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선을 먹을 때 가장 귀찮은 요소를 꼽자면 단연 뼈다. 부드러운 살 사이에 촘촘히 숨어 있는 가시들은 크고 작음을 떠나 식사를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목에 걸려 통증을 유발하거나, 삼키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치처럼 잔가시가 많은 생선은 먹는 즐거움보다 번거로움이 앞서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생선 요리를 꺼리거나, 아예 살만 발라 조리한 생선 가공품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뼈 없는 생선’이라는 별명을 가진 생선이 있다. 실제로 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뼈가 워낙 굵고 부드러워 쉽게 발라진다. 심지어 뼈째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생선의 살은 단단하고 비린내가 적어 담백한 맛이 두드러진다. 또한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어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특산물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름은 낯설지만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생선, 바로 ‘서대’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가자미처럼 옆 쪽으로 납작한 모양의 ‘서대’

혀가자미, 또는 서대기라고도 불리는 서대는 전갱이목 가자미아목 참서대과, 납서대과에 속하는 어류의 총칭이다. 우리나라 해역에는 각시서대, 납서대, 참서대, 개서대, 박대, 보섭서대 등 2과 1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서대류는 그 크기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성체는 몸길이가 12∼40cm에 달하며,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난다.
서대는 가자미아목의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비대칭이며, 2개의 눈이 머리의 한쪽에 있다. 눈이 없고 바닥에 닿는 쪽의 몸은 색소가 거의 없어 흰색을 띤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몸길이의 많은 부분에 걸쳐 있다. 입은 매우 작고 거의 모든 종의 입은 눈이 있는 쪽에 당겨져 있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돌출돼 있지 않고, 눈은 작고 서로 모여 있다.
수많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서대 맛있게 먹는 법

서대는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식사에 아주 적합하다. 대개 심해에서 잡힌 서대가 연안 근처의 것보다 맛이 좋으며, 한류 해역에 서식하는 서대를 더 고급으로 친다.
이 생선은 옛날부터 미식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는데, 특히 고대 로마에서는 서대를 소금에 절이거나 튀김, 파테, 포타주, 스튜 또는 오븐구이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하곤 했다.
또한 중세 시대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 때에는 서대가 왕의 요리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때, 서대를 필레로 떠 섬세하게 조리하고 고급 재료를 곁들이는 등 많은 요리법이 개발됐다.
서대는 일반 가정요리에서도 자주 쓰이는 식재인데, 주로 작은 서대는 튀김으로, 중간 사이즈 구이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이 거의 없어 고소함은 덜한 편이지만, 단백질이 매우 풍부해 담백한 맛이 강하다.
이런 가정식 서대 요리를 즐겨 먹은 인물로는 예술가인 파블로 피카소와 피아니스트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있다. 특히 피카소는 먹고 남은 서대의 뼈를 ‘투우와 생선’이라는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볍게 손질한 서대로 매운탕을 끓이거나 조림을 해먹는 경우가 많다. 서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담백한 맛이 나는데, 그 맛이 찌개 국물에도 그대로 배어난다.
또한 서대는 콜라겐이 매우 풍부한 생선이기 때문에, 조림을 해먹을 경우 남은 국물이 식으면 젤리처럼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서대를 꾸덕꾸덕하게 반건조해 먹기도 하는데, 이를 구워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말린 생선에서 느껴지는 아미노산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해안 지방에서는 명절마다 동태전, 육전과 마찬가지로 노릇노릇하게 계란을 입혀 전으로 구워 먹기도 한다. 특히 마산같은 해안도시에서는 문어와 함께 제삿상에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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