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심에 지친 당신을 위해”…홍콩의 숨은 매력 품은 섬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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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홍콩을 복잡한 도시라고 묘사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사실이다. 대부분 관광객이 방문하는 홍콩은 빽빽하게 고층 건물이 들어선 빌딩숲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홍콩을 막연히 도시 여행지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중심가에서 한 시간만 이동하면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홍콩은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에 그간 몰랐던 홍콩의 새로운 매력을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홍콩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외곽으로 향했다.


펭차우로 향하는 선착장 입구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홍콩 본섬에서 인근 섬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페리를 타면 된다. MTR 센트럴 역에서 내린 후 10분 정도 걸으면 센트럴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 정박하는 페리 종류가 많은 만큼 목적지와 선착장 번호를 잘 확인해야 한다. 페리 티켓의 가격은 페리의 종류와 탑승 날짜에 따라 다르다. 공휴일에 탑승하는 페리와 급행 페리가 더 비싸다. 옥토퍼스 카드 사용도 가능하니, 카드가 있다면 따로 티켓을 구입할 필요 없다.


펭차우로 향하는 선착장 입구 / 사진=석현진 여행+PD

먼저 방문한 섬은 펭차우다. 펭차우는 홍콩섬의 서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센트럴 페리 선착장 6번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남짓 달리면 도달할 수 있다. 사실 펭차우는 그간 홍콩 현지인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방문하는 숨은 명소였다. 하지만 최근 SNS에서 느긋한 섬 여행이 유행처럼 퍼져, 펭차우를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고.


펭차우에 내리면 볼 수 있는 풍경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뚜벅이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펭차우 여행의 인기에 한몫한다. 평평한 섬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과 어울리게 펭차우는 걸어서 둘러보기 좋은 섬이다. 섬 전체에 언덕이 없음은 물론 천천히 걸어서 두세 시간이면 펭차우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홍콩 정취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펭차우 윙온 스트리트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골목골목 다니다 보면 펭차우의 진면모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펭차우에는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페리 터미널에서 건물이 모인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들어설 수 있는 골목인 윙온 스트리트(Wing On Street)와 그 남쪽으로 이어진 윙힝 스트리트(Wing Hing Street)가 그 주인공이다.




펭차우에서 방문할 수 있는 가게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식료품 가게부터 오래된 차찬텡, 카페 등 여러 상업 시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방문객은 골목을 거니는 것만으로 홍콩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펭차우 가죽 공장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펭차우는 예술적 가치가 풍부한 섬이다. 가장 대표적인 스폿이 가죽 공장(Leather Factory)이다. 윙온 스트리트 중심에 자리한 가죽 공장은 1930년대 설립해 1970년대까지 운영했다. 이후 오랜 기간 방치됐던 이곳은 현재 펭차우에서 가장 트렌디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오래된 가구로 만든 감각적인 조형물은 물론 이곳저곳에 그려진 그라피티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가죽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공장 한편 작은 공간에는 젊은 예술가가 형성한 폐물품 공원이 있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찾는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버려진 물건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전시품이 많다. 공간 자체의 색감이 다채로우니 전시품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겨도 좋다.


퉁완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정자 / 사진=석현진 여행+PD

골목을 충분히 구경했다면 해안가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자. 페리 터미널과 반대편으로 가면 퉁완 해변(Tung Wan Beach)이 있다. 페리 터미널에서 마을을 지나 직선으로 5분 정도만 걸으면 도달할 수 있다. 번잡한 해수욕장이 아니기에 잠시 쉬어가고 사람에게 제격이다.


펭차우 퉁완 해변과 룽모 사원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해변 바로 앞엔 룽모 사원(Lung Mo Temple)이 있다. 룽모 사원은 펭차우 섬 전체에서 가장 큰 사원이다.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장식한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있는 덕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사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페리 내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반나절 간의 시간을 보낼 만한 곳으로 펭차우를 추천한다면, 청차우는 하루 동안 한가하게 여행할 수 있는 섬이다. 센트럴 선착장 5번 부두에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다. 일반 페리로 1시간, 고속 페리로는 35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 앞에서 볼 수 있는 페리 시간표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혹시 펭차우를 구경한 후 청차우로 바로 이동하고 싶을지라도 걱정할 필욘 없다. 작은 섬 간 이동을 담당하는 페리도 있기 때문이다. 단, 펭차우에서 청차우로 직통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에 있는 다른 섬을 들른다는 점 참고하자.


청차우에 내리면 볼 수 있는 풍경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조용한 시골 마을 같았던 펭차우에 비해 청차우는 비교적 번화한 섬이다. 심지어 청차우는 홍콩의 많은 섬 중 유일하게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인 맥도날드가 있는 섬이다. 실제로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맥도날드 매장과 그 주위 북적이는 인파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다고 청차우를 홍콩 중심가와 비교한다면 곤란하다. 애초에 청차우는 차가 다니지 않는 섬이다.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도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만큼 확실히 덜 복잡했다.




청차우 거리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섬에 도착해 당장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그저 골목을 거닐어도 좋다. 산힝 스트리트(San Hing Street)와 팍셰 스트리트(Pak She Street)에는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다.


청차우에서 판매하는 빵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특히 ‘청차우 빵 축제’가 열리는 곳답게 몇 가게에선 축제 기간이 아님에도 일 년 내내 ‘평안(平安)’이라는 글자가 적힌 빵을 판매한다. 팥, 참깨 등으로 소를 채운 빵은 우리가 아는 찐빵의 맛과 비슷하다고.

이 밖에도 현지 예술가가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게, 트렌디한 카페 등 방문할 만한 곳이 많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가게 영업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방문 당시 홍콩에서도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졌던 만큼, 운영 중인 가게가 많진 않았다.


청차우핑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간식을 먹기 위해 딱 한 곳만을 택할 수 있다면 방문해야 할 곳은 단연 청차우핑키(Cheung Chau Ping Kee)다. 청차우핑키는 과일 찹쌀떡을 판매하는 곳이다. 우리가 아는 찹쌀떡 안에 팥이 들어있다면 청차우핑키에선 과육을 통째로 넣은 떡을 판매한다.


청차우핑키에서 맛볼 수 있는 망고떡 / 사진=석현진 여행+PD

가장 유명한 메뉴는 망고 맛이며 고구마, 두리안, 바나나 등을 넣은 찹쌀떡도 있다. 가격은 모두 16홍콩달러(약 2700원)로 동일하다. 떡 자체에 특별함은 없지만 과육을 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이 일품이었다.


청차우 퉁완 해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펭차우가 평평한 섬으로 산책하기 좋았다면 청차우에선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완만한 언덕이 이어지기에 초보자도 가볍게 걷기 좋다. 조금 숨이 가빠온다 싶으면 어느새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는 점이 청차우 하이킹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이킹하지 않고 산힝 스트리트를 따라 곧장 해변으로 가도 좋다. 청차우 퉁완 해변(Tung Wan Beach)은 평소 현지인이 카약이나 윈드서핑을 즐기는 장소다. 여름이면 한가하게 해수욕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청차우에서 볼 수 있는 공간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해변과 이어진 길목에는 자물쇠로 가득한 철장이 있다. 일명 러브 락(Love Lock)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청차우를 방문한 수많은 사람이 형성한 공간이다. 가족, 연인 등 소중한 사람과 청차우를 방문했다면 함께 자물쇠를 걸며 여행을 추억할 수 있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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