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코로나 펜데믹은 여행의 방향을 바꿨다. 반복되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 것. 여기서 급부상한 여행 형태 중 하나가 웰니스 관광이다. 웰니스는 웰빙과 건강, 그리고 행복을 결합한 합성어로 ‘정신적, 사회적 안정과 신체적인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데 목적이 있는 여행을 뜻한다.
웰니스 여행객들은 제주도에 주목했다. 독립된 섬 지역인 만큼, 청정 자연 속에서 주위를 환기하고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다. 나아가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웰니스 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제주도 웰니스 관광지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등 웰니스 관광산업 육성에 앞장서면서, 국내 대표 웰니스 여행지로 도약했다.
환상의 섬 제주.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웰니스 여행지 2곳을 다녀왔다.
01 제주 WE호텔 웰니스 센터 |
제주 WE호텔 웰니스 센터는 K-웰니스 100선, 2021 제주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제주 웰니스 시설이다. 국내 최초로 의료 관광을 주제로 한 헬스리조트로, 한라의료재단 위(WE)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융합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텔 이름부터 물(Water)과 힘(Energy)이 만난 WE 호텔이다. 제주 청정수가 간직한 물에서 기운을 얻는다는 뜻이다. 제주의 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쿠아 서킷, 패들 요가 등 물을 활용한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날 위 호텔의 대표 웰니스 프로그램 해암 하이드로 수(水)테라피를 체험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 전, 티 세레모니에서 차 한 잔과 함께 개인의 건강 상태 및 특이사항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 후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개개인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오전 중 한라산 산행을 다녀온 까닭에 등산 피로를 풀 수 있는 과정을 요청했다. 실제로 WE호텔 웰니스 프로그램 이용 고객 중에는 호텔 멤버십 회원들도 있지만, 한라산 산행을 다녀온 등산객들이나 오름 등 둘레길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근육을 이완해 피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 사이 인기라는 설명이다.
해암 하이드로 수 테라피는 아쿠아 메디테이션 풀(Aqua Meditation Pool)에서 진행한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쿠아 테라피 치료 시설로. 유럽 수치료 시설에서 착안했다. 어머니의 자궁을 형상화한 돔 형식의 구조물로, 보다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기에 수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준다.
조명에도 신경 썼다. 피로를 해소하고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색상의 조명을 사용했다. 이밖에도 기호에 따라 밝기나 조도, 색상 등을 조정할 수 있다. 물 온도는 춥지도 뜨겁지도 않은 34~37℃ 사이 불감 온도를 연중 유지한다. 양수와 비슷한 온도를 맞춰 심신에 더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램은 아쿠아 테라피의 특성상 한곳이 아닌, 메디테이션 풀 시설을 표류하면서 진행된다. 팔다리를 움직이고 또 접으며 밀어내는 까닭에 신체가 밀리게 되는데, 면적이 넓은 만큼 가동 범위를 넓게 쓸 수 있다. 대규모 시설이 진가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실제 체험 소감은 ‘새롭다’다. 물 위에서 받았으면 금방이라도 억하는 소리가 났을 법도 한데, ‘내가 이렇게 유연했나’하는 감탄과 동시에 개운함이 느껴진다. 치료사는 “물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근육이 이완돼 보다 큰 스트레칭 효과를 볼 수 있다”며 “ 디스크 환자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관절에 큰 무리 없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흔한 싱잉볼도 물속에서는 더 특별하다. 지상에서의 싱잉볼과 달리, 수중에서의 싱잉볼은 소리로 한 번, 물의 파장으로 또 한 번 느껴진다. 클래식 음악에 더해진 잔잔한 울림이 새롭게 다가온다. 웰니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실내 수영장 및 야외 자쿠지, 사우나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지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표 프로그램은 제주 원시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힐링 포레스트와 크리스탈 싱잉 볼을 활용하는 마인드 테라피 프로그램이다. 한라산 중산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힐링 포레스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약 1시간 진행한다.
02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
이날은 한경-안덕 곶자왈에서도 도립으로 운영하고 있는 곶자왈 도립 공원을 찾았다. 그 면적에 154만여㎡(약 47만 평)로 매우 넓고 특징적인 제주의 경관인지라 해설 투어에 참여해 숲의 이야기를 들었다.
해설 투어는 주중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총 2회, 주말에는 10시, 11시, 오후 1시 30분과 2시 30분 총 4회 진행한다.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별도의 예약 없이 당일 선착순 15명 내외 인원에 한 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주말에는 인원이 꽉 차는 일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해설 투어의 시작점은 ‘헤끌락 쉼팡’이다. 제주 방언으로 작은 쉴 곳이라는 뜻하는 말로, 본격적인 해설 투어를 진행하기 전 해설사 소개와 함께 간단한 설명을 듣는 곳이다. 시작 시간 10분 전부터 대기 후 참여 인원이 모두 모이면 이동하면 된다.
곶자왈 도립 공원 탐방로는 총 5개다. 탐방안내소에서 테우리길을 통해 전망대를 보고 돌아오는 1코스와 곶자왈 도립 고원의 외곽을 전부 돌아보는 6.7㎞ 구간의 5코스까지다. 해설 투어는 1코스로 곶자왈 전망대까지 진행한다. 1.8㎞, 소요시간 40분의 가장 짧은 코스지만, 다양한 이야기와 설명을 곁들이면 1시간이 금세 흐른다.
곶자왈은 토양층 없이 온통 돌밭인 까닭에 보행에 주의가 필요하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경로인 테우리길은 야자 매트와 나무 데크를 설치해 관람객의 이동 편의성을 더했다. 걷기 좋은 길을 조성했다지만 테우리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돌길이 이어지고, 테우리길 내에서도 크고 작은 경사가 이어지는 법. 1코스를 가볍게 걷는다고 할지라도 편한 옷과 신발은 필수다.
해설가는 제주만의 특징적인 경관마다 멈춰서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을 진행한다. 곶자왈의 식생과 동물 그리고 형성 과정까지. 해설투어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스쳐 지나갔을 요소들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대표적인 해설 소재는 제주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제주 특산 식물들이다. 지지근이 토양에 닿지 못해 돌 위로 뿌리를 펼친 곶자왈의 나무들부터 진한 향기를 자랑하는 제주 백서향, 포자를 잎에 품은 콩짜개 덩굴까지 곶자왈을 이루는 이색 경관을 소개한다. 여기서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더 풍성한 곶자왈이 눈에 들어온다. 염주를 만들 때 쓰는 보리수 열매, 갖은 참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다양한 종류의 도토리 열매 등 다채로운 숲의 생태계를 마주할 수 있다.
테우리길이 끝나고 빌레길과 오찬이 길로 나뉘는 갈림길에는 곶자왈 전망대가 있다. 약 15m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곶자왈 전경은 물론이고 탁 트인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을 향하면 산방산이, 그를 등지면 눈 덮인 한라산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그 둘 사이는 넙게오름, 군산, 월라봉, 바굼지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들이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어, 단조롭지 않은 하늘선이 이어진다.
서귀포시(제주도) = 정윤지 여행+ 기자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임수연 여행+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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