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인기지만… 유럽선 예상 밖 이유로 퇴짜 맞은 ‘검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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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김 자료사진. / DancingFire-shutterstock.com

말린 김 자료사진. / DancingFire-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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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면 입맛이 줄고 밥상도 가벼워진다. 이럴 땐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반찬이 자주 올라온다. 밥 한 숟가락에 척 얹어 먹기 좋은 구운 김이 그중 하나다. 굳이 반찬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만족스럽다.

그런데 요즘 김을 두고 다른 얘기가 나온다. ‘바다에서 나는 황금’, ‘검은 반도체’라 불리며 수출 1조 원을 넘긴 김이 유럽에서는 수입을 거절당하고 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요오드’ 때문이다. 매일같이 먹는 김이, 해외에선 기준치 초과로 금지된다. 한국인은 계속 먹어도 되는 걸까.

매일 먹는 김, 수출은 거절당한다

RASFF Window 캡처
RASFF Window 캡처

김은 2023년에 수산물 최초로 1조 원 수출을 달성했다. 올해도 1조 3000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반복적으로 통관이 막히고 있다. 요오드 함량이 기준치를 넘는다는 이유다. 독일에서는 201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김을 회수 조치했고, 호주나 프랑스도 각각 요오드 기준을 적용해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요오드 기준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그 기준은 매우 낮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µg/kg을 기준으로 삼는데, 한국산 구운 김에서는 472µg/kg이 검출됐다. 반면 한국은 김을 포함한 해조류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현재 정해진 건 성인 하루 섭취 상한선 2400㎍뿐인데, 이는 유럽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요오드, 김보다 다시마·미역이 더 많다

김이 요오드가 많다고 하지만, 해조류 중에선 오히려 적은 편이다. 미역은 김보다 5배, 다시마는 60배가량 요오드 함량이 높다. 문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일상적으로 자주 먹는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권장량인 150㎍의 2.8배에 달하고, 일부는 상한선도 초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축적된 국내 조사와 식생활 데이터를 보면, 많은 양을 섭취해도 갑상선 관련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한국인이 요오드를 몸 밖으로 잘 배출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유사한 유전 특성을 지닌 인접 국가와 비교한 연구에서도 이 차이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 몸은 요오드를 어떻게 처리할까

김과 밥 자료사진. / jason cho kor-shutterstock.com
김과 밥 자료사진. / jason cho kor-shutterstock.com

사람 몸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요오드가 들어오면 갑상선이 스스로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 이를 ‘울프-차이코프 효과’라고 부른다. 갑자기 요오드가 많이 들어오면, 갑상선은 흡수와 호르몬 생성을 일시적으로 억제한다. 또, 요오드를 운반하는 단백질의 생성을 줄여 과잉 흡수를 막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요오드를 어떤 방식으로 섭취하느냐다. 해조류를 통해 섭취할 경우, 알긴산이나 피토케미컬 같은 성분들이 함께 들어와 체내 흡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정제된 요오드염처럼 보충제로 섭취할 경우, 몸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수출용 김 요오드 문제, 대책 없을까

소비자 입장에선 걱정이 덜할지 몰라도, 수출업체는 다르다. 각국의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김이 어느 나라는 되고 다른 나라는 안 되는 일이 반복된다. 수출업계에선 국내에서도 기준이 마련돼야 대외 설명이나 대응 논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방법은 국내 실정을 반영한 기준을 먼저 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통상 협상을 거쳐 국제 기준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일본처럼 원초와 가공김에 등급제를 적용해 생산 단계에서부터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또, 가공 기술이나 새로운 품종 개발을 통해 수출 전용 제품을 만드는 방식도 대안이 된다.

요오드 함량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지만, 요오드 함량을 투명하게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줄어든다. 실제로 일부 수출업체는 ‘요오드 과다 함유’ 표시를 넣은 뒤부터 통관에서의 마찰이 줄었다고 밝혔다.

해조류 속 요오드, 섭취 줄이는 조리법

김 자료사진. / Holiday.Photo.Top-shutterstock.com
김 자료사진. / Holiday.Photo.Top-shutterstock.com

김, 다시마, 미역을 안 먹을 수 없다면 조리법에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해조류 속 요오드는 대부분 표면에 붙은 무기물 형태다. 물에 여러 번 씻거나 데치면 상당량이 빠져나간다. 조리할 때 국물로 요오드가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더기만 먹는 것도 방법이다.

또, 이미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다면 요오드 섭취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 섭취량에 따른 명확한 기준선은 없지만, 기본적인 조절과 조리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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