을 개선하고 간염, 간경화 같은 질환에도 사용된다.
뿌리·줄기·잎 모두 쓰는 ‘감절대’

기관지염, 기침, 가래, 인후통 같은 호흡기 질환에도 감절대가 쓰인다. 이 외에도 골수염, 대하증, 치열, 수종 같은 각종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뇨기 질환에도 폭넓게 활용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방광염, 혈뇨, 요로결석, 담낭결석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위장 기능도 도와 소화불량, 장염, 변비 개선에도 쓴다. 장내 숙변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장벽 염증에도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감절대에 포함된 폴리다틴 성분은 피부를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탄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자외선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탄력을 유지시켜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줄기와 잎을 말려 차로 마시는 활용법이 늘고 있다. 실제로 꾸준히 감절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장기 저장과 섭취 편의성을 이유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감절대와 호장근, 어떻게 다를까

감절대는 호장근과 자주 혼동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분명하다. 두 식물 모두 마디풀과이며 뿌리를 약재로 쓰는 공통점이 있지만, 생육 환경과 형태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감절대는 육지 산기슭이나 계곡 주변의 습한 지역에서 자라고, 호장근은 울릉도나 고산지대처럼 한정된 지역에 분포한다.
잎의 모양도 다르다. 감절대는 둥글고 밑동이 완만하지만, 호장근은 타원형에 가까우며 잎 끝이 더 날카롭다. 줄기에 붉은 반점이 진하게 도는 것도 감절대의 특징이다. 크기 면에서도 감절대는 2.5m 이상 자라지만, 호장근은 보통 1m 내외로 자란다.
이렇듯 감절대는 뿌리, 줄기, 잎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다. 그러나 민간요법으로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말린 뿌리는 하루 10~20g 정도가 적당하며, 필요할 때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줄기도 수산을 포함하고 있어 반드시 데쳐야 하며,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으므로 처음 먹을 때는 소량만 섭취해야 한다. 임산부나 지병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 상담 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용 범위는 넓지만, 정확한 지식 없이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감절대는 잘만 활용하면 식재료이자 약재로서 두루 가치 있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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