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등산을 하느라 급하게 다녔던 경기도 산행입니다. 운전을 할 때 습관 중 하나가 차 막히거나 초치기 하는 기분으로 쫓기는 것이 싫어 가능하면 목적지 부근에 일찍 도착해 카페를 가거나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편인데 이번 경기도 가평에서는 착각하는 덕분에 약속 시간보다 6시간 3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했군요.
오랜만에 서울근교 등산 장소, 백패킹 장소로 유명한 주금산 정상을 목표로 걸음을 재게 움직여봅니다.
주금산
경기도 가평군 상면 상동리
겨울이라 하기엔 따뜻하고 봄이라 하기엔 추운 어중간한 날씨.
하지만, 선배로부터 완벽하게 봄이 왔다고 해도 경량 패딩 정도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배운 덕에 아이젠도 챙겨 걷기 시작한다. 주금산, 오랜만의 경기도 산행.
아이젠을 괜히 가져왔나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눈은 거의 녹은 상태이고 땅은 질퍽하기까지 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얼마 걷지 않아 응달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다.
그늘진 곳이라 그러려니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걷기.
왼쪽으로 철마산이 있다.
과거에도 이곳 이정표를 보며 복두산 – 철마산 – 주금산 – 개주산까지 종주산행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마음만이고 실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대신 천마산 – 철마산을 지나 물이 업어 고민을 하다 내마산만 찍고 하산을 한 기억은 있다.
아직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겠으나 하산 시라면 달라질 상황이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많은 분들이 서울근교 등산을 너무 편하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산은 편하게 오르내리되 항상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배웠고 실제 산에서 느낀 경험은 철저한 준비가 진리였다.
다산 길이란 트레일도 걸어볼까 생각을 했었지만 종주산행처럼 강력하게 나를 이끌지는 못했다. 더 매력적이었던 종주산행도 아직 못한 주제에 다산길을 가슴에 담아 둘 여유가 없는 상황.
원래 주금산 등산로가 이렇게 안 좋았던가?
길을 찾는 것이 어렵진 않지만 생각보다 협소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지 않은 듯하다.
더불어 생각해 보니 서울 살면서 경기도 산행이 더 쉬울 텐데, 서울 산행도 경기도 산행도 어쩌다 한 번 정도!
서울 사람이 서울을 더 모른다는 말과 같은 맥락일까?
아무리 먼 곳이라 하더라도 한 걸음씩 움직이다 보면 결국 정상이라고 하는 진리.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쉬어야 할 때 쉬는 것이 좋다고 하니 난 그저 따르고 행하는 중.
가능하면 자주 쉬되 앉지 않고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근육을 풀어주는 정도.
그러나 엉덩이를 붙였을 땐 충분히 쉬고 이동할 것.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주금산 정상까지는 1.375km.
멀리서 보았던 그곳이 이제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다.
자주 오는 산은 아니지만 경기도 산행을 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꽤 재미있는 산이었던 주금산.
헬리포트 도착.
백패커들이 이곳 헬리포트를 좋아한다.
오늘도 백패커 한두 분 계시려나 싶었는데 안 보인다.
백패킹 성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인기 있는 박지라 하는데 지금까지 이곳에서 텐트를 펼쳤던 기억은 딱 한 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딱 한 번뿐이다.
대신 수동 쪽에서 오토캠핑을 더 많이 했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주금산을 올랐던 기억이 많다.
아마 서울근교 등산 장소 중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지도.
지금까지 아이젠이 꼭 필요한가 묻는다면 꼭은 아니지만 필요한 정도였다 말할 수 있는 상태.
아이젠을 착용하고 정상까지 왔는가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스틱을 적절히 사용했고 만일 스틱이 없었다면 아이젠을 착용했을 것이다.
가평에서 올라왔는데 정상석은 포천시에서 세웠다.
경기도 가평군과 포천시의 경계가 딱 등산로인데 측정 시 아마도 가장 높은 부분이 포천시에 속한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경기도 산행 코스임에는 틀림없다.
서울근교 등산 장소로 꽤 유명하긴 하지만 주변에 잡목이 우거져 있어 정상 뷰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서울근교 등산 장소로 해발 813m는 낮은 높이가 아니기에 초보 등산 코스는 분명 아니라 하겠다.
물론, 처음 산을 오르는 분도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천천히만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겠지만 그래도 몇 번의 산행을 더 즐긴 다음 올라오는 것이 더 즐거운 산행이 될 거라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니 후딱 다녀온다고 헤드랜턴도 챙기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가 어쩌고저쩌고 하더니만 매번 뭔가를 빠뜨리고 다니는 쿠니라 하겠다.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인 상태이고 내려가는 골짜기가 양지가 아니기에 빠르게 해가 진다. 마음이 급한 건 하산하자마자 약속 장소로 가야 하기 때문.
아직 더 가야 하는데 해가 꼴랑 넘어가는 중.
이제부터는 달음박질이다.
에고 무릎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