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태하등대) 그리고 대풍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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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 태하등대) 그리고 대풍감

글&사진/산마루 241024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 태하등대) 그리고 대풍감을 만나고 왔습니다.

첫날, 첫새벽, 첫눈, 첫 만남, 첫사랑, 첫아들…

이렇듯이 처음 시작되는 모든 것은 소중한 빛이 되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저장됩니다.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이 되어준 울릉 등대( 태하등대)도 그러했습니다.

울릉 등대( 태하등대)로 가는 길

쉼이 필요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낡은 배낭 울러 메고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떠나보라던 아내의 말을 귓전으로 떠나보내며 거친 바다와 마주했습니다. 떠나기 전날 밤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주룩주룩 내려 울릉으로 가는 배가 뜨려나 싶어 몇 번이고 소풍날을 앞둔 초등생처럼 거실로 나와 서성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경북 울진 후포 등대가 올려다보이는 후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한 후포-울릉 선플라워 크루즈는 파도를 헤치며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울릉도로 가는 선상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순간 그토록 긴 시간 짓눌렀던 근심도 한낱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지고,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졌습니다.

사동항

울진 후포항 여객선 터미널을 출항한 선플라워즈호는 4시간 30분 만에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합니다. 예전 후포항과 도동항을 오가던 여객선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대형 크루즈선으로 바뀌어 사동항에 입항하게 됩니다.

소형 여객선으로 오갈 무렵 뱃멀미로 고생했던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되는데 현재 취항한 대아 에이치 해운 선플라워 크루즈선 내부에는 파전 등 안주와 막걸리, 소주, 맥주를 파는 코너도 있고 노래방, 스낵류,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도 있어 강력한 태풍이 불지 않는 한 뱃멀미 걱정 없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항에서 출발하는 울릉 크루즈선도 사동항에 입항하게 되며 사동항 인근에 울릉 공항이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통구미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 태하등대) 그리고 대풍감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서면 남양동 통구미 마을을 지나게 됩니다.

울릉도 남쪽에 첫해가 도착하는 곳이라 겨울에도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남양항 인근 통구미 마을 입구에는 거북이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의 바위가 바닷속에 우뚝 솟아 신비스러운 섬 울릉도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양쪽 산골짜기가 깊어 마치 통처럼 생긴 마을을 향해 거북바위가 기어가는 형상이라 하여 통구미라 불렀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부른 것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한다고 알려집니다.

울릉도 호박엿

초가을 햇살이 따스해 어젯밤 추적대며 내리던 가을비를 잊게 만드는 남양항 통구미 마을을 지나 언덕길을 내려가면 울릉도 여행 시마다 한번은 잊지 않고 들리는 곳이 호박엿 판매점입니다.

울릉도 호박 30% 함유한 호박엿은 치아에 달라 붙지 않아 좋아요

울릉도 호박엿에는 울릉도 개척 당시 서면 태하리 서달령 고개 부근에 살던 처녀가 처음으로 육지에서 가져온 호박씨를 울타리 밑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호박이 익기 전 처녀는 시집을 갔으나 울타리를 타고 오른 호박 줄기는 탐스러운 호박을 여물게 했고 겨울 호박죽을 끓여 끼니를 해결해 가던 어느 날 굳어진 호박죽이 마치 호박엿이 되어 이후 울릉도 호박엿이 특산물이 됩니다.

지금도 울릉도 하면 오징어와 호박엿이 울릉도의 상징인데 뒤이어 울릉도 트위스터 가요가 히트를 치며 울릉도에 왔다면 호박엿은 선물 꾸러미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 품목이 되었습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가슴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육지손님 어서와요 트위스트

나를 데려가세요 ♬

울릉도 트위스트

태하 항목 관광모노레일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 태하등대) 그리고 대풍감을 만나러 가는 길은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을 타거나 향목 옛길을 걸어서 오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길 236 (☎054-791-6639)

▶영업시간 : 09:00~18:00 (태풍 등 이상 기후 시 운행 중단)

▶요금 : 일반 왕복 4,000원 경로 왕복 2,000원 청소년/군인 왕복 3,000원 어린이 왕복 2,000원(단체 할인 있음)

총 길이 304m 경사지를 20인승이 탈 수 있는 모노레일 2대가 운행하고 있으며, 경사각도 39도에 이르는 급경사 모노레일을 50m 속도로 6분이면 정상부에 도착합니다.

비록 39도에 이르는 급경사 모노레일이지만 자동으로 수평을 유지하여 탑승석에서는 고도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에 내리면 바로 울릉해담길 향목 전망대 가는 이정표가 있으며 길은 외길이기에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해송 사이로 걷는 길은 울릉 해담길로 갯바람과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는 맛이 최고입니다. 어제 밤사이 울릉도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다도 풍랑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간혹 어선 한 두척이 지나긴 했지만 파도가 드센 탓에 고기 잡는 풍경을 만나진 못했습니다.

탐스럽게 자란 해송 길이 끝나면 후박나무, 섬 고로쇠나무, 동백나무, 섬개야광나무 등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들이 이어지고 대나무 또한 사시사철 푸르게 자라는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더러는 섬 잣나무, 너도밤나무 군락지도 있어 걷는 내내 이색적인 풍경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들어갑니다.

대나무 숲 사이로 보면 향나무가 자라는 것을 간혹 찾을 수 있는데 울릉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4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개척 당시 아름드리 향나무가 많았기에 이름 지어진 향목에 지천으로 흔했다는 향나무가 이젠 귀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태하 모노레일에서 내린 지 6분여 만에 대한민국 10대 비경에 선정된 향목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온 관광객들은 전망대에 올라 신비의 섬 울릉도 비경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울릉 등대 / 태하등대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와 마주합니다.

태하등대라고 부르기도 하며 정식 명칭은 울릉 항로표지 관리소입니다.

지난 1958년 4월 11일 울릉군 서면 태하리 해발고도 171m 대풍감 절벽에서 울릉도 최초의 유인등대로 첫 불을 비추기 시작했으니 햇수로 66년 전의 일입니다.

건립 경위를 알아보면 독도 주변 조업 선박이 늘어나고 동해안 연안에서 일본 스쿠바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이 증가하면서 연안 표지 시설로 설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초 건립 후 수차례 개축을 거치게 되었는데요 지난 2003년 10월에는 국내 개발된 프리즘 렌즈 회전식 대형 등명기를, 2009년 3월에는 울릉 등대의 낡은 시설들을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주도로 개량 공사를 했습니다.

2011년 5월까지 이루어진 개수 공사 당시 후정에 오징어 조형물을 설치하여 관광객들의 볼거리와 쉼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울릉 등대, 태하등대의 상징인 백색 원형 콘크리트 등탑의 높이는 7.6m, 등질은 백색 섬광으로 12초에 1섬광입니다. 에어 사이렌은 50초에 1회 울리도록 설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울릉군청 누리집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GPS 신호를 수신 보정한 전파를 태하등대로부터 185km 떨어진 해상을 운항하는 선박의 위치를 제공하는 DGPS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 태하등대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유인등대에서 무인등대로 전환되어 도동등대(행남등대)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빛의 속도로 발전해 가는 시대이지만 등대를 지키던 등대원이 등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등대 연혁에 대해 설명도 해주는 그런 낭만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문득 대풍감을 묵묵히 말없이 지키는 백색의 등탑을 올려다보면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등대를 찬찬히 돌아본 뒤 왼쪽으로 난 길을 걸어 대한민국의 10대 비경 향목 전망대에 올라 그토록 보고 싶었던 울릉 등대, 태하등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깁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캄캄한 울릉도 밤바다를 밝히는 불빛으로 남아 있기를, 절망에 빠진 어부들의 한줄기 희망의 불빛으로 남아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대풍감(待風坎) 해안절벽

향목 전망대에서 한참 동안이나 울릉 등대를 바라보다 내려와 대풍감 해안절벽 위 유리바닥으로 된 대풍감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후들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눈길을 수평선 너머로 날려봅니다.

울릉도 북쪽 해안선을 따라 학포 마을과 현포 마을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그 위로 노인봉, 송곳봉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바다 위에 떠있는 코끼리바위, 공암에 눈길을 멈추며 바라다본 풍경은 과연 대한민국 10대 비경에 이름을 올리고도 부족했습니다.

장쾌하게 불어와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바닷바람에 반쯤 놓았던 정신줄을 되돌려 반대편 바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이곳이 바로 대풍감을 상징하는 곳으로 바람을 기다리는 곳입니다.

그 옛날 육지를 떠나 울릉도에 닻을 내린 어부들은 그리운 고향을 가기 위해 날마다 이곳 대풍감에서 바람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지금처럼 동력으로 가는 배가 아니었기에 동쪽 바다로 가는 바람이 불어야 바람을 안고 배를 띄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디선가 바람 한자락 불어와 가뜩이나 발밑이 아찔한 해안 절벽 전망대를 흔들어 놓습니다. 오늘 나는 바람을 기다리는 남자가 됩니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대풍감 전망대에서 바람을 제대로 맞았습니다.

향목 옛길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를 만나기 위해 올라올 때는 향목 모노레일을 타고 편하게 올라왔으니 내려갈 때는 향목 옛길로 걸어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항목 모노레일 정거장에서 왼쪽으로 난 흙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처음 출발했던 모노레일 승강장입니다.

향목 옛길은 태하마을에서 현포 마을까지 이어지는 산길이지만 향목 전망대에서 승강장까지는 비교적 완만해서 산길을 걷는 느낌이 좋습니다.

해송 사이로 난 폭신한 산길 위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내리고 섬초롱, 섬말라리, 털머위가 지천으로 자라 계절을 거꾸로 살아가는 듯합니다.

향목 옛길에 섬 쑥부쟁이가 노란 꽃을 피워올렸습니다.

나무 잎사귀가 어른 손바닥만 하여 촬영해 보았는데 가을임에도 마치 여름인 듯이 싱싱하기 그지없더라고요.

아름드리 해송 군락지 사이로 폭신한 옛길을 걷는 기분이 최고입니다.

경치를 즐기면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향목 모노레일이 천천히 아주 느리게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만나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름드리 해송 사이로 섬해국 보라색 꽃이 푸른 울릉 바다를 배경으로 예쁘게 피어났습니다.

그제야 이곳이 진정한 울릉도임을 알아갑니다.

향목 옛길 막바지 바다를 발밑에 두고 걸어보는 옛길이, 울릉도를 비추는 첫 빛! 울릉 등대가 아직도 눈에 머물러 있습니다.

쏴 하고 밀려와 향목 해안가를 때리는 파도 소리가 메아리 되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먼 훗날 불현듯이 태하등대가 보고 싶어질 때쯤이면 또다시 낡은 배낭에 카메라를 담고 마음에는 설렘을 간직한 체 울릉도로 떠나는 여객선에 몸을 실을 것입니다.

그때 울릉도는 지금처럼 말없이 안아 주겠지요?

울릉도등대

경상북도 울릉군 서면 태하리 산100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

경상북도 울릉군 서면 태하길 236

대풍감

경상북도 울릉군 서면 태하리

대풍감의향나무자생지

경상북도 울릉군 서면 태하리 산100

통구미

경상북도 울릉군 서면 남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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