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과 맛을 풍성하게 더해주는 향신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식재료로 여겨져 왔다. 음식의 인상을 좌우하는 향은 오랜 세월 동안 미각의 핵심으로 자리했는데, 그중에서도 초피로 불리는 향신료는 우리나라에 후추가 전해지기 훨씬 전부터 쓰였고, 얼얼하게 퍼지는 특유의 매운맛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피라는 이름만 기억할 뿐, 그 열매가 어디에서 나오는지까지는 잘 알지 못하는데, 알고 보면 이 향신료는 열매 못지않게 나무 자체도 귀한 식재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인 매운 채소보다 훨씬 강한 풍미를 지닌 이 식물은 바로 ‘초피나무’다. 오래된 향신료의 근원이자, 훌륭한 먹거리로 쓰이는 초피나무에 대해 알아본다.
향신료가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 ‘초피나무’

제피나물이라고도 불리는 초피나무는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무환자나무목 운향과의 낙엽관목으로, 주로 산 중턱이나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다 자라면 높이 3~5m 정도가 되는 이 나무는 턱잎이 변한 가시가 잎자루 밑에 1쌍씩 달리는데, 이 가시는 밑으로 약간 굽는다. 잎은 어긋나고 홀수 1회 깃꼴겹잎이며, 작은잎은 길쭉한 달걀 모양을 하고 있다.
잎에는 4∼7개의 둔한 톱니가 있고, 중앙부에 황록색 무늬가 있으며 강한 향기가 난다. 이 톱니는 초피나무와 닮은 산초나무와의 차이점이기도 한데, 산초나무 잎에 난 톱니는 초피나무보다 자잘하다.
황록색의 꽃은 5∼6월에 피고 단성화이며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수꽃에는 5개의 수술이 있으며 암꽃에는 떨어진 씨방과 2개의 암술대가 있다. 열매는 9월에 붉게 익는데, 바로 이 열매의 껍질이 향신료로 쓰이는 초피다.
낯선 듯 익숙한 이 맛… 초피와 초피나무 먹는 법

향신료의 일종인 초피는 얼얼한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로 유명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화자오라고 불리며 사천 요리에 많이 들어가는데, 중국 요리의 5가지 매운맛 중 하나인 ‘마라’가 바로 초피의 맛이다.
초피는 한국에서도 고추와 후추가 들어오기 전까지 여러 용도로 쓰였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초피로 김치의 맛을 내기도 했다. 초피를 많이 쓰는 지리산 근방 지역은 최근까지도 고추가루를 빻을 때 초피를 넣곤 했고, 아직도 김장을 담글 때 초피를 넣는 경우가 있다.
초피나무는 향신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훌륭한 식재가 되는데, 주로 봄철에 어린 순을 채취해 나물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이 나물은 강렬한 맛과 향 덕분에 호불호가 약간 갈리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이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물도 드물다.
초피나무 순은 겨자, 후추에 비견될 정도로 강렬한 맛과 향이 나는데, 먹을 때는 뜨거운 물에 살짝만 데쳐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푹 삶거나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내면 특유의 매운맛과 향을 없앨 수는 있지만, 그러면 굳이 초피나무 순을 먹는 의미가 없다.
약재로도 사용했다… 초피와 초피나무의 효능

한방에서는 초피를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며, 주로 진통 및 진정, 향균, 해독작용, 면역력 유지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음식의 부패를 억제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부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초피 뿐만 아니라 초피나무 자체도 효능이 좋은데, 혈액 순환 개선, 심한 구토나 설사 및 급성 위장염 완화, 종아리 근육 경련 완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다만 초피는 매운맛이 강하고 자극적인 식품이므로 위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 소량부터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장 기능이나 간 기능이 약한 사람 역시 초피 섭취를 피하는 편이 좋다.
게다가 초피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섭취 후 두드러기,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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