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지리적으로 중심부에 있으며, 예로부터 예술 활동이 활발한 문화와 역사의 중심이기도 하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을 품은 세 도시에 도달할 수 있다. 무려 네 군데다. 알칼라 데 에나레스,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 알 그리고 아란후에스, 엘 아예도 데 몬테호다. 마드리드 도심에서 열차를 타고 방문할 수도 있는데, 열차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 알칼라 데 에나레스
알칼라 데 에나레스는 세계적인 천재 문학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태어난 도시다. 1998년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처음으로 대학을 설립했던 것과 1499년 시즈네로스 추기경이 구(original) 콤플루텐세 대학을 설립한 이래 문화를 꽃피운 기념비적 역사 유산이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 대학들의 모델이 되었고, 선교사들이 이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져갔다.
여전히 알칼라 데 에나레스는 문학, 그리고 문화계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일례로 알칼라의 파라닌포 대학에서는 매년 4월 23일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수여한다. 이 문학상이 차지하는 위상은 스페인어 문학의 노벨상에 비유된다. 구 대학 건물 벽면과 무데하르 반란의 마그나 교실, 그리고 트릴링구에 정원이 있는 산 일데폰소 학교를 방문하는 걸 강력히 추천한다. 다른 흥미로운 관광지로는 세르반테스 생가 박물관, 마히스트랄 대성당, 아르소비스팔 궁전과 코메디 극장, 그리고 산 베르나르도 수도원과 지역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
알칼라 데 에나레스는 산책하기도 좋다. 거리와 광장을 걷고, 타파스를 먹거나 근처 맛집에서 식사하고, 테라스에 앉아서 수다 떠는 스페인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즐거운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다, 여행의 백미인 쇼핑도 가능하다. 한국의 지인에게 줄 선물은 수도원이나 지역 다과점에서 판매하는 전통 간식이 괜찮은 선택이다. 봄과 가을에는 세르반테스 기차를 통해 이곳에 갈 수 있다. 이 전통 기차는 아토차에서 알칼라로 연결되는데, 세르반테스가 살던 시대의 풍으로 꾸며져 있다.
◇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
198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의 왕립 구역은 과다라마 고원의 중심에 있다. 에레리아 숲과 아반토스 솔숲으로 둘러싸인 풍경은 하이킹 마니아들의 발길을 끈다.
에틸 제철로 된 아름다운 수도원은 겉보기에는 수수하지만, 안은 의외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공사 기간 길었다. 펠리페 2세의 명령 아래 대략 20년 걸려서 지어졌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와 부르봉 왕가의 독립 궁, 도서관, 바실리카, 왕의 정원, 왕립 판테온, 수도사의 정원 등이 있다. 역사적, 예술적, 문화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장소들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왕립 구역이었던 과거 덕에 내부는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하다. 벽마다 티발디, 수카로, 루카 캄비아소, 루카스 호르단, 지오르다노 등 값진 프레스코화가 빛나고 있고, 나바레테 엘 무도, 클라우디오 코에요, 엘 보스코, 티치아노, 엘 그레코, 로히어르 판 데르베이던, 두레로 등이 그린 유화가 걸려있다. 그리고 셀리니의 하얀 예수상, 레오니의 조각들, 후안 바티스타 모네그로의 ‘왕의 오래된 유언장’ 등의 조각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은 유럽 가톨릭 예술가들의 작업장이며, 동시에 오늘날까지 수년에 걸쳐 여러 왕에 의해 번창하며 고급문화 센터가 되었다. 16세기와 18세기의 훌륭한 건물들에 감탄할 수 있는, 역사적 예술적 집합체인 수도원은 거리와 광장과도 어우러진다. 거리와 광장을 걷지 않고서는 여행이 완성될 수 없다.
펠리페 2세가 앉아서 수도원에서 음미했을 맛있는 음식으로 몸과 영혼을 살찌울 수도 있다. 세라나 전통 음식이나 지리적으로 보호되는 과다라마 고원의 고기가 다소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타파스를 맛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2017년 여름부터 펠리페 2세 기차 탑승이 가능하다. 이는 마드리드와 엘 에스코리알을 잇는 역사 기차로,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의 다양한 역사적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아란후에스
타호 강가에 있는 아란후에스는 부르봉 왕조가 봄에 머물 별장을 짓기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 나중에 왕조의 행정을 위한 곳으로 바뀌었고, 해마다 왕들이 짧은 기간 동안 방문했다. 왕궁이나 역사가 있는 시가지뿐만 아니라, 시의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정원, 관목 숲, 과수원 또한 유네스코가 정한 문화 풍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 방문객들은 왕궁과 왕립 파울라스 박물관, 라브라도르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는 떠날 수 없다.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것도 가치가 있다. 역사적 예술적 종합체인 이곳에는 투우 광장, 아바스토스 시장이 있는데, 이 시장에서 지역 맛집을 둘러 볼 수 있다.
아란후에스에서 정원 역시 수려하다. 그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여겨지며 어느 계절이나 훌륭한 이 정원은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 산티아고 루시뇰 같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오늘날 방문객들까지도 사로잡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왕궁을 둘러싼 여러 정원은 각각 그 시대와 정원 조성을 명령한 왕의 취향에 따라 다른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만드는 방법은 봄과 가을 주말마다 마드리드에서 아란후에스까지 다니는 딸기 열차를 이용하는 것.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하던 것처럼 여러 장소를 방문하고 싶으면 이륜마차를 타고 구시가지와 숲, 궁정의 식품 저장고에 납품하던 과수원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과수원은 오늘날도 여전히 지역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아스파라거스, 딸기, 멜론 그리고 다른 상품들을 제공한다.
◇ 아예도 데 몬테호
아예도 데 몬테호는 삼림욕하기 좋은 명소다. 너도밤나무를 위해 안성맞춤인 풍토이며, 그늘지고 우거진 이곳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멋진 숲이다. 아예도 데 몬테호는 몬테호 데 라 시에라 시에 있는 외진 고원의 생물 보존지역 안에 있으며, 마드리드의 북쪽과 하라마 강가에 있는데, 이느 유럽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너도밤나무숲이다. 250 헥타르의 규모로 너도밤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떡갈나무와 호랑가시나무를 볼 수 있다.
2017년 여름 잘 보존된 자연환경으로 세계문화 유산에 지정됐다. 그 전부터 40년 넘도록 보호되었다. 보존을 위해 방문객 수를 제한하므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다만 취소자 수만큼 당일 방문도 가능하다. 루트를 돌 때 무료 가이드가 제공되며, 100년이 넘은 너도밤나무와 다양한 흥미로운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다.
어느 시기에나 아름답지만, 나무들이 황톳빛, 오렌지빛, 붉은빛, 금빛으로 물드는 가을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시기로 꼽힌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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