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싯대를 드리우기 좋은 계절이다. 수온이 오르며 민물고기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특히 5월은 송어나 웅어처럼 육질 좋은 어종이 살이 차는 시기라 매운탕이나 회로 즐기려는 사람이 많다. 직접 낚시터를 찾는 이들도 있고, 횟집에서 자연산 민물고기를 찾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민물고기뿐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기생충까지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라는 점이다.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기생충이 간과 담도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치명적인 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자연산 민물고기에는 간흡충이라는 기생충이 기생할 수 있다. 이 기생충은 간이나 담관에 침투해 장기간 염증을 일으키고, 담관암 같은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생선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간흡충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익히지 않으면 대부분 사라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습관이 문제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지는 조선시대 사람 네 명 중 한 명이 간흡충이나 폐흡충에 감염돼 있었다는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늘날보다 위생 수준이 낮았던 당시 상황과 비교해도 여전히 민물회를 즐기는 일부 지역에서는 비슷한 위험이 남아 있다.
담관암, 조기에 알아채기 어려운 치명적 질병

담관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장으로 흐르는 통로다. 이 통로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병이 담관암이다. 이 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검진으로도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며, 수술 가능성도 낮다. 항암치료 효과도 떨어져 예후가 매우 나쁘다. 일부에서는 췌장암보다 더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는다.
한국은 세계에서 담관암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담도계암 발생률이 전 세계 2위였다. 유병률 역시 계속 늘고 있다. 이런 현상에는 식문화도 영향을 준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민물고기 회를 즐기는 문화가 남아 있고, 이로 인해 간흡충 감염률이 높아지면서 담관암 발생도 이어지고 있다.
담관암은 간 내·외부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간외 담관암이 많다. 이 부위는 초음파로도 일부만 보이기 때문에, 이상이 생겨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담관 벽은 매우 얇고, 암이 발생해도 벽이 살짝 두꺼워지는 정도라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간 내부에 생긴 암은 통증 없이 자라다 크기가 커진 후에야 간 기능 이상이나 통증으로 드러난다.
정기적인 초음파와 혈액검사, CT 촬영 정도만이 조기 진단을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국한된다. 담관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정도면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누렇게 변하고, 소변이 짙은 갈색을 띠며, 복통과 체중 감소, 식욕 저하, 이유 없는 가려움증 등이 나타난다면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자연산 민물고기, 먹어야 한다면 ‘완전 익혀야’

간흡충에 감염된 민물고기를 섭취했다면 곧바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수년 동안 기생충이 간과 담관에 서서히 염증을 일으키며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자각 증상도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래서 ‘조심해서 먹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민물고기는 생으로 먹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 꼭 먹어야 한다면 섭씨 7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충분히 익혀야 한다. 가정에서 조리할 땐 회보다 탕이나 구이처럼 충분히 익히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민물회를 대신해 양식 민물고기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향어나 무지개송어 등 양식 물고기에서는 간흡충 감염 사례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감염 경로가 되는 쇠우렁이 등이 양식 환경에서는 서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간에 만성 염증이 있는 사람이나 담석, 담도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간흡충이 더 쉽게 정착해 암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나 간기능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이 민물고기 회를 즐겨 먹었고, 장기간 복통이나 황달 증상이 있었다면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담관암은 한 번 진행되면 치료도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20~30% 정도뿐이다. 담관 주변이 해부학적으로 복잡하고, 암이 담관 벽을 따라 퍼지기 때문에 수술 경계보다 병변이 더 넓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수술 전 항암치료로 병을 줄인 뒤에 절제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항암치료만으로는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담도에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 흐름을 확보하거나, 담도염을 막는 등의 보조 치료가 함께 필요하다.
이처럼 민물고기 회 한 점, 별생각 없이 먹었다가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5월처럼 활동이 왕성한 시기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조심하지 않으면, 식탁 위 계절의 별미가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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