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투명망토’가 현실로? 물질 한계 초월하는 마법 소재 [메타물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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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10년 연구 끝에

재료 성질 장벽 뛰어넘는 ‘메타물질’ 개발

기존 기술 대응해 소음·의료 한계 극복

필름형 ‘스텔스’ 물질, 군사 장비 적용 가능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에서 개발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투명 필름 형태 '메타물질'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에서 개발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투명 필름 형태 ‘메타물질’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는 투명망토가 나온다. 사람이 두르거나 물건을 덮으면 투명해지는 신비한 힘을 가진 망토다. 어린 시절 다들 한 번쯤 꿈꿔본 투명 인간을 실현할 수 있는 꿈의 물건이다.

영화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투명망토가 어쩌면 현실에서도 재현될지 모르겠다. 바로 ‘메타물질(Metamaterial)’ 때문이다.

메타물질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아직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은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물질’, ‘원자보다 크고 입사하는 빛의 파장보다 매우 작은 인공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치해 빛-물질 상호작용을 인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물질’ 등으로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어렵고 복잡하다. 간단하게 그냥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물질’ 정도로 이해해도 괜찮을 듯하다. 새로운 물질이라고 해서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온전히 새로 발견한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있는 ‘물질의 성질(물성)’을 변형하거나, 자극을 줘서 새로운 물성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기존 물성을 변형시켜 제어하고자 하는 목표물(음파, 전자파, 초음파 등)에 맞춤형 성질을 갖도록 한다.

메타물질은 이러한 특성으로 자연적인 물질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빛과 전자, 음파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메타물질은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각각 다른 작동을 할 수 있어 소리와 빛, 초음파 등을 제어하거나 증폭할 수 있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은 이런 메타물질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2014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을 바탕으로 출범한 CAMM은 극한물성시스템 구현을 위한 파동제어 원천기술을 개발·실용화하고 있다.

CAMM은 메타물질을 ‘전자기파, 역학파와 같은 파동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재’라고 정의한다. 메타물질을 통해 장벽이라는 한계 너머를 들여다보도록 하는 게 주요 연구 내용이다.

연구단이 개발 중인 메타물질은 크게 음파와 초음파, 전자파, 적외선 방사율, 디스플레이 등에 반응하는 것들로 다양하다.

음파 관련 메타물질을 주택에 설치하면 층간소음을 잡아주고, 차량에 장착하면 주행 소음을 줄여준다. 얇은 필름 형태로 구현할 수 있어 건축물이나 자동차 부피(두께)에 거의 영향이 없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에서 개발한 메타물질이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에서 개발한 메타물질이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순살 아파트’ 기둥 속 들여다볼 수도

더 놀라운 것은 원하는 소리만 골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물질을 통해 온갖 소음 속에서 자신이 듣고자 하는 음파의 고유 성질만 증폭 또는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 듣기 싫은 소리도 마찬가지다.


소리의 방향도 제어 가능하다. 영화 ‘원티드’에서 총알이 휘어졌던 것처럼 소리도 곡선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CAMM 관계자 설명이다.

초음파를 메타물질로 제어할 경우 콘크리트 내부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순살 아파트’ 상태를 확인하는 데 제격이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메타물질을 벽면에 붙이고 초음파를 쏘면 된다. 공기 중에서는 메타물질 없이 검사하는 것보다 초음파가 5배 이상 깊이 침투한다. 콘크리트에서도 2~3배 이상 깊이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초음파 메타물질은 콘크리트뿐만 아니라 인간의 뇌와 같은 뼛속을 들여다보는 데도 획기적이다. 기존 초음파 검사보다 성능이 5배 이상 뛰어나고, 비용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간단한 초음파 검사로 CT나 MRI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메타물질에서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부문은 ‘스텔스’ 기능이다. CAMM이 개발안 스텔스 메타물질은 레이더 탐지에 필요한 전파를 90% 흡수한다.

기존의 도료(페인트) 형태 스텔스 물질은 전투기 조정석이나 함정 지휘창 등 투명한 곳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반면 CAMM에서 개발한 스텔스 물질은 필름 형태라서 굴곡진 곳에도 쓸 수 있고, 투명한 형태로도 생산이 가능해 사실상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CAMM은 현재 해당 메타물질을 실제 군 시설(전투기·함정 등)에 적용 가능한지 분석 중이다. 이르면 수년 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스텔스 무기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AMM에서 개발한 메타물질 가운데 일부는 제품화에 성공했고, 일부는 상용모델 개발을 목전에 둔 상태다. 나머지도 물질도 초기 개발 단계를 지나 제품화 단계에 진입 중이다.

이학주 CAMM 단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기·역학분야 파동에너지 제어 원천기술과 극한물성시스템 플랫폼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연구단은 ‘메타구조체 분야 강소형 전문 연구조직’으로 새롭게 발돋움하고자 한다”며 “기계·ICT·에너지·바이오·의료기술 등과 융합해 재난사고, 안보 위협, 대기·소음공해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신무기 끝판왕 ‘스텔스’…필름 한 장으로 미국 능가할 수도 [메타물질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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