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에서는 그냥 길거리를 걷다가도 ‘게’가 생긴다. 이른 아침, 영덕 강구항의 대게 거리를 거닐었다. 불긋한 홍게를 분주하게 선별하는 어부들의 모습이 신기해 구경을 하니, 웬걸. 냅다 두 손에 홍게 2마리를 쥐여줬다. 그냥 공짜로 가져가란다.
영덕의 참모습과 참맛을 품에 한 아름 안아 돌아왔다. 세세히 읽어서 손해 볼 것 없는 매력적인 영덕 맛집을 모아 소개한다.
영덕에 가면 ‘게 아빠’가 생긴다?

대게가 되게 유명한 영덕. 영덕에 가면 게 아빠가 생긴다. 이른 아침, 영덕 강구항의 대게 거리에 가면 어부들이 게를 선별하는 작업을 볼 수 있다. 요즘은 홍게가 철이다. 4박 5일간 배를 탄 영덕 어부들이 2000여 마리의 홍게를 잡아 왔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니, 한 어부가 양손에 홍게 2마리를 쥐여줬다. 가져가란다. 1마리에 적어도 몇만 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영덕 군민이 “딸이 읎어가 그라나?(없어서 그래?)” 하며 핀잔을 줬다. 여기에 “아빠!” 하고 응수하니 홍게를 쥐여준 어부가 피식 웃는다.

군민이 놀라며 “게 두 마리에 아빠가 된 거야?” 한다. 영덕에서는 그냥 길을 걷다가도 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넉살 좋은 ‘게 아빠(?)’까지 생긴다. 영덕 인심이 그렇다.

강구항 영덕 대게 거리에서 5분만 걸으면 동광어시장이 나온다. 총 4층 규모로 어시장과 식당가가 어우러져 있다. 싱싱한 활어회부터 품질 좋은 대게까지 취급한다. 어시장 특성상 호객 행위가 일부 있었지만, 영덕 상인은 뭔가 달랐다.
본인 가게에서 사지 않는 고객에게도 질 좋은 영덕 대게를 고르는 법을 알려준다. 배 부분이 단단하고 선홍빛을 띠는 게 좋다고. 지금은 어느 정도 가격에 게를 사면 좋을지 평균 시가까지 알려준다.
10년 넘게 자리 지킨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 ‘대명대게’

영덕의 특산물은 누가 뭐래도 ‘대게’다. 영덕에서는 걸음마다 발에 차이는 게 대게 식당이다. 그런 영덕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대게 식당이 있다. 영덕강구항대게직판장에 자리한 대명대게. 성수기 주말에는 손님 수만 60팀이 넘는다고.

이곳의 대표 메뉴는 ‘대게 코스 한상’이다. 시작은 밑반찬. 콘버터, 가자미 물회, 간장 게장, 대게 회, 대게 다리 치즈 버터구이, 연어와 광어회, 게살 튀김, 전복과 멍게 등등. 개수만 무려 15개다. 가짓수만 채우려고 내놓는 그런 반찬이 아니다. 모든 반찬에 젓가락이 고루 향한다.

대명대게가 장수 식당인 비결은 ‘대게 품질’에 있다. 이곳은 오로지 박달대게만 취급하는 식당이다. 박달대게는 크기가 크고 살이 가득 차 있는 최상품의 대게를 칭하는 말이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몸통부터 다리까지 살이 꽉꽉 찬 토실토실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오랜 숙련도로 먹기 좋게 칼집을 내줘 들어올리기만 하면 살이 쑥쑥 빠진다.

어찌나 수율이 높은지, 다리만 몇 개 빼 먹어도 배가 불러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게 내장에 밥과 김 가루, 깨를 섞어 비벼주는 대게장밥은 놓칠 수 없다. 여기에 굵직한 대게 다리를 넣고 끓여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대게찜에 라면까지 넣어서 먹어주면 진짜 끝이다. 영덕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남유미 대명대게 사장은 “저희 가게에서는 전복부터 광어회까지 당일 아침에 작업해 손님상에 낸다”며 “영덕의 또 다른 특산물인 가자미 물회를 아침마다 입찰받아 손질해 밑반찬으로 드리고 있고 간장 게장 역시 직접 담근다”며 식재료의 신선함을 자부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다가 코앞인 카페봄

당장 파도가 들이쳐도 이상하지 않은 영덕 카페가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다가 코앞에 있다. 흔한 바다 전망 카페가 아니고 파도 치는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을 정도다. 그 주인공은 강구항의 ‘카페봄’이다.

기가 막힌 위치 덕분인지 유명 인사도 다수 다녀갔다. 개그맨 정준하, 축구선수 안정환, 가수 카라 한승연, 배우 곽동현 등 연예인이 이곳을 다녀간 인증사진이 카페 한 편에 붙어있다. 소문이 빠른 2030세대 사이에서는 이미 전망이 좋기로 정평 난 카페로 방문객 중 젊은 층 비율이 대략 70%에 이른다.

보통 바다 전망이라고 이름난 카페에 가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일부라 ‘자리 경쟁’이 심하다. 반면 이곳은 자리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카페 어느 곳에서든 바다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 바로 앞에는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 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를 따라 내려가면 해안가를 따라 산책할 수 있는 나무 덱 길이 나온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자. 이곳은 총 2층 규모로 본래 가정집이었던 곳을 개조한 카페다. 1층에서는 바다와 눈 맞춤을 할 수 있고 위로 올라가면 바다를 발아래 두고 내려다볼 수 있다. 카페와 이어진 별관도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바다가 훤히 눈에 보인다. 봄부터 초여름, 가을에는 접이식 창문을 활짝 열어놓는데 비릿한 바다 내음과 파도 소리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오감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이 카페 사장의 고향은 본래 경상북도 청송 사람이다. 영덕의 여느 여행객 중 하나였던 그다. 17년 전, 요양 차원에서 우연히 영덕에 왔다가 이곳의 아름다움에 빠져 쭉 거주 중이라고. 영덕을 아끼는 마음이 누구보다 큰 그는 산불 이후 카페의 커피와 빵 등을 소방관에게 나누고 있다.
박주영 카페봄 사장은 “바다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게 저희 카페의 가장 큰 매력이다”며 “커피는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빵도 매장에서 직접 구워 그날그날 소진하는 등 메뉴 맛도 좋으니 오셔서 편하게 쉬다 가시라”고 마음을 전했다.
97년생 청년 농부가 운영하는 영덕 유일 바(Bar) ‘감자당’

2023년 기준 영덕의 평균 연령은 57세다. 경북 라이즈(RISE)센터에 따르면 경상북도 시군 중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기로 손에 꼽힌다. 이런 영덕에 97년생 청년 농부가 바(Bar)를 차렸다. 영덕에 있는 유일한 바다.

한지석 감자당 사장은 우연히 여행을 왔다가 영덕의 산, 바다, 들과 같은 자연환경에 푹 빠져 이곳에 눌러앉았다. 어느덧 영덕 살이 5년 차인 그다. 영덕에서 그의 첫 직업은 농부였다. 식품과 관련한 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지 농작물을 이용해 술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고 바를 차렸다.

영덕 최초의 바이다 보니,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마을 어르신들이 호기심에 들렀다가 낯설어 발길을 돌리기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한 사장의 친화력과 진심이 통했는지 지금은 손님의 80% 이상이 영덕 주민이라고 한다.

지금은 영덕에서 난 토마토를 사용한 ‘리치한 토마토’ 칵테일이 인기다. 토마토의 은은한 풍미와 리치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소르베 형태의 떠먹는 칵테일이다. ‘말차 스피니치 젤라토’ 역시 대표 메뉴다. 영덕산 시금치를 활용해 개발한 메뉴다. 말차와 시금치를 기본 주재료로 한다. 버터스카치와 사케를 넣은 뒤 아이스크림 형태로 만들어 녹진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영덕 특산물인 송이를 활용한 ‘자연송이 마티니’는 잔을 내어주자마자 송이 향이 코끝에 퍼진다. 통상 마티니에는 올리브를 곁들여 내는데 대신 말린 감을 얹어준다. 향기로운 송이 마티니를 한 모금 한 뒤 특유의 떫은맛을 말린 감으로 달랜다. 제철 재료를 사용해 계절별로 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재밌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복숭아나 살구 등 햇과일을 이용한 칵테일을 내보일 예정이라고.

이곳의 또 다른 대표메뉴는 ‘커스텀 칵테일’이다. 말 그대로 손님 개인의 취향에 맞는 한 명만을 위한 칵테일이다. 한 사장은 커스텀 칵테일을 주문할 때 ‘추상적’일수록 좋다는 팁을 건넸다. 예로 “오늘 남편이랑 싸웠어요” 라고만 말해도 칵테일을 뚝딱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 사장만의 자신감이자 고객에게 재미를 주는 요령이다.
한 사장은 “한 어르신께서 저희 바에 오셔서 이런 느낌의 술집은 처음인데 누군가를 대접하고 싶을 때 데려면 참 좋겠다고 말씀해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며 “감자당에서는 원하시는 거의 모든 맛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는 바이니 편하게 와서 놀다 가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 바다가는 달=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가 다양한 해양관광 자원을 발굴 및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5월 한 달 펼치는 캠페인.
바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관광 활성화 캠페인 표어는 ‘파도 파도 끝없는’이다.
‘파도 파도 끝없는’ 다채로운 해양관광의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할인 혜택은 물론 지역별 특화 해양관광 콘텐츠, 특별 행사 등 다방면으로 소개한다.
영덕(경북)=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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