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을 걷다 보면 들깻잎처럼 생긴 낯선 풀잎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쉬운 그 풀은 알고 보면 ‘산박하’다. 이름부터 낯설고 존재감조차 희미해 나물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식물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 자생해온 산나물이지만 아는 이가 드물다. 생김새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이름도 성격도 전혀 다른 이 식물, 산박하에 대해 알아봤다.
산박하는 대체 어떤 나물?

산박하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름은 ‘산에서 자라는 박하’라는 뜻을 지녔다. 하지만 일반적인 박하처럼 강렬한 민트 향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이 특징이다.
이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박하, 즉 민트(Mint)와 연결된다. 전설에 따르면 지옥의 신 하데스가 연인 민테를 꽃으로 바꿨고, 그 꽃이 민트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산박하 역시 이 민트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깻잎나물, 깻잎오리방풀, 애잎나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줄기는 네모난 모양으로 높이 40~100cm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가지가 많고, 능선에는 아래를 향한 짧은 흰털이 돋아 있다. 잎은 마주나며 삼각형 달걀 모양을 띤다. 잎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좁아져 잎자루로 이어지며 날개처럼 퍼진다. 잎 양면에는 맥을 따라 드문드문 털이 나고,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자리 잡았다.
꽃은 6~9월경 자주색으로 피어난다. 원줄기 윗부분에서 마주나는 꽃차례는 큰 무리를 이루며 총총히 달린다. 꽃부리는 입술 모양으로, 윗입술은 위를 향해 갈라지고 아랫입술은 여자 고무신처럼 볼록한 형태를 띤다.
산박하는 주로 산지의 낮은 지대나 반그늘진 풀숲에서 자란다. 한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제주도의 오름에서도 가을이면 보라색 꽃을 피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분포한다.
비슷한 식물인 오리방풀, 방아풀과 혼동되기 쉬운데, 잎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박하의 잎 끝은 둥글지만, 오리방풀은 거북이 꼬리처럼 불쑥 튀어나왔다. 방아풀은 잎이 더 길쭉하고 끝이 날카롭다.
요리법과 맛의 매력

산박하는 어린순을 주로 나물로 먹는다. 봄과 초여름에 나는 부드러운 잎과 줄기는 식탁에서 다채롭게 활용된다. 맛은 약간의 쓴맛과 담백함이 조화를 이룬다. 강한 향은 없지만, 은은한 풀내음이 음식에 깊이를 더한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데치거나 무쳐서 나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데친 산박하 나물은 가장 기본적인 요리법이다. 어린순을 채취해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니 주의한다. 데친 산박하는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어 무친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를 약간 추가해도 좋다.
산박하를 생선 요리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생선조림이나 탕에 산박하 어린순을 넣으면 비린내를 잡아주고 은은한 향을 더한다. 고등어조림을 만들 때 양념장과 함께 산박하 잎을 몇 장 넣으면 생선 비린내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산박하는 생쌈으로도 먹을 수 있다. 쌈장에 찍어 밥과 함께 싸 먹으면 담백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쓴맛이 강하지 않아 어린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약재로서의 효능과 활용

산박하는 나물뿐 아니라 약재로도 오랫동안 사용됐다. 한방에서는 지상부를 말려 약재로 쓴다. 하루 15~20g을 물에 달여 마신다. 맛은 쓰고 성질은 평하다. 독성은 없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효능은 담즙 분비 촉진이다. 급성 담낭염에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완화한다. 구충 작용도 있어 체내 회충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통이나 치통 같은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해열과 소염 작용은 감기나 염증 질환에 유용하다.
산박하는 소화를 돕고 식욕을 촉진한다.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북돋는다. 모세혈관 확장 작용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혈압을 낮춘다. 고혈압이나 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호흡기 점액 분비를 증가시켜 기관지를 촉촉하게 유지한다. 기침이나 목의 불편함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주로 차로 마신다. 말린 산박하를 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10~15분 달인다. 꿀을 약간 추가하면 쓴맛이 부드러워져 마시기 편하다. 염증 완화나 소화 촉진을 위해 꾸준히 마시면 좋다.
산박하는 화장품 원료로도 주목받는다. 산박하를 활용한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 산박하의 항염증 효과가 피부 진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철과 채취 주의점

산박하의 제철은 봄과 초여름이다. 이때 나는 어린순이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다. 꽃이 피는 6~9월에는 잎이 단단해져 나물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삼각형 달걀 모양의 작은 사분과 안에 종자가 들어 있다.
채취할 때는 산지의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산박하를 고른다. 오리방풀이나 독성이 있는 파리풀과 혼동되지 않도록 잎 모양을 꼼꼼히 확인한다. 파리풀은 꽃잎의 위쪽이 좁고 아래쪽이 넓은 반면, 산박하는 그 반대다. 파리풀은 독성이 있어 나물로 먹을 수 없으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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